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그 잔인하고도 다정한 위로

by 새벽의숲

어린 시절의 나는 제법 긴 시간 동안 삶의 무게에 버거워했던 것 같다. 매일 밤, 하루빨리 이 시기가 지나가기만을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으며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은, 캄캄한 터널을 걷던 당시의 나에게 유일한 구원이자 희망이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장에 기대어 묵묵히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삶의 궤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일상을 돌아보니, '어쩌면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가 아닐까?' 하는 낯선 감각이 찾아왔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쌓아온 시간들이 제법 단단한 형태를 갖추었고, 내 삶은 이전에는 몰랐던 만족감과 안정감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부터, 과거의 나를 위로했던 문장들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그 당연한 진리가 이제는 감당하기 힘든 재앙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의 나에게는 비록 현실이 고통스러울지언정 내일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현실에 충분히 만족하면서도, 언젠가 이 평온함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힘들 때에는 그 무게에 짓눌려 괴롭고, 만족스러울 때에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온전히 기뻐하지 못한다면, 내 삶에서 진정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순간은 도대체 언제일까. 수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고민한 끝에 나는 조용히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결국 내게 필요한 것은, 똑같은 사실 앞에서도 기왕이면 긍정적인 이면을 발견해 내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의식적으로라도 삶의 밝은 면을 바라보는 습관을 들여보려 한다.


다시 시련이 찾아와 주저앉고 싶은 날에는 '바닥을 쳤으니 앞으로는 다시 행복해질 일만 남았다'며 스스로를 다독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평온한 날에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상실을 미리 두려워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이 참 감사하다'며 온전히 그 행복을 만끽할 것이다.


시간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내 삶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겠지만, 그 위를 걷는 나의 발걸음은 이제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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