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자유와 낭만이 가득한

편견이 사그라드는 순간

by 조재현

2020/01/16
"헤이 재현 일어나봐! 남은 여행 잘해~ 난 이제 출근할게! 다음에 또 봐!"
출근이 빠른 '마고'가 자고 있는 나를 깨워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잠결에 받아주었고 다시 몇 시간을 더 잤다. 10시 반쯤에 일어난 나를 '기스'가 반겼다.
"굿모닝 기스"
"굿모닝! 재현 오늘 몇 시 버스야?"
"아마 11시 45분일 거야."
"다시 한번 봐봐 확실하면 좋잖아!"

기스의 충고가 귀찮았지만 버스시간을 다시 확인하였다.
'엥!!! 버스시간이 생각한 것보다 이르잖아!'

11시 45분이라고 생각했던 버스시간은 11시 15분이었다. 출발하기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짐을 어제 미리 챙겨서 다행이다. 기스와 같이 역 근처 정류장까지 빠른 걸음으로 갔다. 배낭 하나는 기스가 들어줬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시내버스에 올랐다. 버스 문을 사이에 두고 '기스'와도 작별 포옹을 했다. 파리로 가는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에 도착하니 11시 10분이 되었다. 다행히도 안전하게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파리로 가는 길 여태껏 본 유럽의 우중충한 날씨와는 달리 청명한 날씨였다.

버스에서는 잠을 자려고 시도했지만 눈이 감기지 않는다. 가는 내내 창밖을 바라봤다. 벨기에와는 다르게 하늘이 맑았다. 얼마 만에 보는 햇살 낀 파란 하늘인가? 햇살을 보고 감격한 건 오랜만인 것 같다. 파리에 가까워지니 교통체증이 시작된다. 다른 유럽 도시에서는 없었던 것인데 파리에서는 심하다.

사실 파리에 오기 전에 편견이 있었다. 지저분하고 사기꾼들이 즐비하고 소매치기들이 득실 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 편견들이 서서히 사라졌다. 정류장 근처 공원을 가로질렀다. 초록의 공원과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있거나 뛰어놀고 있는 사람들, 그 위로 파란 하늘은 나의 긴장한 마음을 풀리게 만들어준다. 이래서 사람들이 '파리, 파리'하는 거였구나.


버스에서 내린 후 처음으로 마주한 파리의 모습. 어떤 공원이었는데 여유가 넘쳐서 좋았다.

지하철을 타면 소매치기가 많다고 해서 겁이 났다. 그래서 유럽에서 유행하는 공공 전동 킥보드를 타고 숙소로 가기로 했다. 해당 앱을 깔고 돈을 충전했다. QR코드를 찍고 스쿠터를 탔다. 휴대폰으로 지도를 대충 보면서 숙소로 향했다. 킥보드를 타고 '센 강'가를 지났다. 이렇게 센치하게 돌아다니니 파리지앵 다됐다. 스스로 뿌듯해하며 찾아갔다. 하지만 그건 불행의 시작이었다.

유리로 비춰진 킥보드를 타는 나의 모습. 이때는 내가 정말 파리지앵이 된 것 같았다.

어느 정도 근처에 왔는데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될 걸 직진해서 갔다. 문제가 생겼다. 길을 잘못 들었다. '아 어쩐지 구글맵이 잘못 가리키고 있더라.' 다시 돌아가려는데 킥보드가 느리다. 표시판이 깨져서 배터리가 얼마나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방전된 것이 확실하다.
'여기서 킥보드 주차시키고 다른 킥보드로 바꿔타야지.' 그런데 주차금지 구역이라고 어플에 뜬다.
'왜 그런 거야? 씨이바알'
육두문자가 먼저 나왔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일단 아까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된다. 그래야지 주차를 할 수가 있다. 킥보드를 타질 못하고 낑낑거리며 끌고 돌아갔다. 몸에는 땀이 흥건히 젖었다.

30분 정도 지나 주차공간으로 왔다. 한 시간 정도 타서 20유로가 나왔다. 킥보드를 바꾸고 다시 호스텔로 갔다. 근처까지 왔는데 또 주차금지구역이었다. (알고 보니 주차금지구역은 파리시가 아니라 근교라서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근처 성남이나 일산 느낌.) 다시 주차공간으로 가서 주차를 하고 걸어서 호스텔로 갔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시간은 시간대로 빠져나갔다. '이럴거면 지하철 탈 걸...' 후회가 밀려온다. 호스텔로 체크인을 하고 마트에 잠시 들렸는데 골목마다 대마 냄새가 풍긴다. 프랑스에서는 대마가 합법인가?

밥을 먹고 잠깐 쉬다가 호스텔 1층에 갔는데 코미디쇼 같은 걸 한다. 좀 봤는데 재미없어서 에펠탑으로 갔다. 에펠탑을 8시 반쯤 도착했는데 지하철역 출구의 창살이 내려간다. 요즘 파리 교통파업 때문에 일찍 닫는 것이라고 한다. 돌아가는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에펠탑으로 가야겠다.

서서히 보이는 에펠탑

걸어서 가는데 에펠탑이 서서히 보였다.
'어...!!!'
오기 전까지만 해도 별로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감동이 해일처럼 가까이 갈수록 밀려온다. 말로만 듣던 에펠탑을 이제야 본다. 왜 사람들이 에펠탑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겠다. 이거만 보고 파리를 떠나도 본전 이상은 뽑은 거다. 그만큼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휴대폰과 사진을 들이미는데 50% 이상이 한국인이다. 다른 유럽에서는 한국인이 찾기 거의 힘든데 파리에 몰빵한 것 같다. 한국인들의 파리에 대한 환상이 큰 것 같았다. 에펠탑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오랫동안 감동에 젖었다.

에펠탑이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아름다운 에펠탑

숙소로 돌아갈 때는 다시 킥보드를 탔다. 제대로 길을 찾아서 가는데 어리버리 안 까서 예상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다. 돌아온 호스텔에는 사람들이 난리다. 키스하는 사람, 술 먹는 사람, 춤추는 사람. 그 모습이 자유로워 보였다. 자유로운 파리와 정말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이런 광경들이 파리의 매력이 아닐까?

파리에서 에펠탑만 보고 돌아가도 본전 이상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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