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클릭만으로 '런던' 땅을 밟게되는 인생이라니. 황홀했다. 비행기를 탈 뿐인데, 새로운 세계를 움켜쥐는 듯한 느낌..! (오바중)
27세에 밴쿠버 워홀을 떠날 때만 해도, 타지에서 열심히 투잡 알바 뛰면서 멋드러지게 유럽여행을 들렀다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간절히 바라왔던 유럽여행을 34세에 덜컥. 엄마와 가게될 줄 전혀 몰랐다.
아시아나 직항을 탔다. (암요- 거의 500만원의 패키지값이었는 걸요)
타지살이를 꿈꾸던 영문학도(?)였기 때문에 어떤 나라를 가든, 뭔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이 알 수 없는 설레는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도리가 없고. 설레는 마음을 주섬주섬 주워 담아 본격 '기내 여행'을 시작했다.
유럽은 처음이라 공항부터 기내까지 괜히 '한식'에 더 집착하게 되는 모녀..ㅋㅋ 맞다. 나는 평소에도 '한식파'여서 서촌 근처에도 한식만 주구장창 먹는 아저씨 입맛. 야무지게 쌈도 싸먹었다. 아니.. 기내식이 너무 오랜만이라 '다채로운 쌈'을 보며 좀 감동했다. 이렇게까지 잘 나온다고?
"엄마. 난 바쁘니까 대신 읽고 공부해줘. 엄마만 믿고 갈게(충성충성)" 쉬는시간이 조금 생긴 엄마에게 유럽 공부하라고 사드린 유럽여행 책. 실제로 난 비행기에서 첫 장을 펼쳤다.
얼레벌레 영국부터 천천히 읽다가, 갖고온 다른 책을 읽다가. 인솔자님이 주신 여행 스케쥴을 보다가. 1/3의 비행시간이 흘렀다. 여행갈 때 꼭 책 1권은 무조건 챙겨가는 편인데, 어느샌가부터 여행에 책 1권을 들고가는 일이 루틴이 되어버렸다. 설령 다 읽고 돌아오지는 못한다 해도, 여행에 데려갔던 책은 추억이 함께 묻어버린다.
미리 유튜브 플리를 몇 개 다운 받았지만, 음악 들으면서 일기를 쓰거나 책 읽는 것도 한계가 왔을 쯤. 문샷이란 영화를 발견했다. 넷플릭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주인공인 라나 콘도어가 주연인 영화였다. 왁- 세상에. 너무 좋아하는 여배우였는데, 더 좋아졌다. 화성을 너무 가고 싶었던 남주. SF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데, 오랜만에 새로운 세계를 향해 가는 지금의 내 상황과 동일시 되면서(?) 적당히 설레고 적당히 흥미롭고 나름의 깨달음도 있었던 영화였다. 가볍게 보기 좋고,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 2번은 돌려봤다.
아니. 근데.....1-3차로 비행기에서 어느정도 킬링타임을 하고나니. 허리도 아프고.. 고개도 아프고. 다리가 너무 불편했다. 나름 여유있는 국내선 직항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리도 더 쭉쭉 뻗고 싶고.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11시간 비행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거의 13시간 걸린 것 같다.
오케이. 거의 마지막 기내식인 걸 보니 끝이 다가온다. 냅다 맛있게 먹었다.
원래 비행기는 사육장이니까..!..
앗.. 4차에서 끝난게 아니었다. 5차도 또 먹는거다. 거의 13시간 비행이다보니 거의 아점저를 다 먹게 되었다. 맛.. 맛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런던 도오오오오오착-!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밤은 말모말모! 오래도록 눈에 담고 싶을만큼 아름답다.
언스플래시같은 이미지 사이트에서 다운 받은 것 같은.. 비현실적인 야경. 두근두근.
진짜로 3년 만에 해외여행이었다. 그것도 유럽으로. (흥분)
원래 입국할 땐 별게 다 설렌다. 밤이라서 텅텅빈 공항조차도..
짐 도착 중.
입국하면서 재밌는 썰 하나가 생겼었는데..ㅋㅋ
입국 심사할 때 또 지문인식, 얼굴인식이 잘 안되어서.........
(알고보니 쌩얼에 안경쓰고 있어서 잘 인식이 안됐던 거.......ㅋㅋㅠ)
대면 심사를 했는데 엄마도 나도 자꾸 오류나서 같이 쪼르르 영국인 아저씨와 입국심사를 진행했다.
"여행 왔니?"
"넹. 우리 패키지 여행이에요~"
"오 그렇구나. 옆에는 너네 언니지?(엄마보고 하는 말)"
"놉. 엄마입니다~"
"오노~ 언빌리버블! 거짓말 하지마~ 누가봐도 시스턴데~"
(이 때부터 엄마에게 설명해주자 '예의상 하는말' 아니냐며 되게 기분 좋아함. 대신 내 얼굴은 굳어감)
"백이면 백. 이런 얘기하면 딸은 기분 나빠하더라~ 블라블라ㅋㅋ"
"괜찮아여 엄마만 기분 좋으면 됐어요!"
대충 이런 스몰토크를 나눴는데, 덕분에 런던에 대한 첫인상이 매우매우 좋았다.
공항에서 살짝 당황했던 게 있었는데, 패키지가 처음이다보니 어디서부터 동행을 찾아 같이 가야하는지 감이 없었다. 분명 착륙 후 앞에서 같이 만나서가자고 했던 것 같은데 어디가 그 '앞'인지조차 모르겠어서 결국 출입국 카운터까지 나와버렸다. 패키지 여행은 '단체생활'의 숙명인데 처음부터 뭔가 따로 놀까봐 겁먹었던 것 같다. 그치만 엄마에게 든든한 딸이 되기 위해(ㅋㅋㅋㅋㅋㅋ)
인솔자님께 카톡으로 "저희 어디어디 앞이에요~" 빠르게 소통하고, 차라리 빨리 짐 기다리는데 나가있었다.
다행히 별 이상 없이 각자 짐 내리는데 모이더라. 인솔자님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패키지여도 좌석을 쪼르르 다같이 앉는게 아니기 때문에 비행기 타고 내릴 때만 눈치껏 같이 움직이고 각자 움직일 땐 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 되는 것 같다. *단, 현지에서는 무조건 잘 붙어있기*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런던에 무사히 잘 도착했다.
너어어어어어어어어무 피곤한 밤이지만. 와중에 펍 구경도 하고. 인솔자님께 드릴 돈 정리도 하고.
그렇게 첫 날의 밤을 맞이했다. 자세한 기록은 다음 편에서 찐 일기 들고올 예정. see 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