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걸어오던 길이었다. 길모퉁이에 빼곡히 주차된 차들을 보며 문득 나의 운전 습관, 아니 '불안'을 떠올렸다.
나는 차를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운전석에 앉기 전부터 시작되는, 꼬리를 무는 걱정들 때문이다. 누군가를 태우러 가거나 잠시 내려주기 위해 정차하는 그 짧은 찰나에도 마음은 편치 않다. 혹시 뒤차가 경적을 울리지는 않을까, 나의 멈춤이 누군가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세상은 '나'와 '너'로 이루어져 있다지만, 돌아보면 나의 시선은 지나칠 만큼 '너'를 향해 있었다. 타인의 불편함을 미리 짐작하고 배려하려 애쓰는 동안, 정작 나의 마음이 어떤 모양인지는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렇게 타인을 의식하는 시간이 켜켜이 쌓이는 사이, 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는 점점 흐릿해져 갔던 것 같다.
주차된 차들을 지나쳐 다시 걷는다. 이제는 바깥의 소음보다 내 안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 나의 세계가 다시 나로 채워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