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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현 Jan 30. 2021

한국음식이 미친 듯이 사무칠 때

한식을 만들어 먹었다.

2020/02/06
오늘은 오랜만에 유하랑 걷기로 했다. 오늘 가는 '레온'에서는 같은 호스텔을 예약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아침은 어제 유하가 앞 마을 빵집에서 산 크로와상을 뜯으면서 시작했다. 오늘은 아침을 먹어서인지 힘이 나는 것 같다.

매일보는 일출이지만 매일 새롭다

레온까지는 40km. 시간으로는 7시간이 걸린다. 꽤 거리가 있었지만 아침을 먹어서인지 빨리 걸을 수 있을 것이다. 12시 전에 25km를 걸었다. 거의 날아왔다. 배가 고파서 중간에 큰 도시에서 허기를 해결하고 다시 걸었다. 4시가 되어서 레온의 숙소에 도착했다. 레온의 중심부에서 미리 점프해서 도착하신 섭이 형님을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오늘 머무를 호스텔까지 데려다주고 본인의 숙소로 돌아갔다. 형님 숙소 근처에 kfc가 있어서 거기서 저녁을 먹자고 약속했다.

'레온'에 있던 아시안 마트

체크인을 하고 씻은 다음 아시안마트로 갔다. 라면, 김치, 소주, 청하를 샀다. 이런 곳에 청하가 있는 게 신기했다. 호스텔에 공용 주방이 있다고 안내되어 있어서 내일 수육을 해 먹기로 했다. 아시안마트를 갔다가 근처 대형마트에서 고기랑 이것저것 재료들을 샀다. 오랜만에 한국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떴다.

오늘의 풍경

사고 온 재료들을 냉장고에 넣으려고 주방에 갔다.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다른 건 다 있는데 인덕션만 없다. 요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살짝 당황했지만 그냥 섭이형한테 전화해서 거기 호스텔에 주방이 있으면 거기서 오늘 같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옆에 유하를 보니 멘붕이 온 표정에 엄청 침울해한다. 자신이 여기 호스텔에 가자고 강력히 밀어붙여서 간 건데 인덕션이 없어서 음식을 못해먹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다.

강아지 산책을 하는 아저씨와 인사했다.

섭이 형님한테 사정을 말하니 형님네 호스텔에서 허락해주었다. 요리할 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형님네 호스텔로 갔다. 가는 내내 유하가 연신 미안하다고 말한다. 요리해서 먹자고 한건 나라서 미안하면 내가 더 미안해야 하지 본인이 왜 미안해하는지 모르겠다. 괜찮다고 계속 위로했다.

십자가가 누워 있는 카미노 길

형님네 도착을 하니 kfc를 사서 기다리고 계신다. 수육을 준비할 동안 우리는 닭을 뜯었다. 이틀 만에 만났는데 몇 년 지나고 만난 사람처럼 반가웠다. 정이 많이 든 것 같았다. 치킨을 다 먹으니 수육이 완성됐다. 간장이 중국용이어서 생각했던 맛은 아니었다만 그래도 김치랑 먹으니 기가 막혔다. 거기에 청하랑 소주를 먹었는데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장기 투숙객 외국인이 우리에게 디저트로 초콜릿 과자를 주셨다. 주방 사용에 디저트까지 여기 호스텔 인심 좋다.

kfc와 김치와 수육

서로 밥 먹으면서 꽤나 많은 얘기를 하고 우섭이 형과 인사하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오는 길이 쌀쌀하니 많이 추웠다. 수육 먹으면서 마시려고 한 맥주가 있어서 우리 호스텔로 돌아와서 2차로 마셨다. 술을 마시니 피곤함이 쏟아져서 후딱 마시고 자러

전봇대의 파란하늘이 예뻤다.

-이날은 El Burgo Ranero에서 León까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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