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5일 인터뷰하고, 2016년 1월 21일에 티스토리에 쓴 글을 재발행합니다.
Q. 안녕~ 낸시. 사진가! (하하) 부끄러워? 자기소개 좀 부탁해.
응. 너무 부끄러워!! 안녕. 이름은 낸시, 22살이고, OCAD(Ontario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고 있어. 좋아하는 건 스포츠야. 배구라든가 배드민턴 같은거. 오, 건강하네. 아니야.. 사실 점점 게을러지고 살도 찌고 있어.(하하하)
Q. 자신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 Really nice. 음... 모르겠어요.
Q.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있어?
정말 바쁘게 지내고 있어. 일도 해야되고 학교도 끝내야하고. 1년 남은건가? 4년 과정이라 2년 좀 더 남았어. 음.. 모르겠어. 아티스트인거지? 응. 그렇지.
본인만의 룰이 있어? 글쎄. 학교에 많은 학생들이 있잖아. 그 중에 어떤 친구들은 마지막 작품을 생각하면서 플래닝을 먼저 열심히해. 반면에 또 어떤 친구들은 그냥 하지. 나는 그 중간에 있는 것 같아. 때로는 계획하지 않고 그냥 해. 왜냐면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게 되니까.. 너무 많이 계획하다보면 마지막 조각(중요한 마무리)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거든. 그래서 어떨땐 어떻게든 그냥 하는 게 더 나아. 근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정말 달라. '이렇게 해야 돼. 이게 너가 해야되는 방식이야.' 그 방식이 맞다라고 생각하면 거기서 더 배우면 되는 거지.
그런데 다들 그런 건 아니라는거. 내 생각에도 학교에서 배우는 방식에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그냥 하면 되는 것 같아.
Q. 학교 졸업하면 뭘 하고 싶어?
이 필드에서 직업을 찾는 건 굉장히 어려워. 프리랜서가 많고.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해. 아마 지금 듣고 있는 코스와 비슷한 걸 할 것 같아. 아니면 좀 다른 걸 할 수도 있겠고. 더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도 있고.
어릴 때부터 아트를 좋아했어? 응. 왜냐면 어릴 때부터 주말마다 아트수업을 받았거든. 진짜 어렸을 때였지.
부모님께서 그럼 미래를 위해서 좀 지지해주시고 지원해주셨던거야? 아니면 혼자 그냥 결정한 거야?
고등학생 때 부모님께서 이렇게 물으셨어. "너 정말 이거 하고 싶니?" 난 그렇다고 말했고 부모님도 허락했지.
(낸시는 이 얘기를 하면서 울기 시작했고, 나 역시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인터뷰하는 내내 거의 훌쩍거려야만 했다.) 사실 내 남동생과 여동생도 아트에 관심이 많아. 그래서 나도.. 그 맘 알 것 같아. 그걸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 지, 서포트가 필요한 지.. 내 얘기를 하자면.. 저도 사진 전공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어. 고등학교 때 내가 정말 뭘 원하는 지 알지 못했었고, 그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좀 좋아보이는 것을 선택했던 것 같아. 사실 지금은 만족하며 다니고 있는데 처음엔 후회도 많이 되고, 환경 탓을 많이 했었어. 그치만 지금 난 첫째로서 동생들이 아트쪽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있고, 애들을 위해서 무언가 해줘야된다는 마음이 커. 그래서 그 느낌이 뭔지... 이해가 가네.. 어쨌든...미안해. 아픈 곳 건드려서..!
Q. 지금 낸시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야?
지금 당장은 학교를 마치는 것. 그리고 가족. 정말 중요한 게 그 두 가지 인 것 같아.
