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0 순례길은 끝났지만 아침 일찍 일어났다. 순례자 사무소에 선착순으로 10등까지 가면 점심 식사권을 준다는 것이다. 그것을 받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유하랑 우섭이 형 둘 다 어제 술 때문인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일어났다. 사무소까지 가는데도 비틀거리면서 갔다. 3명 다 '왜 일찍 일어났지'라고 투덜거리면서 걸었다.
사무소 가는 길에 봤던 성당
사무실에 도착해서 순례 인증서와 식사권을 받았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식당에서 허기를 채웠다. 조금 기다리다가 우섭이 형님이 피곤해서 안 되겠다고 숙소로 돌아갔다. 나와 유하는 10시까지 기다리고 생장에서 보낸 짐들을 찾으러 짐 보관소로 갔다. 인자해 보이시는 주인아저씨께서 친절하게 우리의 짐을 찾아주셨다. 한국에서부터 들고 온 큰 백팩을 메고 걸어 나왔다. 큰 가방은 짐이 얼마 없어서 가벼웠다. 마치 순례길을 끝난 내 마음과 비슷하였다.
순례자 사무소
짐을 찾고 이발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우철 씨(스페인어 능력자 한국인)를 발견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오페르도초'에서 우리보다 하루 늦게 출발하셔서 오늘 도착하셨다. 잠시 길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철 씨는 이야기를 끝내고 성당으로 향하셨다. 왠지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았다.
식사권과 인증서
순례자처럼 보이기 위해 했던 버벅 머리와 수염을 이제는 정리하고 싶었다. 이발소 안은 사람이 많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꽤나 걸리겠다. 머리를 자르고 면도하는 것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려버렸다. 점심을 먹으러 가야 되는 1시를 넘어버렸다. 기다리던 유하가 안절부절못하며 소파에서 엉덩이를 들썩인다. 유하에게 먼저 식당으로 가라고 했다. 이때다 싶었는지 유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 나간다. 1시 20분쯤이 돼서 마무리를 하고 식당으로 갔다.
이발하기 전
기다리는 중에 찍은 사진
식당에는 식사권을 받은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있었다. 종업원에게 표를 주니 의아해한다. 분명 10명이 다 왔는데 내가 갑자기 오니 이상하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착오가 있었나 보다. 종업원끼리 나에 대해 얘기하더니 다른 테이블에 앉혔다. 사람들과 따로 앉아 밥을 먹었다. 뭔가 쓸쓸함이 느껴졌다.
머리 자름
식당이 고급져 보여서 기대를 했는데 밥은 상당히 맛이 없었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수프부터 해서 본음식인 양다리 살도 맛이 심히 별로였다. 허기만 대충 채우고 그만 먹었다. 혼자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밥을 다 먹은 유하가 내 앞에 와서 말동무가 되어준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점심. 보기는 좋은데 맛은 별로 였다.
숙소로 와서 샤워를 했다. 이발소에서 머리를 제대로 안 감아줘서 머리카락이 옷사이에 많이 껴서 가려웠다. 머리카락이 묻은 옷들과 빨아야 할 옷들을 모두 모아 세탁기에 넣었다. 그러고는 근처에 쇼핑몰로 갔다. 오랜만에 옷과 신발을 사고 싶었다. 순례길을 한 내게 소소한 사치를 선물하고 싶었다.
면도까지 했다.
쇼핑몰에는 자라와 h&m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서 금방 샀다. 신발은 워커를 사려고 했다. 팀버랜드를 사려고 했는데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이리저리 둘러봤다. 팀버랜드의 신발과 비슷한데 가격이 엄청 싼 것을 발견해서 질러버렸다. 쇼핑이 꽤나 일찍 끝났다.
숙소 앞은 이렇다.
봄옷을 입어서인지 조금 쌀쌀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우섭이 형이 세탁소로 나가셨다고 한다. 세탁기가 고장이 나서 탈수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옷들을 다 들고 가셨다고 한다.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곳으로 찾아가 건조까지 다 된 빨래를 같이 들고 숙소로 왔다.
점점 깔끔해짐.
건조를 하고 장을 봤다. 와인을 두병을 샀다. 오늘도 술을 많이 먹고 싶었다. 저녁을 만들고 어제처럼 밥을 먹었는데 두 사람이 술을 많이 안 마신다. 우섭이 형님은 내일 '피스테라'까지 더 걸으신다고 오늘 일찍 주무신다고 한다.('피스테라'는 산티아고까지 순례를 끝낸 사람들이 아쉬워하면 더 가는 마을이다. 바다가 있어 마지막으로 간다고 한다.) 유하는 숙취가 심하다고 한다고 술을 꺼려했다. 오늘은 어제와는 달리 자리를 일찍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