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쓰기 시작했다.

내면과 마주하기 위해

by 가치

나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나를 어필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를 봐주지 않는단 걸 알았다.


과거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동료가 있었다. 업무에 대한 능력 및 지식을 견주어보았을 때,

나보다 크게 뛰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했고, 나는 이직에 실패했었다.

그와 나는 무엇이 그토록 달랐던 걸까? 나는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었고,

세상은 자신을 표현하지 않는 나를 봐주지 않은 듯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그냥 보통의 평범한 사람일 뿐이란 걸. 분양 센터에서 집사에게 간택당하길 바라는

애완묘의 마음처럼 내가 선택받기 위해서, 그리고 더 멀리 내딛기 위해서 나의 심연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무형에서 머물렀던 나의 표현이 글 쓰기라는 유형이 되어, 실체를 갖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나는 내가 생각하던 내가 아니었다. 무던하고 참을성 많은 사람이라고 30년 넘게 살아왔다.

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마주한 나는 내가 알던 내가 아니었다. 생각한 대로 진행이 안되면 예민해져서,

누군가 말을 걸면 쉽게 짜증 내고, 궂은일을 시키더라도 군말 안 하고 묵묵히 하는 인내심 강한 나는 사실,

싫다고 말하는 것이 불편해서, 그저 피했을 뿐이었다. 진실된 나를 마주하는 건,

옷을 입지 않고 도심을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여태껏 나는 회피라는 옷을 입고 살아왔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이렇듯 진짜 자기를 마주하는 건 놀라움의 연속인데, 어쩌면 나와 같은 고민을 품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세상이라는 풍파에 맞서 살았던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 더욱더 글 쓰기에 매료된다.


왜, 학창 시절에는 그토록 문학이 싫었을까, 재미없어서, 지루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어서라는 표면적 이유 속에는 사실 나를 드러내는 게 두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애정하는 루틴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