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같은 요즘살이
갑작스러운 결정이 최고의 선택이었던 적이 있었나? 3일만에 결정한 유럽여행이 2023년 최고의 선택이라고,, 감히 1분기가 지나기 전에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에 펼쳐진 연속된 사건들이 나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듣자.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 요즘이다.
ㅡ
유럽여행을 다녀온 직후 갑자기 아빠께서 입원을 하셨다.
꽤 오랜 병원신세를 지게 되셨고, 처음에는 아빠를 잃는 줄 알고 순식간에 슬픔에 잠겼다.
그리고 다시 괜찮아질 때쯤, 회사사정이 바로 어려워졌다.
네 인생이 언제 순탄했냐는듯. 폭풍 속으로 흘러들어가는데 내 인생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 나 30대인가?
당황스러운 건 '사건'이라 불릴만한 문제들 앞에 생각보다 초연한 나였다.
"뭐지..? 왜 엄청 당황스럽지 않지? 갑자기 어른이라도 된건가?"
워낙 개복치인 내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갑작스러운 일'들이터지고나니
"인생 재밌네"라고 받아들이며 힘든 걸 못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ㅡ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요동쳤다.
내 인생만 생각하기도 벅찬데, 함께하는 팀원의 미래도. 쌓아왔던 업무도 막막했다.
되는 쪽으로 안 되는 쪽으로 온갖 시뮬레이션을 그렸다. "만약에"를 999번 되뇌이며 새로운 시나리오를 펼쳐나갔다.
눈을 뜨고 감을 때마다 회사 생각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어느새 내가 하는 일이 나의 정체성이 되어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일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으면 좋겠어서. 인하우스로 성공하고 싶어서. 모든 걸 걸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서. 뭔가 큰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돈을 벌고 싶어서. 아니 사실 즐거워서. 솔직한 욕구들이 솟구쳤고, 남의 인생을 책임져줄 수 없다는 것도 꼭 받아들여야만 하는 팩트였다. 결국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나의 일'을 잘, 열심히 해내는 길 밖에 없다.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여전히 나는 피로한 일상을 살고 있다.
스트레스가 넘치는 일상 속에서 '유럽여행' 블로그를 끄적이는 일은 분명 사치지만,
지금 해두지 않으면 한없이 미뤄둘 것 같아 정신차리고 기록하고자 한다.
유럽 여행기는 아래 2가지에 기반해, 최대한 생생하게 쓸 예정이다.
1) 여행 중 실제로 썼던 일기
2) 여행 후 느낀 점을 덧붙이기
그럼, 시작해볼까?
두근두근. 서촌 소품샵 #원모어백에서 구매한 귀요미 러기지 택.
엄마 하나 나 하나. 귀엽게 꽃 하나씩 달고 공항 버스를 탔다.
정말 급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에, 새벽 2시까지 열심히 일하고 떠났다.
떠나면서도 믿기지 않아서 "엄마.. 우리 진짜 유럽 가나봐.. 내가 진짜.. 유럽에 간다고? 아니 진짜? 대박"
비몽사몽 설레발을 쳤던 아침이었다.
엄마랑 공항에서 한 장 남기기 (뿅!)
"아, 요즘엔 이렇게 바뀌었구나"
"해외가는 기분이 이런거였지"
공항이 너무 오랜만이라, 새로운 기계를 마주할 때마다 설렜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위에 보이는 저 두 개의 짐 때문에 꽤 고생했는데..ㅋ_ㅋ
엄마 하나 나 하나 23kg씩 허용되는 수하물. 역시나... 큰 사이즈 캐리어는 28kg 정도 넘어서
짐을 몇 번이고 해체하고 다시 싸기를 반복했다.
"아우....못살아" 엄마의 잔소리와 나의 한탄이 섞이기 시작한 첫 번째 사건이었달까ㅋㅋㅋ
사실 이번 유럽여행은 서로 #잔소리대항전을 주제로 삼을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귀따갑게 잔소리로 시작해 잔소리로 끝나는 여행이었다. 그런 동시에 틈틈이 아름다운 풍경과 서로를 배려했던 순간도 있는....(미화중)
어찌저찌 30분 동안 끙끙.
무사히 짐을 보내고, 한식파 모녀는 순두부 찌개를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엄청난 퀄리티의 음식은 아니지만, 그냥 유럽 가기 전에 대충 한식을 먹는다는 의미로 먹었다.
이때 쫌 싸했던 게.. 엄마랑 순두부찌개 먹고 잠깐 화장실에 들렀다 나왔는데
어떤 모녀가 해외여행 다녀와서 매우 심각하게 싸운 걸 발견했지 모야.....
자세한 얘기를 썼다가 혹시나 내 얘기다.....할까봐 쓰진 않겠다.
하지만 그 앞에서 엄마랑 서로 아이컨택하며 "우리 이번 여행 , 사이 좋게 지내자"고 다시 한 번 서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고나서 싸울 꺼 뻔히 알았지만, 그래도 여행 떠나기 전 그 모녀를 마주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탑 -승!
저 LONDON이란 여섯 글자를 보고
어찌 안 설렐 수 있냐고요..
"회사에 다닌지 5년이 되었지.."
"20대의 나는 늘 해외살이를 꿈꿔왔지"
"밴쿠버에서 워홀하던 때가 생각나"
"엄마와 일생에 한 번 뿐인 유럽여행이 될거야"
"이번 여행이 내 인생에 어떻게 기억될까"
피곤함 40% + 여행 감성 60%인 채로 비행기에 올랐다.
솔직히 29명이 함께하는 패키지 여행이라, "이건 유럽여행 Preview일 뿐이야."
스스로를 정말 계속 세뇌시키며 온갖 기대감을 내려놨다. 특히 음식, 숙소 등에 대한 기대는 제로였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더 만족하고, 순간순간 행복한 감정을 많이 담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본격적인 여행기는 다음 포스팅부터겠지만,
매일매일 눈 비비며 쓴 날것의 일기와 함께
12일간의 유럽 여행기를 최대한 생생하게 써보려고 한다.
히히히.
진짜 오랜만에 성실하게 기록하는 거라 묘하게 부담이 느껴지지만
일놀놀일 하듯이. 재밌게 써봐야겠다.
다음 편에서는 대한항공 + 런던 도착기를 가져올 예정!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