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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현 Feb 10. 2021

셋이 함께

셋이여서 더 특별했던

2020/02/16
숙소를 나와 걷기 시작했다. 언덕 밑으로 내려가는데 강이 보인다. 어제부터 느낀 건데 이 마을은 예쁘다. 강을 건너고 앞에 보이는 조개 표시를 따라 걸었다.

아침의 포르트마린
바람이 많이 분다.

어떤 조그만 마을에 도착했다. 양들이 사람이 다니는 길을 당당하게 걸어 다닌다. 누가 이 길의 주인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양들에게 서서히 다가가다 뛰어갔다. 양들이 도망가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런 장난을 하고 있는데 내 뒤에서 양치기가 쳐다보고 있었다. 약간 머쓱했다.

뛰어다니는 양

어느 정도 걸으니 우리 일행 세명은 각자 점점 벌어지면서 걷기 시작했다. 걷는 속도가 다르니 따로 걸을 수밖에. 앞에서는 우섭이 형이 걷고 계셨고, 뒤에서는 유하가 걸었다. 중간에 외국인들도 보인다. 우섭이 형이 아는 사람들인 듯했다. 형은 그분들과 같이 걸어가면서 담소를 나눈다.

뒤에 오시는 분은 나이가 꽤 있으신 분이였다. 우섭이 형은 저분도 아셨다.

12시쯤이 되었다. 가파르지 않은 언덕 끝에 조그마한 바가 보였다. 그곳에 들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길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이 다 들어왔다. 안에 있는 테이블이 만석이 되었다. 나는 피자 비슷한 것과 콜라를 시켰다. 식은 음식이었지만 배가 많이 고파서 엄청 맛있었다. 30분 정도 쉬다가 밖으로 나갔다.

풍경

이제부터는 서서히 내리막이었다. 여기서는 셋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하지만 셋이 같이 있어서 어떤 얘기도 재밌었다. 1시간 정도 지났는데 비가 내리더니 세차게 내린다. 오늘의 목적지로 했던 곳까지는 30분 정도밖에 남겨둔 상태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운 좋게 앞에 식당이 보였다. 비를 피할 겸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가리비구이와 문어를 시켰다. 음식을 먹으면서 창문을 바라봤다. 바깥쪽 유리에는 빗방울이 붙어서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다. 비가 계속 세져서 우비를 입어야 하나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음식을 다 먹어 갈 때쯤 신기하게도 비가 그친다. 운이 좋다.

조개구이 맛있었다.

목적지인 '팔라스데레이'라는 도시의 공립 알베르게에 왔다. 빨래를 하고 6시까지 쉬었다. 밥을 먹으러 나갈 수밖에 없었다. 숙소에는 식기가 거의 없었고 냄비만 두 개 정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이 일요일이라 식당이 거의 문을 닫았다. 5분 정도 걸어가는 곳으로 가려다 슈퍼를 봤다. 그냥 이곳에서 먹을 것을 사고 숙소에서 만들어먹는 것을 도전했다. 슈퍼에는 오븐에 구운 통치킨이 있었다. 그것을 사고 크림 스파게티도 만들어먹기로 했다.

나무길

숙소로 와서 조그마한 냄비에 스파게티면을 익혔다. 다른 냄비로 크림을 불에 익혔다. 크림을 젓다가 갑자기 마트에서 사야 될 것들을 빠져먹었다. 유하한테 젓는 것을 맡기고 마트로 갔다. 장을 보고 있는데 유하가 급하게 오더니 크림이 다 탔다고 한다. 토마토소스를 사서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자고 했다. 토마토소스도 사고 크림도 샀다. 토마토 스파게티가 질리니 로제로 하고 싶었다.

숙소로 와서 로제 소스를 만들었는데 크림의 비율보다 토마토소스의 비율이 높아서 완성품에서 토마토 맛이 진했다. 약간 이상했지만 먹을만했다. 하지만 다음부턴 토마토 스파게티만 만들어먹겠다. 아까 산 치킨은 맛이 좋아 다행이었다.

오늘의 저녁

오늘은 처음부터 셋이서 많은 것을 함께한 날이다. 그들과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음을 감사히 생각한다.

이정표

-이 날은 Portomarin에서 Palas de Rey까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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