나는 사과를 좋아한다.
베어 물때의 아삭한 식감과
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향,
그게 참 좋다.
그럼에도 혼자 살 때에는
잘 사 먹지 않았다.
깎아 먹는 건 너무 귀찮았고,
칼을 들어도 과육까지 함께 도려내 버리기 일쑤였다.
엄마랑 같이 사는 지금은
제철만 되면 늘 집 한켠에 붉은 과일이 박스째 쌓인다.
엄마는 능숙하게 그 과일을 깎아
티브이 앞에 앉아 있는 내게 건넨다.
껍질만 얇게 벗긴 단정한 사과 조각들이
하얀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나는 이제 누가 봐도 어른의 모습이지만
그 과일을 먹는 순간만큼은 여전히 아이 같다.
사과에는 단맛보다 더 진한
보살핌과 사랑이 담긴 듯하다.
어쩌면 나는
사과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깎아준 그 사과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