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찍고 두 시간 정도 자고 있으니 가이드가 깨운다. 투어가 끝난 사람들을 낙타에 태우고 호텔로 돌아갔다. 사하라 사막의 은하수를 봤으니 정이 안 가는 이 나라를 빨리 떠나고 싶었다. 내일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끊었다. 오늘 모로코의 수도인 마라케시로 떠나야 한다.
이 곳에 다시 왔다. 전에 찍은 사진
호텔에서 밥을 먹고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마라케시로 떠나는 사설 버스가 15분 있다가 떠난다고 하산이 말했기에 굶주린 상태에서 짐만 후딱 챙겨서 떠났다. 20인승 정도 되는 봉고차에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중국인들이 4명 정도 있었는데 사실 국가비상사태에서 저렇게 해외에 나오는 게 의아했다.
승합차 안. 갑갑했다.
9시간 가량의 승합차 안은 갑갑하다 못해 미쳐버릴 것만 같다. 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비포장이라 먼지가 많이 일어난다. 옆에 있는 차창이 제대로 닫히질 않아 모래먼지가 계속해서 들어온다. 목이 따가워졌다. 잠을 자도 자도 끝이 없었는데 중간에 2번이나 휴게소에 들러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라케시로 가는 길
해가 뉘엿뉘엿해지는 6시 반이 되어서 마라케시에 도착을 했다. 차에서 내려 부킹닷컴으로 근처에 싼 호스텔을 골랐다. 걸어서 10분 정도였다. 구글을 보며 길을 찾았다. 어떤 큰 시장을 지나고 골목길로 들어서려는데 전형적인 양아치처럼 생긴 두 놈이 웃으면서 내가 가려는 호스텔 이름을 대는 것이다. 나는 호스텔 직원인 줄 알았다. 멋도 모르고 '예스 예스'를 하며 따라갔다. 그게 화근이었다.
마라케시 광장에 있던 모스크
호스텔 문 앞으로 바래다준 두 놈은 일단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려서 안으로 들어가려 하니 갑자기 문을 막은 한 명이 나를 가로막는다.
"헤이 우리가 길을 안내해줬으니 200 디르함(약 20유로) 줘야지~" 순간 '아 속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아치는 두 명이어서 제압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 앞뒤로 짐이 있고 손에도 가방이 있으니 시비가 걸리면 엄청 불리할 것 같았다. 초인종을 듣고 온 호스텔 직원도 우리를 보더니 본체만체하더니 문만 열어놓고 다시 들어간다. 참 어이가 없었다. 도와주는 사람 없이 골목길에서 그러고 있으니 약간 무서운 게 느껴졌다.
"헤이 헤이 니들이 나 여기까지 데려다준 거 고마워. 근데 200 디르함 비싸잖아. 100 디르함(약 10유로)으로 하자. 나 돈 없어. 너네들 100 디르함이면 맛있는 거 사 먹잖아. 그걸로 저녁이나 먹어." 타이르듯이 달래면서 100 디르함으로 거래를 하려는데 계속해서 200 디르함으로 하려고 했다. "오케이 그럼 니들 나 여기까지 데려다준 건 고마운데 나 돈 안 줘 땡큐 나 갈게~" 그렇게 20분간을 실랑이를 했다. 결국 100 디르함을 받겠다고 한다. 나는 200 디르함을 주고 100 디르함을 거스름돈으로 받았다. 잔돈을 줄 때 도망갈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온전히 줬다.
마라케시 광장에는 이런 걸 팔고 있었다.
무탈하게 호스텔 안으로 들어오고 직원이 체크인을 했다. 직원은 내게 이런 일이 많다고 하니 조심하라고 말하며 영혼 없이 걱정해준다. '이 시발 새끼는 아까 돕기나 하지. 왜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는 거야.' 정이 떨어진 모로코에 혐오의 감정까지 더해진다.
광장 근처에 있던 시장
짐 정리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다시 나왔다. 골목 돌아서는 곳에서 그 양아치 두 놈이 또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인사를 받아주고 내가 준 돈으로 저녁이나 잘 처먹으라고 말했다.
접시 가게
식당을 찾으면서 시장을 쫙 둘러봤는데 화려한 것들이 많았다. 볼거리가 나쁘진 않았는데 대충 보고 저녁을 때운 다음에 호스텔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다가 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