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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현 Jan 31. 2021

스테이크와 atm

알찬하루

2020/02/07
새벽 세시에 잠시 깼다. 숙소 옆이 클럽거리라 음악소리에 사람의 고성방가까지 있어서 소음이 심하다. 일어난 김에 나가서 놀고 싶었지만 잠이 더 소중해서 노래가 나오는 이어폰을 귀에 꼽고 다시 잤다.

이곳에서 신라면을 샀었다.

9시가 거의 다 돼서 완전히 깼다. 일어나자마자 어제 산 신라면 두 개를 먹기로 했다. 플라스틱 통에 뜨거운 물과 라면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2분 정도 돌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타는 냄새 비슷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느낌이 이상해서 재빨리 꺼냈는데 플라스틱 통 마개가 녹은 것이다. 녹은 것이 라면엔 들어가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전자레인지 돌리는 것을 멈추고 익지 않은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밥까지 말아먹었는데 너무 매워서 고통스럽게 먹었다.

우체국에서 소포를 보냈다. 그 주소이다.

밥 먹고 침대에 누워서 빈둥거렸다. 12시쯤 돼서 유하가 atm기를 간다고 말한다. 나도 오늘 우체국에서 짐을 보내고 유심칩을 사야 해서 따라 나갔다. atm에서 돈 뽑는 건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유심칩을 사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통신사에 들어가서 서류작성을 해야 돼서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유심칩을 해결하고 우체국으로 갔다. 생장에서 시작할 때 짐을 보냈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짐도 너무 무거워서 나중에 쓸 물건들은 또 보냈다. 내일부터는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그런데 택배를 보내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유하한테 많이 미안했다.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

볼일을 다 보고 돌아가려는데 유하가 자신이 아까 찾아본 스테이크 맛집에 간다고 한다. 음식이 비싸니 숙소로 돌아가고 싶으면 가라고 한다. 참네 좀 긍정적으로 말하면 어디 덧나나. 그렇지만 마침 배가 고파서 따라가기로 했다. 식당에서 메뉴를 봤는데 말한 대로 가격이 셌다. 그만큼 맛은 상당했다. 고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디저트까지 흡입했다. 만족스러운 식사다.

디저트

밥을 먹으면서 카톡을 봤다. 산티아고 '순례길 오픈 채팅'에서 다급한 글이 올라와 있었다.
'지금 '레온'에 있습니다. 지갑을 도난당해서 현금이 없습니다. 한국 계좌로 돈을 이체할 테니 카드로 돈을 뽑아줄 수 있으신 분 있나요?'
그것을 보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연락을 드렸더니 내가 머무는 숙소 근처였다. 빠른 시간에 그곳으로 갔다.

식당에서 먹은 계산서

거기엔 40대 정도의 어머니와 고등학생 1학년이 되는 딸과 10살의 아들이 있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여기 오기 전 바르셀로나에서 지갑을 도난당했다고 한다. 400유로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며칠 있으면 남편분이 오셔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 얘기를 나누는데 10살짜리 아들이 옆에서 말을 건다. 말하는 게 엄청 귀여웠다. 금방 친해졌고 재밌게 놀았다. 애교도 많이 부리는데 옆에서 유하는 정신을 못 차린다.

아이와 놀아주는 건 재밌다.

돈을 뽑으러 가면서도 애기랑 같이 갔다. 수도에 관심이 많아서 내게 계속 수도 퀴즈를 하자고 한다. 처음에는 받아줬는데 수십 번을 하니 지쳐서 다른 걸 하자고 했다. 그러면 다른 문제를 내다가 다시 수도문제로 돌아왔다.
'지친다 지쳐...'
400유로를 뽑고 가족들의 숙소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감사하는 마음에 팩 와인과 주전부리를 줬다. 조금 얻어먹고 작별인사를 했다. 10살의 아이와 헤어지는 게 많이 아쉬웠다. 아이는 내게 또 보자고 말하면서 손을 흔들어줬다.

레온성당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양희님과 병찬이가 레온에 도착하셨다고 카톡을 하신다.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서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얼굴을 다시 보니 무척 반가웠다. 다 같이 성당을 구경하고 시내를 털래털래 걷다가 슈퍼에서 장을 보고 헤어졌다. 왠지 다른 곳에서도 또 볼 것 같았다.


저녁으로 케밥을 사서 숙소에서 소맥이랑 같이 먹었다. 소맥을 오랜만에 마시니 좋았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부터는 걷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조금 걱정스럽다

레온도심에 있던 조각상

-이날은 León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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