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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현 Feb 02. 2021

"Break time!"

당신의 여유를 리스펙트 합니다.

2020/02/09
개운하게 일어났다. 역시나 혼자 자는 건 상당히 매력이 있다. 오늘은 '아스토르가'라는 마을까지 가는데 3시간밖에 걷질 않으니 푹 잤다. 아침이 느긋해서 좋다. 8시 반에 식당으로 나왔다. 주인아저씨가 계셨다. 토스트랑 오렌지주스를 먼저 시켜먹었다. 맛은 좋았으나 배가 차질 않아 크로와상과 커피를 더 시켰다. 최고다. 9시를 넘기고 방으로 다시 왔다. 짐을 정리하고 침대에 잠깐 누웠다. 10시까지 뻐겨야지.

'아스토르가'를 지났다.

늦게 출발하면서 바깥공기를 만끽했다. 여유라는 게 이런 것일까 싶다. 마을을 벗어나니 갈림길이 나왔다. 하나는 빠른데 차도로 가고 하나는 느리지만 시골길로 가는 것이다. 여유롭게 시골길로 가야지.

시골길

시골길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평지에 흙길이라 걷기도 좋았고 중간에 마을들이 몇 군데가 있어서 심심하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 걸으니 앞에 아일랜드 아주머니가 걷고 계신다. 눈인사를 살짝 했다. 아주머니는 소들이 있는 곳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는 소들과 놀더니 다시 가신다. 나도 거기에 가서 소들을 쓰다듬어주고 잠시 놀았다. 소들이 내 지팡이가 맘에 들었는지 계속 핥는다.

소들
소들

한걸음 한걸음을 느끼면서 천천히 걸었다. 카미노에서의 걸음 중 가장 행복한 걸음이었다. 앞에 있던 아일랜드 아주머니가 나무에서 멈추더니 가방을 내리고 책을 꺼내신다.
"Break time!"
지나가는 내게 그렇게 말하시더니 털푸덕 누우신다. 그리고 책을 꺼내 읽으신다. 당신의 여유를 리스펙트 합니다.

시골길에서 본 어느 가게

아일랜드 아주머니를 지나서 걷고 있었다. 어느 순간 백발의 노부부가 눈에 들어온다. 빨간색 옷을 맞춰 입고 이야기하며 걸어간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결혼을 해서 나이가 들면 나의 배우자와 저렇게 해야지라는 다짐을 했다.

노부부의 산책

갈림길이 만나는 지점에 도착했다. 십자가가 있어서 사진을 찍는데 어제 다른 마을에서 머물었던 유하가 멀리서 걸어온다. 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 만나니 반가웠다. 조금 기다리다가 가까워지니 유하가 아는 척을 한다. 정말 반가운 목소리로 내게 인사를 한다. 목적지가 같았다. 같이 걸어가기로 했다. 얘기하면서 걸으니 심심하진 않았다.

여기서 유하를 다시 만났다.

유하 걷는 모양이 불편해 보였다. 물어보니 어제 발에 잡힌 물집을 뜯어서 걷는 게 불편해서 안 아프게 걸었는데 그것 때문에 발목이 많이 아프다고 한다. 걱정스러웠다.

시골길 지나면서 본 것

알베르게에 도착했는데 2시 전에 도착했는데 문을 열지 않았다. 오면서 알아봐 둔 피자집에 갔다. 자리가 없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께서 자신의 맞은편에 앉으라고 하신다. 자연스럽게 합석을 했다. 집이 순례길에 있는 마을에 있다는데 짧게 걸으신다고 한다. 얘기를 들으면서 샐러드와 라자냐, 피자를 시켰다. 맛은 무난했다.

'아스토르가' 마을 입구

밥을 먹고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했다. 알베르게에 사람들이 서서히 몰리기 시작했다. 거의 30명 가까이 됐다. 조금 쉬다가 가우디가 만들었다는 '주교 궁(palace)'이라는 것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가는 길에 빵집을 들러 초콜렛이 듬뿍 묻혀진 빵을 사 먹었다. 초콜릿이지만 맛이 없었다.

점심

궁전 내부에 들어갔다. 감흥이 없다. 그냥 그렇다. 궁 안쪽에  안에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거기서 잠시 쉬었다. 유하랑 순례길 전반에 대해 정리하면서 얘기했다. 순례길 여행은 더 길 줄 알았는데 10일 정도 뒤면 끝이 난다. 그때를 상상하니 아쉬운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주교궁 외부
주교궁 내부
사진 한번 찍어봄

밥은 레온에서 산 너구리와 짜파게티로 짜파구리를 해 먹었다. 짜파구리 위에 계란까지 얹어서 먹었다. 거기에 레몬을 넣은 코로나 맥주를 들이켰는데 기똥찼다.

가는 길에 보였던 동상

-이날은 Hospital de Órbigo에서 Astorga까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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