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되지 않는 선택 앞에서

모순처럼 보였던 그 길에도, 마음이 있었다

by 새벽의숲

예전에 친구가 정말 좋아하던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나는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일은 그의 오랜 꿈이었고, 누구보다 열정을 쏟아온 자리였다.

힘들어도 버티는 게 맞다고 믿었던 사람이었기에, "이제는 그만두고 싶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그럴 수 있나? 왜 지금이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어떤 선택은 겉으로 보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오래도록 누적된 균열과 망설임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런 생각을 하던 즈음, 양귀자의 『모순』을 읽었다.


소설 속 진진이라는 인물은 감정적으로 이끌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미래를 함께 그리기엔 불안했다.

그래서 크게 끌리진 않았지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람을 선택한다.


그녀의 이모는 부유하고 평온한 삶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진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모와 닮은 삶을 택한다.


그 선택은 분명 모순처럼 느껴졌다.

나 역시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머릿속에 오래 남은 건 바로 그 '이해되지 않는 선택'이었다.


살다 보면 그런 순간들이 있다.

마음은 분명 한쪽을 향하는데, 발걸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되는 순간들.


예전엔 진심이면 자연스레 이어질 거라고 믿었다.

감정이 충분하다면, 결국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흐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보니, 감정 하나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순간들이 찾아온다.


나 또한 그런 선택을 한 적 있다.

마음이 가는 쪽이 있었지만, 결국 내가 발 디딘 곳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매일이 다르고 자율적이지만 불안정한 삶보다, 예측 가능하고 단조롭지만 안정된 길을 택했다.

그 선택을 하던 순간에도, 그리고 그 선택 이후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자꾸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 길을 택한 걸까.


『모순』 속 진진의 선택은, 결국 나의 선택과 닮아 있었다.

감정과 삶의 무게 사이에서, 우리는 늘 '덜 아픈 길'을 택하려 한다.

때로는 그 길이 더 아파 보이더라도 말이다.


그 선택의 이유는 바깥에서 보면 쉽게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수없이 많은 밤과 생각 끝에 겨우 하나 골라낸 결정일 때가 많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

그 안에도 분명, 누군가의 밤, 누군가의 눈물, 누군가의 망설임이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 모든 모순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모순』이라는 제목처럼, 삶은 그렇게 단순히 나뉘지 않는다.

진심과 선택이 어긋날 수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진짜일 수 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누군가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 선택에도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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