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를 잠그게 해주는 말
5월은 굉장히 굉장히 힘든 달이었다. 미래를 살아보지 않았기에 장담할 수 없다만 2017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힘들었던 달이 5월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도 그럴것이 하루에 한 번 나를 찔러오는 누군가에 의해 잠그기 어려운 수도꼭지가 틀어져 영영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나를 찌르는 그 누군가는 남이었고, 가족이었고, 나 자신이었기도 했다. 마음이 여기저기 욱신거리는 동시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순간들이 많았다.
어제 드라마 '쌈, 마이웨이' 4회를 보면서 격하게 공감했던 부분이 있었다.
남주인공 동만이가 자기가 좋아했던 운동을 다시 하기로 마음 먹는 과정에서 갑자기 걸려온 상사의 잔소리 전화에 "저 잘 못할 것 같아요. 근데요. 저는 그 일이 신이 안나서 그렇게밖에 못할거 같아요. 그래서요!! 저 그만 둘래요!!!! "라고 답해버리고는 '못먹어도 고!'란다. 어쩜 저렇게 100% 공감가는 대사를 치냐 했다.
내가 지금 답답한 이유도 딱 저 한 문장때문인 걸 안다. 누군가에게는 철 없는 이야기, 나는 뭐 꿈이 없었냐는 반문을 일으키며 그래도 네가 살아가는 현실은 현실이야라는 소리가 나오겠지만 내 깊은 내면의 무언가는 여전히 꿈 꿈 꿈 거리는 것이다. 그럼 그냥 하면 돼, 그게 답인 것을 알지만 실행하기가 두려운 것도 맞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던 것이다. 어떻게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의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뽐내기 위해. 좋아하는 건 취미로- 일은 그냥 일이야- 라는 의견에 아직도 꾸물대는 나의 마음은 어디로 갈지 모른 채로 묶여있다. 묶여있는 채로 조금씩 조금씩 그의 빛깔을 여기저기 흘려가며 그렇게 자기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와중에 외부적인 요소에서 모든게 잘 되어간다면 또 모르겠지만 거기서도 트러블이 생기니 '사람은 하고싶은 거 하고 살아야하나봐'라는 애라의 훅 후벼파는 대사에 자꾸만 다시 마음이 가는 것이다.
엄마의 제발,이 나의 제발,이 되어 그렇게 엄마와 나의 가치관 차이를 다시 인식한다. 그리고 친한 교회언니와의 이야기를 통해 분명히 해야하고 넘어가야할 '분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결혼 전 꼭 필요한, 그러나 사실 그냥 20살부터는 스스로의 몫을 해가는 것에 도전하며 진작 훈련했어야할 그 분리를 아직도 못하고 있다.
언제쯤 가능할까싶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것이 불효가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런 저런 부딪힘 속에서도 하나 뚜렷하게 알게되는 건 나를 생각해주고 사랑해주고 있다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엄마와 나의 의견이 충돌한다해서 그것이 엄마가 나를, 내가 엄마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을 안다. 다만 잘 풀어가고 싶다. 그래서 다시 용기를 내어 전화했지만 무언가 대답을 바라는 엄마에게 '그냥 전화했어-'라고 싱거움을 남기고 다시 끊었다. 엇. 갑자기 이 순간 시카고 타자기에서 한 시에서 나오는 '지금 하십시오' 시가 떠오른다. (요즘 다시 옛적 드라마 덕후끼가 스물스물 올라온다.) 그래. 지금 잘해야지. 자기 전에 전화 한 통이라도 하고 자야겠다.
또 다른 몇명의 좋은 사람들이 있는데 언급한 교회언니랑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계속 언니로부터 오는 메시지가 하나 있다. 바로 이 글의 타이틀. "우린 행복할거야." 이 간단명료한 말에서 나는 왠지 모르게 힘을 받았다. 맞아요, 라고 수긍하는 척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그래도 힘들다'라는 생각했었다. 근데 그냥 통화를 끊고나서 계속 내 안에 다시 몽글몽글 소망이 올라오는 걸 느낀다.
맞아. 우린 행복할거야. 행복할거야. 진짜야. 진심.
이 말이 그냥 요즘 힘이 된다. 어디로 어떻게 한 발을 내딛고 멈추어야하는지 모르겠는 스물 여덟의 여름.
그렇게 다시 나는 행복을 원하고 있나보다싶다. 내 수도꼭지도 언젠간 단단해져서 좀 덜 틀어지겠지, 더 견고해지겠지. 더 단단해지겠지. 그리고 기쁨의 수도꼭지가 되기도 할거고 말야. 그렇게 생각이 되는 걸 보니 마음의 회복이 조금씩 시작되었나보다. 이미 회복중인듯 싶다.
나처럼 마음이 괴로운, 일로 힘든, 갈피를 못잡겠는 이들에게 너무나 뻔하지만 사실 한 고개 넘어 있는 그 행복에 대해 도전을 주고 싶다. 우리, 행복할거예요. 금세. 언제 그렇게 괴로웠냐는 듯 또 웃을 수 있고요. 물론 울을 수도 있어요.(수도꼭지ㅋㅋ!) 근데 그럼에도요. 또 행복은 와요. 옵니다! 그러니까 우린 행복할거예요!
정말 정말 내가 너무나 원하는 직무공고에 원서를 내었는데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의 이력서, 자기소개서지만 진심을 담아 후다닥 써서 냈었다. 공고를 보던 날 미친듯이 뛰던 심장, 평소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던 거리의 나무들.. 그 느낌을 잊지 못한다. 어떠한 상황이든 그냥 나는 나구나했던 순간. 그 잠깐의 순간을 붙잡아 궁극적인 내가 되고 싶은 마음. 그러나 그 마음이 하나님의 이끄심을 넘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 겸손히-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배울 것들을 바라보기. 내 자신에게 억압과 폭력이 아닌 천천히 그 기회들을 바라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끊임없이 신뢰하고 인내할 줄 알기. 소망하기. 그걸 놓치지 않고 싶다.
지난 1달동안 자존감, 자신감이 꺾이느라 고생했다..5월의 마지막 날 그래도 잘 견뎌준 너가 있었음을 알기에
미치도록 도망가고 싶어도, 누군가 자신의 판단으로 너는 거기까지야- 그런 아이야-라고 말했을지라도 나를 견뎌주고 보듬어주었기에 다시 긍정을 되찾을 수 있었어. 지금 마음먹은 고 마음 그대로 찬찬히 다시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리고 하나님께 의지하며 평안하자. 우린 행복할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