학교를 정말 마치고 싶어. 가족을 돌봐야하고. 시간을 되돌아보면.. 때때로 시간을 낭비했다고 느낀 적이 있잖아. 맞아. 만약에 일이 없다면, 그러니까 지금 일하고 있는 파트타임잡이 없다면 이미 학교를 끝냈을 거야. 근데 마인드는 돈을 벌어야한다는 생각이 늘 있는 거야. 돈을 많이 벌어야 많은 걸 할 수 있다라는. 친구랑 논다거나, 어딘가로 간다거나. 다 돈을 벌어야하지. 그게 사실 파트타임잡을 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학교를 1년 반 쉬었어. 쭉 그냥 일을 했지. 돈 없을 걸 걱정하면서.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기대는 것에 대해서 "난 충분히 나이 먹었어. 돈을 벌 수 있어" 그런 생각이 드니까.
상황이 어떻든 우린 젊잖아. 희망도 있고, 여전히 어리고. 그래서 우린 다시 용기를 가질 수도 있고, 또 여행도 다닐 수 있고.. 그런 것 같아. 이렇게 친구들이랑 놀러다니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응. 맞아. 진짜 감사해.
Q. 이 여행을 통해선 뭘 배운 것 같아?
다른 곳을 둘러보면서 얼마나 다른 지 보고 배울 수 있었어. 새로운 사람도 만났고. 너도! 진짜 좋은 경험인 것 같아. 돈이 있다면 갈 수 있는 만큼 여행을 가야한다고 말하고 싶어. 이런 모든 경험이 다 영감이 되고.
Q.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생을 즐겨라(?). 특별히 낸시보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시간을 낭비하지마" "시간을 아껴"
."너무 많이 걱정하지마" 물론 좀 걱정은 해야겠지만.. 스트레스도 받으면서.
"나중에 생각하기보다 지금, 미래에 대해 생각해봐" "열심히 해" "계속 성장해" "꿈을 따라가"
"너가 사랑하는 걸 해" 맞아. 맞아.
+
티나, 에리카, 낸시를 차례대로 인터뷰하면서 마지막에 눈물이 팡 터질 줄은 몰랐다. 그들은 내가 몇 달간 일했던 신사도 가로수길 게스트하우스에서 약 한 주를 머문 여행객들이었고, 너무 고맙게도 그들의 여행길에 잠깐이나마 함께 할 수 있었고 인터뷰까지 해주었다. 토론토에서 온 그녀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심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20대였다. 부끄러웠던 한 가지, 깊이 느꼈던 한 가지가 있었다. 전에도 쓴 적 있었지만 지금와서 굳이 다시 쓰더라도 그 느낌은 여전하다.
왜.. 도대체 왜 미주에서 아시아로 여행오는 사람들이 전부 '여유'가 있어 오는 거라 생각했을까?
이것은 나의 갇힌 사고였다. 그냥 다 같은 사람이고, 환경이 다르다해도 처한 상황이 다 다른데 어떻게 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는가에 대해 너무 확- 깨달아버린 순간이었다.
그 후에도 사실 그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이 때를 떠올리면, 이 인터뷰를 했던 걸 떠올리면, "잘 모르고 그냥 받아들이는 것의 무서움", "고정관념의 오류"가 다시금 찾아온다. 분명 여행은 살아있는 학교이고 배움터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은 전혀 몰랐다 하더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애틋한 친구가 될 수 있다.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세 명을 인터뷰하면서 '낸시'를 인터뷰할 때 유난히 나는 마음이 동했다. 그 이유는 내 상황과 너무 비슷해서일거다. 내 안에 비슷한 상처가 있고, 나와 비슷한 류의 사람을 만나면 단번에 알아보듯 나는 낸시를 그렇게 느꼈다. 그건 아마도 동질감. 안타까움도, 아쉬움도 있지만.. 어설프게 위로하려고 공감하려고 내 이야기를 섣불리 꺼낸 잘못도 있었지만. 나 역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가슴 아파하고, 위로 받고, 격려를 나누었다. 그래서 결론은? 많이 고마웠던 인터뷰였다는 것 :) 꼭 토론토에 가서 이들을 만나고 싶다. 버킷리스트에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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