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갭이어 유튜브는 구독자 70명에서 정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대로 알고리즘을 못 타는 거 아닌가 조바심이 났지만 조금 해보다 멈추면 뭐 어떤가요? 좋아서 시도하는 일인데 겁먹지 않고 용기 내어 한 편씩 제작해 보려 합니다.
02. 나만 좋아서 나 혼자 보는 콘텐츠는 만들고 싶진 않습니다. 이번 만큼은 나의 '호'와 구독자의 '호'가 중간 어딘가에서 짜릿(!)하게 만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렇다면 구독자님들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겠죠?
03. 갓 구운 채널을 응원해주는 구독자님들은 대체 누구일까? 영상 넘어 존재하는 구독자님의 사연이 궁금했어요. 어떤 호기심으로 영상을 클릭하게 되었을까? 나와 비슷한 사람을 모아보자라는 단순한 접근 말고. 어떤 사람을 왜 모으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저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어요.
04. 그래서 마치 업무를 하듯 페르소나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 32세
직업: 스타트업 마케터 (5년 차, 중간관리직 경험 있음)
학력 및 전공: 영문학과, 관광경영학과 복수전공
거주지: 서울
개인적 특징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 주체적으로 만들어가길 원함
사업과 기획에 관심 많은 편
책, 유튜브, 해외 브이로그, 여행 통해 삶의 영감을 얻음
현재 상황 : 퇴사 선언 D-30
9 to 6 성실하게 직장생활 중
5년 동안 한 회사에서 쭉 달렸기 때문에 한숨 고르는 시간 필요
스타트업 고인물이 되어갈 쯤, 일에 대한 고민도 깊어짐
(올라운더 vs 전문가 / 프리랜서 vs 이직 / AI 적용 / 큰 방향성 자체에 대한 고민)
퇴사 후 갭이어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그간 해보고 싶었던 작은 일을 실행에 옮기고자 함
일상 속 관심사: 스터디, 독서 모임, 사이드 프로젝트에 기웃기웃거리며 개인 브랜드 구축에 관심
주변 사람들과 대화 주제: 퇴사, 결혼, 꿈에 대한 고민 공유
블로그/인스타 비공개 기록으로 자아 성찰하는 편
개인 공간
감각적이고 조용한 로컬 카페에서 혼자만의 시간 즐기는게 낙
책 읽기, 글쓰기, 영상 편집하기 좋은 환경 선호
해외에 가면 로컬 카페는 물론, 국립 도서관에 가서 시간 즐김
작업 공간
공유 오피스나 디지털노마드 스러운 환경에서 일하며, 회사 밖 동료들과의 대화 통해 자극 받음
(데스커라운지 홍대,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맹그로브 고성 등)
음식
건강한 식습관 시도 중(야채, 저당)
but, 안 가리고 다 잘 먹는 편. 정갈한 식당, 창업 스토리가 있는 맛집 좋아함
소비
감각적인 디자인 제품에 관심(아메리칸 빈티지, 리소그라피)
사람의 멋과 혼이 담긴 수공예 좋아함 (도자기, 터프팅, 커스텀 실버 주얼리)
공간 인테리어 소품 구경하기를 좋아함 (가구, 조명, 시계 등)
빈티지 한 스푼 + 미니멀한 실용주의 인테리어 선호 (디터람스, 브라운)
연 1회 해외여행 무조건 가려고 노력, 해외여행을 통해 취향의 식견 넓히기 선호
기록 습관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 스토리로 소소한 일상이나 생각 가끔 공유
공감 능력 뛰어나, 브이로그 통해 대리만족
기록 습관을 체계적으로 꾸준하게 가져가고 싶다는 욕구
학습 습관
퇴사 후 갭이어 동안 영어, 인문학, 철학 등 직장 시절 미뤄둔 공부 하고 싶음
커뮤니티 기반 학습(트레바리, 밑미 등) 통해 영감 받음
독서 꾸준히 하며 언젠가 자신의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작은 꿈 있음 → 알라딘 중고서점의 노예
타고난 기질
긍정적이고 친화력 있는 성격
주변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림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다른 사람의 좋은 점 흡수하려 노력
‘좋아하는 일이어야 지속할 수 있다’는 믿음
마냥 E스럽기 보다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편
개복치여서 용기가 없지만, 때론 장군감 용기가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옴
추구하는 기질
P지만 소문자 j라도 되어 계획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심플해지려고 노력 중
05. 어떤가요? '복잡한 인간의 내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사업을 꿈꾸는 직장인이라고 해도 마냥 자기계발/사업 유튜브만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밥 먹을 때 보는 먹방, 몇 년째 보는 브이로그, 간간히 훔쳐보는 옆 광고회사 브이로그까지. 인기 급상승 동영상과 알고리즘 사이에서 우리는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들며 스스로의 다양한 욕구와 끝없이 씨름합니다.
06. 퇴사 후 갭이어를 보내는 이들의 고민은 더 복잡합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조금 더 쉴까? 아니면 무언가를 배워볼까? 막상 시간이 생겨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당황하기도 하고, 제대로 쉬는 법조차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며 혼란스러워합니다. 저는 갭이어를 보내며 다양한 욕구와 고민에 직면한 구독자들의 자연스러운 생각들,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는 용기 같은 이야기들을 유튜브를 통해 담아내고 싶습니다. 정확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다 큰 어른에게도 갭이어가 필요해요. 맘놓고 쉬든, 여행을 가든, 사업을 하든 상관 없어요.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갭이라면, 정해진 타임라인을 벗어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맘껏 보내보세요.'
07. 페르소나를 잔뜩 적어두고,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주장을 하고 있네요. 다시 구독자 이야기로 돌아와서, 댓글을 분석해봤을 때 퇴사를 이미 하고 갭이어를 보내고 있거나, 아직 퇴사 전인데 갭이어를 꿈꾸고 있거나. 다행히 저와 비슷하게 갭이어 욕구를 지닌 분들이 영상을 봐주시고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각자의 기질과 원하는 욕구가 다른 만큼, 갭이어도 다양한 모습이겠죠? 일단 페르소나를 1차 설정했으니 나머지는 유튜브를 직접 만들며 디벨롭하려고 합니다.
08. 그런데요.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다보니 갑자기 부담감이 밀려옵니다. 생산적이고 도움 되지 않는 콘텐츠는 걸러야 하나(?) 그런 고민이 든 것이죠. 솔직히 스스로 '갭이어의 실험 대상'이 되어 그 과정을 막상 생생하게 담아보려니 겁이 난 것 같아요. 재미 없으면 어떡하지. 멋 없으면 어떡하지. 이렇게 보이려나. 저렇게 보이려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죠.
09. 그래서 다시 페르소나를 읽어봤습니다. '나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고민하는 시간을 생생하게 담는 게 갭이어의 핵심인데.. 대단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저를 집어삼켰던 것 같아요. 이런 고민들을 그저 있는 그대로 풀어내보면 어떨까요? 고민의 흔적이 용기를 줄지도 모르잖아요.
10. 결정했습니다. 가볍게 하나씩 영상을 툭툭 만들어 보기로.
메시지 한 번 던져보겠다고 적어본 페르소나인데, 오히려 페르소나가 저에게 용기를 주네요. (앞으로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페르소나 한 번씩 보는 걸로..) 애초에 저는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저마다의 갭이어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사례로 저의 갭이어 과정을 담고 싶었고요. 갭이어를 보내려는 분들께 작은 용기를 준다면 충분해요. 구독자님들이 더 늘면 페르소나를 넘어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주고 받는 사이가 되겠죠? 다음 번엔 영상을 기획하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