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영화 감성평
동생이 이번 주말 내내 보자고 했던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물론 나에게도 보고싶었던 관심 영화이긴 했다. 영화 1순위 장르는 로맨스니까.
오랜만에 나온 로맨스이기도 했고, 군함도 이 후로 영화를 본 적이 없어 보고는 싶었다.
일본의 로맨스 감성이 오글거리긴 하지만 나는 꽤 일본의 감성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케바케이긴 하지만:))
하지만.... 영화보러 가기조차 귀찮고, 그만큼 컨디션이 별로였던 주.
"진짜 보러가고 싶어? 진짜? 춥지 않아?"라고 연신 회유를 거듭했다가 실패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영화관에 조금 지각해서 들어갔다. 심야이기도 하고..
영화관이 워낙 작아서 광고도 없는 영화였다.
결론적으로, 정말 좋았다.
아무리 뜻이 있는 로맨스라고 해도 저 자극적인 제목은 눈살을 찌뿌리게 만들었고,
보고싶다가도 제목이 너무 거슬려서 보고싶지 않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영화를 본 이들의 리뷰가 다 그렇듯이, 영화를 보고나서 보면 저 제목이 너무 와닿는다, 이해가 된다.
나도 동의한다. 영화를 보고나서 장난으로 아빠 엄마에게 '엄마아빠~~~ 나 엄마아빠의 췌장을 먹고싶어'라고 되도 않는 소리를 하기도 혰다.
아무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대신 가장 임팩트 있던 명대사를 저장해두고 싶어 글을 쓴다.
"거스를 수 없으니까 흘러 가는거야"
('거스를 수 없으니 흘러가는대로 두는 것 뿐이야', '거스를 수 없으니 흘러가는대로 두는 거야'라고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린 남주인공의 저 대사가 내 마음 속엔 가장 뚜렷한 대사로 남게 되었다.
그렇지, 맞아. 하고 무릎을 탁 칠만한 말이었다.
주옥같은 대사 덕에 드라마가 살고, 영화가 사는 작품이 있는데 요즘 '사랑의 온도'라는 드라마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랬다.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 좋고 의미 있어서 현실감이 떨어질 때도, 현실감이 넘칠 때도 있지만 그 흐름이 나쁘지 않고 새롭다. 뻔한 스토리라고 해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좋은 예.
잠깐 제목을 다시 검색하다가 여 주인공 사쿠라 역을 맡았던 배우가 가장 좋았던 대사는 '운명이 아닌 그동안 한 선택으로 인해 우리가 만날 수 있었다'라는 대사라고 하는데 순간 '아, 그 대사도 있었지'하고 또 다시 그 감동의 대사들이 생각이 나더라. 그렇게 다시 보면서 곱씹을 만한 대사들이 많은 영화이다.
그 이외에도 죽음 앞에 놓인 어린 여학생이 죽음 앞에 놓이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하는 메시지들도 넘쳐나는데,
'너에게 있어 산다는 것은 무엇이냐'는 남주인공의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했던 저 질문에 '산다는 것'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 대답하며 그 마음을 나눈다는 것에 좋은 감정, 슬픈 감정, 싫어하는 감정, 질투하는 감정 그 모든 인간의 연약함들이 다 뒤섞인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것까지 말하며 그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살아있다는 것이라 말한다.
산다는 건 별 게 아니라서 별거다.
별 게 아닌 것이 모아졌는데 별 거가 된다.
그래서 그것이 죽음 직전에 가장 애타게 찾게 되는 것이 된다.
돈도, 외형도 아닌 내 옆에 소중했던 그 일상에서의 것들이 가장 애타게 찾는 것이 되는 것.
아이러니하지만, 정말 그런 것이 우리의 삶이라 끝까지 마지막까지 우리가 우리로서 살아내는 것.
그게 어쩌면 가장 필요한 그 무언가이다.
웃는 순간에 마음껏 우리의 마음을 채워 웃는 것.
슬픈 순간에 그 슬픔을 비워내리란 마음으로 목놓아 우는 것.
먹을 땐 먹는 그 순간을 함께 먹는 사람들과 그냥 맛있게 먹는 것.
단순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단순하지 않아서 괴로워해도 되는 것.
그냥 그 모자란 나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
살아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것.
그게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