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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현 Feb 13. 2021

후회는 항상 늦게 찾아온다.

돈이 줄줄 샜던 날

2020/02/18
숙소 밖으로 나가니 날씨가 쌀쌀했다. 며칠 전부터 아침이 많이 춥다. 이 지방은 높진 않지만 산이 많아 기온이 낮다고 한다. 걸어가는데 무인세탁소가 보였다. 어제 여기서 빨래를 할걸. 밥을 먹으러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크로와상과 오렌지주스를 시켰는데 그냥 그랬다. 밖으로 나와 걷는데 제과점이 보인다.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즐비해있다. 여기서 밥 먹을걸... 후회는 항상 늦게 찾아온다.

아침에 마신 커피

아침에 안개가 살짝 껴서 좋았다. 거기에 햇빛이 통과하니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내일이면 카미노가 마지막이다. 그 생각을 하니 기분도 들뜬다. 이젠 걷는 여행도 끝내고 싶었다.

우섭이 형과 유하

중간에 밥을 먹고 머무를 '오페드로초'라는 도시로 갔다. 오늘은 예전 로그로뇨에 머물 때처럼 아파트에서 묵기로 했다. 저번처럼 편하게 머무를 생각을 하니 텐션이 높아졌다.

아침에 걸었던 길

아파트에 도착하고 체크인을 했다. 꼭대기층을 썼는데 지붕으로 창문도 있었고 운치 있는 게 좋았다. 유하는 더블침대가 있는 방을 썼고, 나와 우섭 형님은 싱글 침대가 두 개가 있는 방을 썼다. 화장실이 하나여서 씻는 것을 내가 마지막으로 하기로 했다.

벽화

유하가 씻고 나와서 침대를 밟고 자기 방에 있는 창문으로 밖을 바라봤다. 뷰가 좋다면서 감탄한다. 나도 궁금해서 창문 밖을 보고 싶었다. 내가 씻지 않아서 유하가 침대를 밟고 올라가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앞에 있는 라디에이터를 밟고 올라가서 창문 밖을 바라봤다. 말한 대로 뷰가 좋았다.

이 뷰 보려고 어그로 끌었다.

'빠직'

라디에이터 부서졌다...

갑자기 쌔한 느낌이 들면서 덜컥 몸이 내려갔다. 라디에이터가 벽에서 떨어진 것이다. '뭐지...?' 나와 유하가 순간 멘붕이 왔다. 잠시 동안 서로 바라보면서 말이 없었다. 어째야 하나 싶었는데 관리인에게 말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얼른 가서 말했다.

표시판

방을 나와 옆에 있는 리셉션으로 갔다.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관리인이 배관공을 불러야겠다고 한다. 순간 겁이 났다. 유럽에는 배관공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하는 것을 어디서 들었기 때문이다. '아 왜 올라갔을까?' 후회가 너무 밀려온다. 방법이 없으니 관리인 말을 순순히 따랐다. 얼마가 될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했다. 아침에도 느낀 거지만 후회는 항상 늦게 찾아온다.

오는 길에 봤던 강아지

물을 한잔 마시고 싶었다. 마트로 갔는데 유하가 미안하다며 음료수 한잔을 사줬다. 자신의 말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니 돈의 반은 자신이 내주겠다고 한다. 그 말을 안 했어도 난 올라갈 생각이어서 마음만 받겠다고 하고 거절했다. 3번 정도 사양하니 유하도 말을 거두었다. 혹시 100유로가 넘어가면 반으로 해주겠다고 한다. 진심인 것 같아 고마우면서 미안했다.

맥주병이 꽂힌 벽

5시 반쯤 되어서 배관공이 왔다. 라디에이터를 보더니 그것을 지탱해주는 받침이 부러진 것을 확인하고 금방 고쳐줬다. 그리고 이 아파트의 난방시설을 한번 다 체크해 본다. 혹시나 옆에서 도와주면 싸게 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보조를 해줬다. 1시간 정도가 지나고 일이 마무리가 됐다. 내게 50유로를 달라고 한다. 생각보다 얼마 안 나와서 다행이었다. 혹시 더 싸게 안될까 흥정도 했다만 50유로가 마지노선이었다. 그래도 얼마 나오질 않아 '그라시아스'를 연신했다.

저녁. 그냥 그랬다.

밥을 먹으려는데 식당이 대부분 문을 닫아서 그냥 아파트 옆에 있는 식당에 갔다. 스테이크랑 생선을 시켰는데 그냥 그랬다.

텐션 좋았다.

-이 날은 'Arzúa'에서 'O Pedrouzo'까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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