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신발 위에 검은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가족과 함께 산다는 건,
이런 일들도 감수해야 한다는 걸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보인 신발에
순간, 속에서 뜨거운 게 확 치밀었다.
저번에는 빨간 국물을 흘리더니
이번에는 아예 밟고 지나가셨다.
'아니, 흰 신발을 누가 이렇게 밟아.'
입 밖으로 짜증이 새어 나왔다.
'진짜, 독립해야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물티슈를 들고 와 닦기 시작한다.
쓱싹, 쓱싹-
묻은 자국이 생각보다 쉽게 지워졌다.
너무나도 깨끗하게
울컥하고 짜증 낸 게 무색할 정도로
화가 사그라들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닐 텐데,
내가 신발장에 넣었다면 이런 일은 없겠지.
솟구치던 독립의 열정이 다시 주춤거리고
오늘도 가족과 부대끼며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