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의 상상

혼자인 삶, 함께하는 삶, 그 사이에 머무는 나의 마음

by 새벽의숲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여전히 혼자 살고 있는 내 현실과 가능한 미래들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린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골목길에 사람은 없고,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흔들린다.

문득, 이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 고요함이 좋기도 하면서,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정적을 깨기 위해 TV를 켜고, 어제 먹다 남긴 음식을 데운다.

모든 게 내 마음대로 되는 자유로운 공간이지만, 문득 이런 나날이 너무 오래 이어지는 건 아닐까 싶다.

이것은 지금 내 삶의 연장선이다. 편안하지만 가끔 공허한, 자유롭지만 때로는 의미를 찾기 어려운 나날들.


현관문을 열자마자 불 켜진 집과 익숙한 목소리가 반긴다.

오늘 하루를 나누는 짧은 인사.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하지만 항상 함께여야 한다는 사실은 또 다른 무게가 된다.

혼자일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과 타인의 리듬에 맞춰야 하는 피로.

분명 함께인데, 가끔은 혼자 있는 것보다 더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문을 열자마자 아이의 울음소리와 장난감 부딪히는 소리들이 몰려든다.

앉기도 전에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다시 일어나야 한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시간들.

차려둔 식탁은 식은 채로 남아 있고, 오늘 하루에 나는 있었을까 돌아보게 된다.

작은 손길의 따뜻함에 웃음 짓기도 하지만,

이제는 내 삶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이 뼈 깊이 느껴진다.

내가 사라지는 감각.


자유롭지만 고요한 외로움 속의 삶,

함께 있지만 오히려 더 외로워질 수 있는 삶,

누군가를 위해 나를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삶.

모두 나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가능성들.


이런 상상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선택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선택한 후에는 돌이킬 수 없다는 무게감.


하지만 이런 고민들을 통해 깨닫는 건, 완벽한 삶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아니라, 선택한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따뜻하게 받아들이면서,

언젠가 마주할 선택의 순간에서도 후회보다는 용기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그리고 어떤 삶을 살게 되든, 그 안에서 나만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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