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오로라!

감격의 순간

by 조재현

2020/01/08
호스텔에 짐을 맡기고 역으로 향했다. 오늘은 오로라 보러 '로바니에미'라는 도시로 가야 한다. 북극권 지역이라 헬싱키에서도 멀었다. 기차를 타고 9시간을 가야 한다. 기차에서 사진 정리와 글을 적었다. 밀린 글을 적으려고 했는데 생각이 떠오르질 않아 다 적진 못했다.

로바니에미는 5시가 되었지만 이미 한밤 중이었다. 게다가 사방은 온통 빙판길이었다. 아장아장 걸으며 호스텔로 갔다. 오늘 오전까지 흐리다고 나온 일기예보와는 달리 달과 별이 밝게 떠있다. 오늘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호스텔에 도착하여 거기서 하는 오로라 투어를 신청했다. 밤 9시에 출발한다고 한다. 그전에 밥이나 먹으러 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피자 뷔페가 보였다. 생각따윈 하지 않고 들어갔다. 핀란드에는 뷔페식당이 엄청 많은 것 같았다. 뷔페는 아이스크림을 포함하여 12유로밖에 되질 않았다. 가성비 짱이였다. 그릇을 받고 피자를 우걱우걱 먹었다. 여행하면서 밥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로바니에미에서 묵었던 'wherever hostel'

호스텔 안에는 아시아 여자 두 명이 있었다. 한국인인 줄 알았는데 홍콩 사람이었다. 그 중 한 명인 '클로에'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이틀을 있었지만 실패하고 오늘 밤 9시에 기차를 타고 떠난다고 한다.
"오늘 밖을 보니깐 날 정말 좋던데 오늘 오로라 각이야. 난 오늘 보러 가지롱~" 내가 은근히 놀렸다.
"맞아. 아 왜 오늘 떠나는 걸까? 어떻게 해야 하지 기차 취소해버릴까?"
"그냥 해버려 오늘 고고."
나는 그녀를 살살 꼬드겼고 그녀는 "Give me one second"를 50번 정도 하더니 투어가 출발하기 30분 전 결국엔 기차를 취소하고 투어를 신청했다. 기차표는 환불은 받을 수 있다는데 수수료가 꽤나 나간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수수료가 제물이 돼서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9시가 되어 가이드가 왔고 우리는 오로라를 보러 나갔다. 차 안에서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wherever hostel

처음으로 얼어 있는 호수를 갔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데 오로라는 보일 기미가 없다. 가이드는 여기서 그냥 기다리라고 한다. 2시간 정도를 기다렸는데도 나타나질 않는다. 오로라를 알려주는 앱에서도 깜깜무소식이다. 좀 더 북쪽으로 가면 볼 수 있다고 나올 뿐이었다. 같이 온 일행들에게 다른 데로 옮기고 싶다고 말을 했다. 그런데 얘네들은 그냥 여기 있자고 한다. 다른데 가봤자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고 한다. 아니 여기서 보이지도 않는데 일단 한 번 다른 데로 가봐야 되는 거 아닌가? 클로에 저자식도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하는데 왜 저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는 건가.

처음 갔던 곳에서는 별과 달밖에 안보였다. 북두칠성을 찍은 사진

30분 정도가 지났다. 내일이면 다시 헬싱키로 떠나야 해서 조급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소극적인 다른 사람들의 태도에 화가 더 난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일행들에게 다른 데로 가야겠다고 강력히 어필했다. 그들도 나의 완강한 태도에 어쩔 수 없이 ok라고 한다. 이윽고 가이드한테 가서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했다. 그는 약간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차에 시동을 켰다. 20분 정도 지나서 다른 곳으로 도착했다. 차를 타고 가는 도중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내가 있는 곳에서 오로라는 볼 수 있다는 알람이었다. 이곳에서는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오로라를 보고 감격했다.

그곳에는 아까 전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들고 온 카메라 렌즈의 끝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어?!"

뭔가 희미하게 초록색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찍어보았다. 오로라가 맞다. 진짜 오로라였다! 하늘을 자세히 바라봤다. 초록색의 무언가가 춤을 춘다. 탄성을 질렀다. 나도 이런 걸 볼 수 있다니 감격스러웠다. 카메라로 이곳저곳을 찍어댔다. 가이드 말로는 오늘 달이 거의 보름달이라서 오로라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 정도만 볼 수 있는 거에 감사한다. 감동이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아까 났던 화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단 한 번에 오로라를 볼 수 있어서 오늘 운이 정말 좋은 것 같다.

오로라
오로라

새벽 1시가 되어 호스텔로 돌아왔다. 오로라를 본 감격 때문에 얼굴에 웃음이 머금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잠을 잘 때도 계속 웃음이 났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