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도착

오랜만에 만나는 기스와 마고(벨기에 커플)

by 조재현

2020/01/14
밤을 넘어가는 버스에서 잠을 취하는 건 상당히 힘들다. 4번 정도는 깬 거 같다. 그리고 깰 때마다 들리는 좌석 너머로 들리는 방구소리. 뒤를 돌아봤는데 버스가 출발할 때 맥주를 거나하게 드시던 할아버지가 떡실신하셔서 방구를 뀌신다. 쉴 새 없이 뀐다는 말을 이때 써야 하나? 3번째로 깬 건 저놈의 방구소리 때문이다. 냄새까지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저씨 그만 좀 뀌세요.'

새벽 4시가 되어 네덜란드의 두 번째 도시인 '로테르담'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여기서 7시 35분까지 기다려야 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두둑두둑 비가 거칠게 내린다. 바람까지 많이 불어서 추웠다. 정류장 옆에 있는 기차역 라운지 안으로 들어갔다. 큰 공간에 사람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만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거세서 2층에 있는 화장실 옆으로 올라갔다. 누추한 차림의 아저씨가 화장실을 나오면서 문을 잡아준다. 화장실이 유료인 유럽에서 공짜로 들어가게 해주는 배려가 감사했다. 들어간 김에 장을 비웠다.

IMG_0102.jpg 벨기에의 작은도시 '코트르리크'이다. 오늘의 목적지이다.


2층 바닥에 앉아 쉬고 있는데 경비원들이 1층으로 내려가라고 한다. 1층은 너무 추웠다. 그 자리에서 내복을 다시 껴입었다. 사람도 많이 없을뿐더러 누가 보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잠깐 앉았는데 그대로 자버렸다. 7시 20분쯤이 돼서 알람이 울렸다. 일어나서 버스를 탈 준비를 했다. 비를 맞으며 정류장으로 돌아왔고 제시간에 버스가 왔다. 좌석에 앉자마자 다시 자버렸다.

벨기에의 '코르트리크'라는 소도시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기스와 마고' 커플을 만난다. 작년 9월에 통영 갔을 때였다. 그곳 게스트하우스에서 친해진 커플이다. 같이 미륵산에 올라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감상했다. 또 소매물도까지 같이 갔었다. 그래서인지 정이 생겼던 친구들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유럽을 간다고 하니 자기네 집으로 오라고 초대를 했다. 지구 저 멀리에 나를 맞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기스'는 나를 위해 휴가까지 내서 같이 놀기로 했다. 그의 따뜻한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IMG_0087.jpg 벨기에의 작은 도시 '코트르리크'


11시 15분에 도착했다. 근처 맥도날드 앞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서있었다. 12시가 조금 지나자 '기스'가 나를 맞이하러 왔다. 오랜만에 보니 많이 반가웠다. 포옹 한번 하고 시내버스를 타러 갔다. 15분 정도 짐을 맨 상태로 탔다. 빨리 짐을 풀고 싶었다. 그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니 집에 도착했다. 기스는 내게 잠잘 방을 안내해줬다

코트르리크에서 머물렀던 친구의 집.

"재현 여기까지 왔는데 뭐하고 싶어? 말만 해!"

일단 씻고 한숨 자야겠다고 했다. 기스는 자고 일어난 다음에 이도시를 구경시켜준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자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3시간을 자버렸다. 생각보다 피곤했나 보다.

코트르리크에 있던 성당 외부


코트르리크에 있던 성당 내부


밖으로 나와서 그는 중세시대 때 만들어졌다는 성당을 보여줬다. 사실 러시아에서부터 성당을 너무 많이 봐서 진절머리가 나는데 여기는 여태 봤던 성당들과는 달랐다. 동네를 걷는데 아시아인은 나밖에 보이질 않는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신기해서 사진을 찍자고 한다. 많이 신기한가?

IMG_0089.jpg 같이 사진을 찍었던 꼬마애들

기스와 같이 그의 단골인 술집으로 갔다. 그는 벨기에 맥주에 자부심이 있었다. 추천해준 맥주를 마셨는데 맛이 좋았다. 한잔만 마셨는데도 취해서 후딱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는 마고가 일을 끝내고 돌아와 있었다. 나긋한 목소리에 인사를 해주는데 많이 반가웠다. 잠시 후 기스가 밖으로 나가 벨기에식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닭봉을 조금 사 왔다. 일어나자 먹었던 소시지 때문에 조금만 먹고 남겼다. 내일 아침으로 먹어야겠다.


IMG_0097.jpg 코트르리크의 어느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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