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신발, 검은 자국

by 글쓴이 김해윤



흰 신발 위에 검은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가족과 함께 산다는 건,

이런 일들도 감수해야 한다는 걸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보인 신발에

순간, 속에서 뜨거운 게 확 치밀었다.


저번에는 빨간 국물을 흘리더니

이번에는 아예 밟고 지나가셨다.


'아니, 흰 신발을 누가 이렇게 밟아.'

입 밖으로 짜증이 새어 나왔다.


'진짜, 독립해야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물티슈를 들고 와 닦기 시작한다.


쓱싹, 쓱싹-

묻은 자국이 생각보다 쉽게 지워졌다.

너무나도 깨끗하게


울컥하고 짜증 낸 게 무색할 정도로

화가 사그라들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닐 텐데,

내가 신발장에 넣었다면 이런 일은 없겠지.


솟구치던 독립의 열정이 다시 주춤거리고

오늘도 가족과 부대끼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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