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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모니블렌더 Jul 21. 2017

오색찬란, 플립(Flipped)

오늘은 오랜 친구와 10대 소년소녀의 귀여운 사랑이야기 '플립'을 보고 왔다. 

풋풋, 첫사랑, 짝사랑, 10대 로맨스, 순수 등.. 이 영화를 설명하는 수식어를 보자니 충분히 예상가능한 시나리오가 누구에게나 그려질법한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뻔-해서 그냥 뻔-하게 보고왔다는 결론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덜 인상적이었다면 영화를 본 당일 이 글을 쓰지도 않았으리라.




실은 오늘 오전에 친한 언니가 이 영화를 아냐며 같이 보자고했다. 그러다 같이 보기로 한 친구가 있다며

거절을 했는데 말 나온 김에 친구에게 당장 보자고 했다. 도대체 어떤 로맨스길래 2명이 보자고 하는걸까.

가벼운 마음으로 줄거리도 정말 대충 슥- 보고 갔고 '재밌겠다. 내가 좋아하는 류의 영화겠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그런데 왠걸, 마지막에 소년이 소녀에게 나무를 심어주는 장면에서 뿅-

사랑이란 저런걸까. 상대방의 시선, 마음을 이해해주고 그것을 기꺼이 해주는 것. 그리고 결국 공감하기까지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사랑'은 그렇게 위대하다. 소소하지만 위대하다.


영화를 보자고 했던 언니는 이 영화를 보고 무슨 대화를 할지 생각해보라 했다. 아, 그래서 그런지 영화가 끝날쯤 나도 모르게 머리로 어떤 질문을, 어떤 이야기를, 어떤 느낀점을 쥐어짜내보려는 신경물질들이 빠르게 움직임을 느꼈다. 그러다 바로 접었다. 에잇- 자연스럽게 생각나는대로지 뭐.


그런데 결국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오글거리지만 여기서 풋-하고 스스로 웃게된다.

나도 참 나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느꼈던 것들을 쭉 적어보려 한다.





1. 플라타너스 나무를 남자아이가 다시 심어줄 때, 그것이 사랑의 메타포이자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준 그냥 사랑 그 자체였음을 느꼈다.

 플라타너스 나무 위에 올라가 바라본 풍경, 자연, 줄리의 아버지가 줄리에게 이야기해주었던 부분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루었을 때의 그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는 참 좋았다. 인생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지니고 살아가야 행복한지 줄리의 가정이 중시했던 것들과 브라이스의 가정이(정확히는 브라이스의 아버지) 중시했던 것들이 비교되어지면서 우리에게 무언가 교훈을 던져주고 있지 않나싶다. '중요한 가치'같은 것에 대해 말이다.


2. 가장 찡하게 내 마음을 후벼팠다가 줄리와 브라이스의 사랑에 눈이 끌리는 바람에 잠깐 잊었던 중요한 내용이 있었다. 줄리와 아빠의 교감. 나는 아빠랑 굉장히 닮았다. 그래서 아빠가 좋고, 싫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너무 닮아서 내 단점이 보이고, 내 장점도 보여서 그 사람이 너무 좋은데 애잔한 마음이 드는 그 감정. 그러나 결론은 난 그런 아빠를 닮아, 더 나답게 살아갈 수 있으며 아빠의 딸이라 좋다는 거. 커가면서는 많이 줄어든 느낌이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하는 고민을 아빠에게 들고가 '아빠였다면?'이라고 묻는다. 엄마가 질투는 하실지언정 아빠에게 쪼르르 달려가 묻곤 하는 것이 나의 성향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어쩌면 줄리와 아빠의 오고가는 대화 속에 나는 나와 아빠의 대화를 투영해서 보고 왔을지도. 아빠를 빼닮은 딸과 그 딸의 대화란 또 다른 무언가 꿈틀대는 순간이니까 말이다.



3. 오색찬란한 매력의 줄리.. 나는 삐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줄리의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었다.

브라이스의 할아버지 대사 중 어떤 이는 밋밋하고- 또 다른 이는 빛난다. 그러나 오색찬란한 사람을 만나면 그 어떤 것과도 비교 못해-(100% 정확하진 않다!)라는 말. 그 말이 나를 또 위로했다.

부끄럽지만 꽤 괴짜인 줄리의 캐릭터에 나는 또 나를  투영했나보다. :)

'그래. 그냥 그대로 나답게 오색찬란한 빛을 내면 되는거야'라는 위로였다.

이 영화가 나에게 가장 크게 남기는 마음은 바로 저 오색찬란함의 소중함인듯 싶다.



오늘도, 당신만의 색을 뿜뿜 내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궁디팡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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