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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현 Feb 14. 2021

드디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왔어요.

까미노의 끝

2020/02/19
'끝'
오늘이 순례길의 마지막 날이다. 30일 동안 걸었다. 이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과 끝나서 기쁘다는 생각이 교차하는 아침이었다. 오늘은 걸어가면서는 오르막길이 거의 없어서 다행이었다.

드디어 마지막이다.

도시를 지나 시골길로 가는데 앞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단체여행객들이 걷고 있다. 옷차림새는 까미노를 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 관광객 복장이었다.

앞에 보이는 분들이 관광객들이다.

"내년에 도전해야겠다." "우리는 저렇게 옷을 안 입어서 걷기 불편하다"
그들을 뚫고 가는데 우리를 부러운 듯이 쳐다보면서 서로 이야기를 한다. 인싸이신 우섭이 형님이 그들 중 한 분에게 말을 걸었다. 우섭이 형 말로는 여기서부터 산티아고까지 걷는다고 하신다. 관광목적으로 짧게 걸으신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행하는 것도 있구나 싶었다.

우섭이 형과 유하

어느 정도 걷고 있는데 고양이가 보인다. 그냥 평범한 고양인 줄 알았는데 입을 보니깐 뭔가 물고 있었다. 생쥐를 물고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랑 눈이 마주치더니 생쥐를 내팽개치고는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애교를 부린다. 귀여웠지만 아까 문 생쥐 때문에 위생상 만지기가 그랬다. 배만 좀 만져주고 지켜보다가 다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먹은 햄버거

가는 길에 기념품점들이 보였다. 그 옆에 식당 하나가 보여서 그곳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햄버거를 먹었다. 식당에 나온 후 길을 따라 걸었다. 끝난다는 기대감이 걸으면서 계속 커진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다.

2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큰 도시가 보인다.

산티아고 표지판

'Santiago'

도로에 있는 표지판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드디어 왔다. 하지만 산티아고 대성당까지는 3km 정도 더 가야 한다. 얼마 안 걸릴 줄 알았지만 끝이어서 가는 길이 천근만근이다. 낮은 오르막길도 꽤나 있어서 조금 힘들었다. 가방이 10kg도 안됐는데 엄청 무겁게 느껴진다.

성당의 코 앞까지 왔다.

성당이 눈앞에 보인다. 어떤 굴 같은 것만 지나면 다 온 것이다. 음악소리가 들린다. 미드같은데서나 들었던 옛날 유럽 전쟁에서 승리하면 울리는 나팔 비슷한 악기 소리였다. 그것 때문에 성당이 있는 광장에 왔을 때 웅장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이 몸을 감싸면서 전율이 느껴진다.

성당이 코 앞.
성당이 코 앞.


도착. 고개를 들어 커다란 성당을 봤다. 우섭이 형과 유하는 감동에 젖어있었다. 그런데 별 감흥이 없었다. 이상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 하지만 끝난 카미노. 괜히 쓸데없는 말을 했다.

성당 앞에서 찍었다.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아우 조용히 좀 있어봐!"

유하는 감동 깨진다고 조용히 하라고 했다. 순간 머쓱했다. 그리고 성당을 바라보던 우섭이 형님을 봤다. 우섭이 형은 벽에 기대어 서있다.
'주르륵'
형님이 쓴 선글라스 뒤에서 나오는 액체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감격에 겨워 우신다. 아무 감흥 없는 나와는 상반된다. 형님은 그렇게 10분 정도를 흐느꼈다.

다같이 찰칵

형님은 정신을 차렸고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감격의 순간을 즐기고 광장을 빠져나왔다. 잠시 누워 여유를 즐기고 광장을 빠져나왔다. 우체국을 찾아갔다. 보낸 짐들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광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아시안마트에 들러 소주와 라면, 고추장을 샀다. 오늘은 제육볶음을 하고 싶었다.

잠시 누워서 쉬었다.

왔던 길을 10분 동안 걸어서 숙소인 아파트로 갔다.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오늘 파티할 것들을 샀다. 음식재료도 꽤사고 양주도 샀다. 파티음식을 했다. 라면과 제육볶음 그리고 밥을 했다. 제육볶음이 잘되었다. 유하가 한점 먹더니 자기가 먹어본 제육볶음 중에서 제일 맛있다고 극찬한다. 그 말을 들으니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밥도 잘 지어져 찰기가 많이 흘러내렸다. 밥을 먹으면서 tv를 켰다. 짱구가 스페인어로 더빙돼서 하는데 못 알아들었지만 재밌었다.

파티 사진!

소주 3병에 양주까지 먹었다. 옆에 유하가 신이 나서 높은 톤으로 주저리주저리 한다. 처음 보는 그 모습이 웃겼다. 다 먹고 일어나는데 비틀거리면서 방으로 간다. 누워서 양치를 하는데 일어나라고 끌어당기니 주먹으로 사정없이 때린다. 다음날 유하는 일어나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진

-이 날은 'O Pedrouzo'에서 'Santiago De Compostela'까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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