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첫째 날. 쪽잠 제외하곤, 거의 24시간 비수면 상태라 매우 몽롱했다. 어찌저찌 타지에 발은 닿아 있는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진짜 유럽인거냐'며 눈은 휘둥그레-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기 바빴다.
"#&@$(@#($(#@ "호텔 로비에 온갖 인종의 사람들이 영어를 쓰고 있다. 아. 여기 외국 맞네. 두근거렸다.
첫 숙소: 홀리데이 인 런던 히드로 베스로드
첫 숙소는 체인 호텔 <홀리데이 인>. 만족도 최상의 숙소였다.
패키지에 최소 '500만원'을 썼으면서 왜 기대가 1도 없었냐고 묻는다면 그냥 할 말이 없다.
난생처음 가보는 패키지 여행이 <코로나 끝나는 시기. 민족 최대의 명절 - 설 연휴. 비행기 뜨기 10일 전 예약> 그냥 이걸로 끝이라 생각했다^-^ 패키지 고른 기준은 순전히 <가고싶은 도시, 일정> 이 맞기 때문이었고, 나머지는 운에 맡기자. <인솔자, 가이드, 동행 가족들>은 내 컨트롤 밖인 상황이다.라고 정신승리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깔끔한 숙소를 만나 여행 첫 날부터 묘하게 안심되고 설렜다.
"어떻게든 밤10~11시쯤까지 버티다 조금 늦게 자세요. 그럼 시차적응에 도움 됩니다.
애매하게 오후 8시쯤 잤다가는 새벽 2-3시에 멀뚱멀뚱 눈이 떠질 거예요~ 정말입니다~"
인솔자님의 안내도 있었지만, 10박 12일 중 첫째날이 벌써 이렇게 흘러간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공항 근처라 허허벌판같은 느낌이 있었고, 엄마랑 기념사진 한 장씩 찍고 괜히 1층을 어슬렁 거렸다. 자판기도 신기한 해외여행 첫째날. 인간이 참 간사한게, 환경이 180도 달라지면 모든게 새롭고 호기심 천국이다.
호텔 로비에 스타벅스 기계가 딸린 Pub이 있었다.
캐나다 스벅순이 출신. 외국에서 만난 달러 표시의 스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엄마도 진짜 피곤했을텐데.. 새로운 경험하겠다고 펍으로 직진한 모녀�
엄마랑 외국 펍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사실 내가 유일하게 우리집에서 술 안 먹는 사람이고, 엄마도 술을 잘 안해서 이럴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분위기 좋은 펍에서 엄마랑 단둘이 마주앉아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니.. 이 조차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코코아. 엄마는 와인. 잠들기 아쉬운 밤
3.75파운드의 코코아는 캐나다 스벅순이 시절 모험을 즐겼던 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전혀 다른 타국에서 엄마와 새로운 경험을 나눈다니. 그냥 이 사실만으로 감사했다. 아기처럼 눈을 반짝이는 엄마. 잔소리할 준비가 되어있는 엄마.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엄마. 엄마는 엄마지만, 그저 호기심 가득한 한 사람일 뿐. 그런 모습이 꽤나 사랑스러웠다.
돌이켜보면 엄마와의 수다가 100%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다보면, 계속 되풀이되던 고생 썰이 꼭 나오기 마련인데 그런 수다는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이 여행이 절대 후회스럽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이 날 밤이 아쉬워서 촌스럽게 홀리데이인 앞에서 사진도 찍고, 펍에서 코코아도 마셨다. 귀여워..
그리고 다시 아침. 진짜 1일차가 밝았다.
피곤해도 유럽여행 첫 조식은 절대 놓칠 수 없지!@_@
베이크빈은 부대찌개에 들어가야 제맛, 그냥 먹으면 노맛이라 확신했던 내게 <베이크빈도 맛있을 수 있다>고 당당히 보여준 조식이었다. 홀리데이인 조식은 기본에 충실한 조식이라 더 좋았다. 진짜 딱 조식하면 떠오를 법한 게 다 있는데, 따뜻하고 쫄깃하고 식감이 좋았다. 다 맛있었다.
엄마가 조식을 불편해하면 어쩌나- 싶었는데.....진짜 오만이었다.
패키지 전체인원 통틀어, 유럽여행 내내 가장 잘 먹는 사람 3위 안에 든다고 자부...
울엄마 누가 외국 좀 보내주세요..ㅎ-ㅎ
조식 후 커피 한 잔. 이날 이후로 열흘 내내 조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토록 바라던 여행이 <루틴>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니 신기했다. 좋으면서도 신기하고, 신기하면서도 좋고. 이래도 되나 싶고. 때로는 매일 제공되는 조식이 질리기도 했다. (인간이란 ㅠ감사함을 몰라)
무튼 아침 6시 15분에 일어나서 조식까지 올 클리어!
이제 진짜 본격 여행을 떠나는 첫 날이다.(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