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이 너무 굳어서 그런 거 아니야? 좀 웃으면서 사람을 대해봐."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꽤 자주 들었던 말이다. 대학교 때 팀 프로젝트를 하다가였을까, 군대에서 훈련을 받다가였을까, 아니면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였을까. 어쩌면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들어온 말이었을 것이다.
그때마다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솟았다. 타고난 내 성향이 그러한데, 남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웃음을 지으라는 강요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타인의 요구에 맞춰 표정을 하나하나 바꾸다 보면, 결국 고유한 '나다움'마저 희석되어 사라질까 봐 두려웠던 탓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경험이 쌓인 덕분일까, 혹은 시야가 넓어진 탓일까. 갑작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웃는 게 내가 아예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도 아닌데, 고작 표정 하나 바뀐다고 나다움이 사라질까?'
웃음으로 인해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지고, 그로 인해 나를 좋게 생각하여 내게 호의를 베푼다면, 결국 웃음을 짓는 행위는 타인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일이 된다.
웃음은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비굴함이 아니라, 나를 더 편안하게 만들기 위한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렇게 관점을 바꾸고 나니, 웃음을 짓는 것에 대한 오랜 거부감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런 태도가 비단 웃음에만 국한된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타인을 향한 행동을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어떨까. 억지스러운 희생이 아니라 나의 평온을 위한 선택이라고 여긴다면, 무겁게만 느껴졌던 행동들도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