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초침이,
또렷하게, 그러나 멀리서 들린다.
물속에서 울리는 것처럼, 묵직하고 느리다.
숨이 얕아진다.
가슴이 오르내릴 때마다 공기가 빠져나가고,
그 사이로 빈틈이 생긴다.
그때—
투명한 웃음소리.
내 안에 가득 차오르던 작은 빛.
맑고 작은 숨결이 귀에 닿는다.
그 온기가 낡은 스웨터처럼 감겨오며,
오래된 나프탈렌 향이 은은히 스며든다.
그 향은 곧 장롱 속 오래된 옷들과 함께 떠오른다.
달고, 매캐하고, 오래된 나무장 속에 배어 있는 냄새.
장롱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린다.
먼지가 빛을 타고 천천히 떠오른다.
검은 양복.
하얀 블라우스.
그리고 언젠가 입었던 붉은 꽃무늬 치마.
오랜 시간을 함께한 옷들이, 마치 숨을 쉬는 것 같다.
그 붉은 치마를 꺼내 입고 현관을 나선다.
현관 바닥이 차갑다.
돌의 냉기가 발끝에서부터 올라온다.
순간, 세상이 기울고—
차가운 타일이 뺨에 닿는다.
금속 맛이 입안에 번진다.
아득한 사이렌 소리.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가.
흔들리는 불빛 속에서 모든 것이 잠긴다.
하얀 천장.
형광등이 윙, 윙, 낮게 진동한다.
여름밤 모기 소리를 닮았지만, 더 깊고 끈적하다.
손목엔 거친 끈이 감겨 있다.
눌린 자리에 열이 맺혀 있다.
팔 위의 바늘 자국마다 미세한 통증이 깜박인다.
하얀 옷의 남자가 다리를 주물러 준다.
거칠지만 따뜻하다.
가족의 손일까, 간병인의 손일까.
그 이름이... 있었나.
창밖 나무 잎이 노랗게 물든 듯 보인다.
아니면 이미 떨어져 바람에 굴러다니고 있을까.
바람이 유리창을 스친다.
얇고, 차갑다.
문득, 작은 발이 떠오른다.
그 발이 걸음을 떼었을까.
그 작은 손가락, 여린 피부, 체온이
어렴풋이 스친다.
언젠가 그 손이 누군가를 잡고, 또 놓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시작이면서,
누군가의 끝이다.
그 사실이, 숨보다 멀다.
패혈증.
의사들이 말하던 단어가 귀 속에서 천천히 돈다.
바늘이 들어올 때의 금속 차가움,
빠져나간 자리에 남는 둔한 욱신거림.
달력은 이제 내 피부 위에 찍혀 있다.
얼굴이 번진다.
이름이 번진다.
관계가 번진다.
물에 젖은 종이처럼,
점점 읽을 수 없게 된다.
살아 있으면서도,
조금씩 없어지는 중이었다.
호흡이,
또 한 번,
얕아진다.
웃음.
냄새.
바람.
그 속에서,
누군가가 내 손을 잡는다.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 온기.
나는 그 온기를 따라,
깊고, 고요하고,
따뜻한 곳으로 걸어간다.
방 안에는 나프탈렌 냄새가 가만히 머물고,
낡은 옷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나만,
그곳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