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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현 Feb 18. 2021

눈부신 오후의 태양과 잔잔한 저녁의 음악이 있는 포르투

도시 한바퀴

2020/02/23
아침도 안 먹고 빈둥빈둥거리다가 1시가 다 되어서 밖으로 나갔다. 강가로 갔는데 페리 타는 것을 예약할 수 있는 부스들이 즐비했다. 가격이 괜찮은 곳을 골라 예약을 했다. 예약 시간은 1시 30분. 점심은 먹지 못할 것 같았다. 간식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지. 젤라또를 파는 가게가 보인다. 젤라또로 끼니를 해결했다. 단것을 먹으니 포만감이 살짝 느껴다. 그나마 버틸 수 있다.

숙소에서 강가로 내려오는 길

날씨가 좋다. 햇빛은 심하게 쨍쨍하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다. 챙겨 온 선글라스를 썼다. 너무 더워서 겉옷까지 벗고 반팔로 돌아다녔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2월이다.

난간에 걸터앉아 음악을 하는 남녀

날씨처럼 이곳의 분위기도 한국과는 상당히 다르다. 여기는 코로나 환자가 아직 없다고 한다. 한국의 상황이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즐겨야지. 페리에 입장해서 강을 구경했다.

포르투의 도로강

1시간 정도 강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해주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차라리 밤에 강가를 보는 게 차라리 나았다. 옆에 스페인 여성분 두 분이 탔는데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두 분은 자매인데 '부르고스'에서 왔다고 말했다. 순례길을 걸을 때 있던 곳이라 반가워서 거기 지났다고 얘기했다. 배에서 내리니 3시가 되었다.

배타면서 강가를 보았다.

점심으로 초밥을 먹었다. 맛은 괜찮았는데 양이 적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나중에 저녁에 많이 먹어야지. 스스로를 위로했다. 식사 후에 근처에 뷰가 좋다는 빅토리아 전망대에 갔다. 강가가 훤히 보이는 게 좋았다. 사람도 많이 없어 더 좋았다. 구경을 하다 옆사람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빅토리아 전망대

빅토리아 전망대를 지나 어떤 큰 광장을 지났다.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거나 누워있다. 신기했던 건 여기에 동성커플들이 아무런 부끄럼 없이 스킨십을 한다. 이런 건 우리나라와 달라서 신기했다.

푸른 하늘과 잔디밭

저녁이 됐다. 유하랑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어디서 밥을 먹을까 찾아봤다. 구글 지도에 'fado'라는 단어가 눈에 많이 띄었다. 뭔지 알아봤다. 포르투갈 전통음악 공연이라고 한다. 그것을 먼저 보기로 했다. 가격이 괜찮은 곳을 알아봤다. 숙소에서 200m 정도 떨어지는 곳에 유명한 곳이 있었다.

Fado 공연 준비중

지도에 공연장이라 적혀 있었는데 어떤 기념품샵 같은 곳에 왔다. 직원한테 물어보니깐 지하로 내려가라고 한다. 지하에는 침침하지만 아늑한 게 특이했다. 테이블이 여러 개가 있다. 안내해주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어떤 공연일까 궁금했다.

Fado 공연 시작

공연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남자두분이 기타를 멋있게 친다.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연주가 끝나고 노신사분이 'fado'에 대해서 설명한다. 대충 듣기로는 영국에서 시작한 음악이 포르투갈로 와서 변화되어서 fado가 되었다고 한다.(글을 며칠 후에 적어서 오래돼서 잘은 기억 안 난다.) 두곡 정도 더 부르고 여자분이 들어온다.

Fado 공연

노래가 이제 시작됐다. 빠른 템포에 힘 있는 여성 보컬이라서 노래에 빨려 든다. 입에서 감탄사를 내고 고개를 저으면서 박수를 계속 쳤다. 노래를 끝나자마자 또 시작했다. 같은 느낌의 노래이다. 그 노래가 끝나고 또 같은 느낌... 템포가 빠르고 경쾌한 노래인데 강약이 없으니 지친다. 사람들 후기가 좋은데 질린다고 하던데 그 말이 이해가 간다. 하품을 몰래 하면서 멀리 반대편을 봤다. 어떤 한국인 아저씨가 잠을 이기려고 노력하신다. 하지만 이기질 못하고 졌다. 중간에 살짝살짝 깬다. 잠 때문에 눈에 맺힌 눈물이 5m나 떨어져 있는 나한테까지 보일 정도이다. 안타까웠다.

공연을 보면 주는 와인. 독하지만 달았다.

한 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갔다. 유하가 추천한 고깃집인데 포르투갈식으로 바비큐를 해서 나온다고 한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맛있는 바비큐 냄새가 진동한다. 돼지랑 닭을 시키고 2층으로 올라갔다. 막상 음식이 나왔는데 다 식은 게 맛이 없었다. 조금만 따뜻했어도 맛있었을 건데... 그냥 먹었다. 유하가 자신이 여기 추천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당신 잘못도 아닌데 뭘 그렇게 미안하다고 하는지 참.

저녁. 냄새는 좋았지만 맛을 그닥...

밥을 먹고 아까 경치가 좋았던 빅토리아 전망대를 갔다. 야경이 예쁠 것 같아서 갔는데 들어가는 입구가 막혀있었다. 헛걸음을 한 것 같아 이번에는 내가 유하한테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

빅토리아 전망대의 낮은 이렇다. 밤엔 자물쇠가 잠겨있어 들어가지 못했다.

거기를 빠져나와서 상그리아를 마시러 갔다. 유하랑 오래 여행해서인지 편안했지만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 술 마시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11시가 되어서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40일 가까이 같이 동행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잘 여행해줘서 많이 고마운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유하는 악수만 하고 쌩 가버린다. 나중에 고맙다고 말하면 되겠지 뭐.

빅토리아 전망대에서

-이 날은 'Porto'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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