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사진 작업을 하려고 했다. 호스텔 로비가 있는 1층을 내려갔는데 한국인분이 계셨다. 그분과 얘기를 했는데 스페인에 교환학생으로 있다가 잠시 놀러 왔다고 한다. 친구들이 잠시 후에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얘기를 나누다 사진 작업이 다 끝나서 먼저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처음으로 몽마르뜨 언덕을 가려고 한다.
구글에서 가르쳐준 곳은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무슨 무덤이 보인다. 언덕이 아니라 몽마르뜨 무덤이라고 나온다. 언덕을 가려면 무슨 성당을 가야 한다. 거리가 얼마 걸리지 않아 걸으려다가 귀찮아서 킥보드를 타고 금방 도착했다.
몽마르뜨 언덕인 줄 알고 왔던 몽마르뜨 묘지.
언덕에 도착할 때쯤부터 한국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날은 춥지 않아 좋았다. 성당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적당히 붐빈다. 이런 게 나는 좋다. 앞에는 파란 하늘과 하얀 성당이 있고, 뒤로는 파리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이래서 몽마르뜨 몽마르뜨하는 건가 싶다. 성당 밑에 하얀색으로 조각상을 따라한 아저씨가 보였는데 사진을 찍었다. 정말 친절하게 사진을 찍혀줘서 돈을 조금 주려고 했는데 괜찮다며 자신은 일을 한 것뿐이라고 한다. 멋있습니다 아재.
몽마르뜨 언덕과 거기서 만난 퍼포먼스를 하는 아재
그 유명한 몽마르뜨 언덕
몽마르뜨 언덕은 감동이었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있고 싶었지만 다른 곳도 봐야 하니 한 시간만 있다가 에펠탑으로 향했다. 중간에 개선문도 있길래 잠시 들렀는데 엄청 크다. 생각보다 커서 깜짝 놀랐다. 에펠탑 근처에서 밥을 먹었는데 현금을 다 써버렸다. 가까운 atm으로 가서 300유로를 뽑았다. 그때 300유로를 뽑지 않았다면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랑스 개선문. 엄청 컸다.
에펠탑에 가기 전 먹은 햄버거.
에펠탑에 왔다. 밤과 다른 낮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에펠탑 앞에서 음악을 켜고 춤을 추는 사람들, 아름다운 구름과 함께 있는 에펠탑을 찍는 사람들, 그들에게 흥정하는 노점상. 여기서 나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어제 사진을 찍은 곳으로 내려가 보았다. 역시 사진이 괜찮다. 그런데 옆에 야바위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뭔가 싶어 봤다. 그때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돈을 따는 사람이 있고 잃은 사람이 있는데 저 쉬운 걸 왜 못 맞추나 싶었다. 신기해서 5분 정도 봤는데 옆에 사람이 나를 꼬드긴다.
활기가 넘쳤던 낮의 에펠탑. 저기 근처에 야바위꾼들이 많으니 나처럼 되지마시길ㅠ
"헤이 한번 해봐 되게 쉬워!" 그 악마의 꼬드김을 몇 분간 참다가 50유로만 해보자 해서 했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50유로 정도는 파리의 관광료라고 생각했다. 50유로를 배팅했는데 더블로 달라는 것이다. 엥? 와이? 난 50유로만 할 건데! 3개 중에서 하나를 까서 돈을 더 줘야 한다고 한다. 옆에 사람들도 하라고 한다. 나는 얼떨결에 200유로를 줬고 내가 고른 컵에는 공이 안 보인다. 와 시발 존나 빡친다! 나 50유로만 하려고 했는데 왜 200유로를 뺐어가는 거냐!! 너무 열 받아서 말도 안 나왔다.
에펠탑. 좋다
잠시 그곳을 벗어났다가 마음을 진정시켰는데 안된다. 나머지 100유로가 있었는데 또 해버릴까? 악마가 또 속삭인다. 그래 시발 50유로만 메워보자. 나는 돌아가 또 했고 바로 또 잃어버렸다. 인출한 지 10분 만에 현금이 다 사라졌다. 하아... 마음을 다잡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속에서는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파리의 지하철 안과 관광지들. 두번째사진은 노트르담 성당이고 세번째 사진은 무슨 혁명기념광장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저녁에는 루브르 박물관을 갔다. 금요일 저녁은 학생은 공짜라고 해서 왔다.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아침에 만났던 여성분과 친구들을 우연히 또 만났다. 이야기하면서 입장을 기다리는데 앞에서 시위를 해서 박물관에 들어가지 못했다. 박물관 관계자가 우리 보고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냥 호스텔로 돌아가기 아쉬웠다. 다 같이 에펠탑으로 향했다. 비를 맞으면서 걸어갔는데 낮에 했던 야바위 때문에 빡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저 비가 비인지 내 눈물인지 모르겠다. 에펠탑에 도착했을 땐 비가 그쳤고 그녀들에게 사진을 찍어줬다. 엄청 만족스러워하는데 기분이 좋았다.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으로 걸어가는 길에 본 건물. 예뻤는데 어딘지는 모르겠다.
11시가 다되어 호스텔로 돌아갔다. 방으로 들어가니 외국인 친구들이 분주하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눈이 마주친 내게 인사하더니 클럽에 가자고 한다. 그중 '할리마'라는 친구는 자기 맘에 들어하는 남자가 있어서 가는 거라고 같이 가서 만나자고 한다. 뭐 나는 놀기만 하면 되니깐 좋지. 걔네들이 간단하게 케밥을 먹는데 나는 배가 고팠지만 먹지 않았다. 멍청한 짓에 대한 죗값이라고 생각했다. 속이 쓰렸지만 참았다. 할리마의 남자를 만나고 4명이서 놀았다. 클럽에 갈 줄 알았는데 바에 가서 맥주를 마시면서 얘기를 했다. '할리마'는 내심 그와 같이 밤을 보내는 걸 기대했지만 막차시간이 되자 그는 우리를 보내줬다.
파리의 밤을 같이 보낸 친구들
"그는 게이임에 확실해" 돌아가는 버스에서 내 옆에 앉은 그녀가 라는 말을 세 번 정도 한다. 다른 친구가 "걔 유러피안이라서 적극적이지 않은 거야. 신경 꺼"라고 하며 위로해준다. "대신 우리가 같이 호스텔로 가주잖아." 나는 위로했다. 그녀는 웃어넘겼지만 얼굴에 아쉬움이 남은 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