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5 일어나서 계속 빈둥거렸다. 어제보다는 몸살이 나았지만 그냥 침대에 계속 붙어 있고 싶었다. 아침으로 라면 먹고 다시 누웠다. 창문이 열려있다. 오전 10시의 선선한 바람은 커튼을 펄럭이며 누워있는 나를 비껴 지나간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여행의 끝물이 돼서 그런가? 출국일을 괜히 연장시킨 것 같다.
트램은 도시를 고풍스럽게 만든다.
오후 3시가 되었다. 그래도 뭔가 해야 될 것 같아 맨발에 크록스를 신고 털레털레 걸어 나갔다. 크록스 구멍 사이로 작은 돌멩이들 들어갔다가 다시 빠져나오는 게 느껴진다. 잠시 멈춰 가볼만한 곳을 구글에 찾아봤다. 근처에 '코메르시우 광장'이라는 곳이 괜찮다고 나온다. 그곳을 가봐야겠다. 골목골목으로 트램들이 지나가고 그 옆으로 걸었다. 아기자기한 모습이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강가에 걸려있던 포르투갈 국기
큰 강이 보였는데 그 길을 따라 걸으면 광장이 나온다. 강을 따라가면서 사람들을 관찰했다. 관광객도 보이고 현지인들도 꽤나 보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여유로움이 담겨있었다. 특히 노부부가 강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제일 눈에 띄었다. 다른 유럽의 대도시들과는 달리 리스본에는 사기꾼들도 보이지 않는다.
코메르시우 광장
광장에는 어린 친구들이 어떤 나라의 전통복장을 입고 춤을 춘다. 아마 아프리카 쪽 전통 춤인 것 같다. 뒤에 위치한 위엄 있는 조각상과 잘 어울린다. 포르투갈만의 느낌 있는 모습이었다.
전통 춤을 추고 있었다.
광장 오른쪽에 안내소가 보였다. 그곳에서 '리스본 데이 프리패스'를 살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싸길래 그렇게 하고 안내소에서 받아갔다. 내일 리스본 근교 '신트라'와 원래 이번 대장정의 마지막 장소인 '호카곶'을 공짜로 갈 수가 있다. 프리패스를 사고 나온 다음 광장을 한 바퀴 더 둘러보았다. 신난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리스본에서 본 젊은부부와 그들의 아기
광장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섰다. 구글로 맛집을 찾아봤다. 리스본은 해물밥이 유명한데 구글 지도에서 별점을 꽤나 많이 받은 식당들이 즐비했다. 그중에서 숙소랑 가까운 곳을 가봤다.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맛집이 분명했다. 종업원은이 메뉴는 해물밥 하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밥이 나오기 전에 전채로 빵과 치즈가 나왔다. 설마 돈 내는 거 아니겠지라는 의구심을 품고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반도 못 먹고 옆으로 치웠다. 본 요리가 나왔다. 숟가락으로 한입 떠서 입에 넣었다. 짜다. 맛있지는 않았다. 콜라를 시켜서 입에 꾸역꾸역 넣었다.
무슨 기념탑이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봤는데 돈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아까 전채로 먹은 빵과 치즈가 본 요리만큼의 가격을 했었다. 맛없는 것 먹고 돈까지 많이 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유럽에는 동상이 엄청 많다.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 이곳저곳 털레털레 걸어 다니며 구경해보았다. 여행의 설렘이 없다. 허무함만이 가슴에 점점 차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