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지 않는 저울

by 새벽의숲

핸드폰 화면을 넘기다 무심코 손가락을 멈췄다. 작년에 결혼한 친구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어 있었다. 어느 카페 창가에 나란히 앉아 카메라 렌즈 대신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두 사람. 별생각 없이 내리던 화면을 다시 위로 끌어올려 가만히 그 온기를 들여다보았다.


화면에서 눈을 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내 방이 눈에 들어온다. 혼자인 저녁은 자유롭고 고요하다. 좋아하는 웹툰을 보며 맥주 한 캔을 기울이는 시간, 누구의 허락도 조율도 필요 없는 온전한 나만의 자유다. 하지만 가끔은 그 고요함이 조금 버겁게 다가오는 날도 있다. 하루 종일 밖으로 목소리 한 번 꺼내지 않은 채 저무는 밤이면, 벽시계 초침 소리만이 방 안을 맴돌아 마음 한구석이 적적해지곤 한다.


불 꺼진 거실로 들어설 때 어둠 대신 누군가의 온기가 나를 맞아주면 어떨까. 늦은 밤 마주 앉아 가벼운 야식을 나누고, 아침이면 부스럭거리는 작은 기척에 눈을 뜨는 일. 분명 따뜻하겠지만 막상 상상을 이어가다 보면,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나의 소중한 자유를 조금 나누어주는 일이기도 하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맘 편히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두지도 못하고, 잠자리에 드는 타이밍이나 밥을 먹는 속도마저 누군가와 맞추어 가야 하는 날들.


손바닥 위에서 핸드폰 화면이 스르륵 어두워진다. 까맣게 변한 액정 위로 우두커니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비친다. 혼자일 때 누리는 자유와 둘일 때 채워지는 온기 사이에서, 어느 쪽도 선뜻 내려놓지 못한 채 기울지 않는 저울을 바라본다. 그렇게 또 하루의 고요한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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