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7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것. 자일리톨, 오로라, 프레쉬 에어. 오로라는 내일 보고 자일리톨은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리얼 프레쉬 에어를 느끼러 가겠다. 헬싱키도 공기가 좋지만 근교에 '눅시오'국립공원라는 곳이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해가 일찍 떨어지니 서둘러 나왔다.
헬싱키역에서 '에스푸'라는 도시로 가야 한다. 1시간에 한 대씩 운행되기 때문에 놓치면 골치아프다. 역으로 오니 출발시간 1분이 남았다. 기차로 뛰어가는데 옆에 아주머니 한분도 뛰어 가신다. 가까스로 둘다 기차 안에 들어왔다. 아줌마와 동질감을 느꼈다.
에스푸역에 와서 버스를 타고 '할티'라는 곳에서 내렸다. 안내소가 있다고 했는데 어딘지 모르겠다.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헬스장 같은 곳에 사람이 있어서 들렀다. 문이 너무 무거워 힘껏 밀었는데도 열리지가 않았다. 억지로 열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편백나무향이 건물을 가득 채워서 기분이 좋았다. 사람이 안보여 사무실로 들어갔는데 직원이 이곳은 안내소가 아니라며 얘기한다. 하지만 그는 지도 한 장을 주면서 이곳의 정보에 대해 알려줬다. 안내소는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있었다. 그곳으로 다시 내려갔다.
안내소 안도 편백나무향이 그윽하다. 역시 핀란드다.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다. 그분이 지도를 건네면서 이곳의 정보를 알려줬다. "해가 3시에 떨어지니깐 그전까지는 나오셔야돼요!" 원래 계획했던 긴 코스는 힘들 것 같다. 재작년에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무리해서 가다가 어쩔 수 없이 혼자 야간산행을 하다가 낭떠러지에 떨어질 뻔한 기억이 있어 무리하고 싶진 않았다.
주황색 표시를 따라 트레킹을 하면 된다.
안내소를 나와 나무에 박힌 주황색 안내표시를 따라 걸었다. 겨울이라서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순록이나 한번 봤으면 좋겠다. 안개 낀 길을 따라 걷는데 공기가 상쾌하다. 코에 있는 코딱지도 다 떨어질 듯한 맑은 공기이다. 걷는건 천천히 했다. 며칠 전 온 것 같은 눈들이 얼어서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표시가 갈리는 곳으로 왔다. 빨강, 파랑, 노랑의 표시가 있었는데 빨간색이 가장 짧으니 그곳으로 걸었다. 걸으면서 느낀 건 이곳에는 호수가 많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만 온 나라에 호수가 바글바글하다고 한다.
핀란드는 호수가 많다.
걷다가 간이 화장실처럼 생긴 건물이 보였다. 문을 열었는데 화장실이 맞다. 구멍 밑으로 변들과 나무 톱밥들이 섞여있었다. 이상한 것은 간이 화장실인데 악취가 전혀 나지 않았다. 나무의 그윽한 향이 나서 오히려 좋았다. 역시 청정의 나라 간이 화장실답다.
나무향기가 그윽했던 간이화장실
캠핑사이트에서 찍은 사진
조금 걷다가 호수 옆에 캠핑사이트 같은 곳이 보였다. 그곳에서 어린 여자 꼬마와 젊은 부부를 봤다. 걸으면서 처음으로 본 사람들이었다. 너무 반가워서 말을 걸었다. 얘기를 하면서 조금 쉬다가 다시 트레킹을 하려고 준비를 했다. 호수 쪽을 보니 여자애가 물가에서 나뭇가지로 노는데 그 모습이 예뻤다. 사진기를 들어 찍었다. 좋은 풍경에 사람이 있을 때가 사진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여자아이가 귀여웠다.
여자아이와 어머니
주변을 짧게 한 바퀴 트레킹했다. 출구 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서서히 보인다. 시간이 2시가 다되어 가서 얼른 버스정류장을 찾으러 갔다. 표지판에서 3km라고 적혀있어 힘들진 않을 것 같았다만 눈길이 미끄러워 시간이 오래 걸렸다. 너무 미끄러워 이번엔 아이젠을 찼다. 그렇게 걷는데 차 한 대가 길을 따라 나가는 것이 보였다. 히치하이킹이나 한번 해봐야겠다. 손을 흔들었는데 바로 나를 태워준다.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주세요." 차에 있던 남자는 흔쾌히 승낙하고 너무나 쉽게 정류장으로 갔다.
사실 저때 잘 못 알아들어서 'oh really'만 계속 했다.
버스가 한참을 안 온다. 숲 속이니깐 그러려니 했다. 버스가 오는 쪽을 보는데 차가 나왔던 길 쪽으로 아까 얘기했던 가족들이 나온다. 그들과 다시 인사했다. 젊은 부부한테 핀란드어로 인사를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모이!" 아이는 약간 수줍어하다 이내 밝은 얼굴로 다시 내게 "모이"라고 한다. 몇 분 있다가 버스가 왔고 다시 '에스푸'역으로 갔다. 그곳에서 그들과 헤어졌다. 부부와 악수를 하고 헤어지는데 아이가 내게 손을 건네며 악수를 한다. 귀엽다.
눅시오국립공원
4시쯤이 되어 헬싱키로 돌아왔다. 시간이 이르지만 밤이 되었다. 역 근처에서 어제 가려고 한 햄버거 집에 들러서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