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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현 Feb 18. 2021

주황색의 음악이 흐르는 '포르투'

아름다워요.

2020/02/22
와인으로 취한 잠은 새벽 4시가 되니 마무리됐다. 살짝 뜬 오른쪽 눈으로 휴대폰을 확인해봤다. 유하가 급하게 카톡을 보낸 게 보였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피스테라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가 오후에 탈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묵시아까지 택시를 타고 거기서 아침 버스를 타야지 어제 변경해놓은 12시에 포르투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7시 반에 숙소 주인한테 말해서 7시 반에 택시를 예약했다고 적혀있다. 문제 해결까지 자기가 한 게 보였다. 안심하고 6시 반에 알람을 맞추고 다시 잤다.

묵시아에 도착해서 찍은 것.

새벽 6시 반. 일어나서 유하를 깨우고 주변 사람들이 깰까 봐 조심스레 짐을 쌌다. 짐을 다 싸고 라운지로 내려와서 복숭아 요플레에 빵 몇 개로 허기를 달랬다. 7시 반에 알베르게 앞에 나왔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서서히 불안할 때쯤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시려던 옆집 아주머니께서 무슨 일 있냐고 물으신다.
"택시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오지 않았어요."
그 말을 하려던 찰나 택시가 왔다. 우리를 걱정해주신 아주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택시를 탔다.

묵시아 버스정류장에서 산티아고로 갔다.

30분 정도 타니 묵시아에 도착을 했다. 버스정류장 앞에 내려서 기다렸다. 8시 반에 버스가 출발을 한다. 제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는다. 15분 정도 기다리니 스멀스멀 도착한다. 이곳의 공공시설들은 너무 여유롭다.

12시가 되어서 산티아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고 포르투로 향했다. 3시간 정도 걸린다. 버스를 타는데 어제부터 아팠던 목이 신경 쓰인다. 감기인지 코로나인지 걱정스럽다. 일단 도착하면 약국에서 약부터 사야겠다.

다시 찾은 산티아고 버스정류장

4시쯤에 포르투 터미널로 왔다. 유하의 숙소랑 다리 하나 차이라서 같이 우버를 타다가 내렸다. 내일모레 아침에 리스본으로 떠야 하니 내일 같이 저녁 먹기로 하고 헤어졌다.

포트와인과 음식
지나가는 길에 본 광장 모습.

저녁이 되었다. 약국들 찾으러 갔다. 목감기약을 사고 근처 식당으로 갔다. 분위기가 좋았다. 추천 음식을 시켰는데 분위기와는 다르게 맛은 그냥 그랬다. 그래도 포르투에서 유명한 포트와인은 끝내줬다.

포르투는 정말 예쁘다.

강가 근처로 왔다. 주황색의 배경이 화려하다. 거기에 놓여진 철제 다리는 이 배경의 끝판왕이다. 눈이 즐거운데 귀까지 즐거웠다. 강가 앞 광장에는 버스킹이 한창이었다. 주황색의 음악이 흐르는 포르투이다. 정말 정말 아름답다!

음악이 기가 막히다
음악이 기가 막히다

이 곳에서 맥주를 마시면 좋을 것 같았다. 유하한테 전화했는데 바로 나와주었다. 밤이 되니깐 날씨가 많이 추웠다. 다리가 잘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맥주를 3잔 정도 마셨다. 추운 것과는 다르게 맛이 좋았다.

맥주를 마신 식당. 여기서도 공연을 했다.

호스텔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질 않았다. 순례길이 끝나니 여행이 여행답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매일 아침 일찍 짐을 챙기고 밥을 허겁지겁 먹고 걷는다. 그리고 하루 종일 걷다가 오후면 숙소를 찾는 그런 일상이 이젠 바뀌어서 그런 것 같았다. 허무한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주황색의 음악이 흐르는 포르투

-이 날은 'Fisterra'에서 'Porto'까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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