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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모니블렌더 Apr 09. 2023

[첫 모녀유럽여행] #9. 옥스퍼드는 38개 연합체였다



본격 여행 시작 1일차! '드디어 오늘부터 찐 여행이구나' 설렜다. 벌써 여행패치 완료.ㅠ-ㅠ

지난 몇달 간 #유랑쓰 유튜브를 열심히 즐겨봤는데, 여행유투버의 삶을 살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여행 1일차 : 옥스퍼드 - 코츠월드


첫 날은 런던에서 조금 떨어진, 두 지역을 돌아보는 루트였다. 유럽여행 10박 12일이라, 이렇게 여유로운 영국 여행이 가능하다 했다. (사실 영국에 사는 지인은 이렇게 찍고찍고 하는 여행을 좀 안타까워했다. 패키지 관점과 프리 여행자의 관점 차이랄까.,나도 더 여행하고 싶어요ㅜ주륵) 무튼 옥스퍼드는 유명 대학가로 알려져있고, 코츠월드는 실제로 영국인들이 은퇴 후 살고싶어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영국 여행 중, 틈틈이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 평평한 구릉지대

실제로 네이버에 '구릉지대'를 검색하면 영국코츠월드구릉지대가 나온다. 평야가 쭉 펼쳐지다 곡선이 한 번씩 울~렁. 그렇게 평야가 또 펼쳐진다. 자극적인 높은 건물 하나 없이 가끔 소가 등장하기도 하는 구릉지대. 바쁘게 살던 서울의 삶이 거짓말처럼 평화로워지는 순간이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나 이렇게 지금 이 평화로움에 젖어도 되는건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눈을 더 크게 뜬 채, 내 앞에 펼쳐진 이 감사한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자고 되새겼다. '이 순간을 꼭 기억해. 기억해야 한다' 미래의 나 자신에게 보내는 중이었다.




찍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엄마의 뒷모습이
울컥하고 뿌듯해서




옥스퍼드에 도착. 이 사진을 다시 보는데, 엄마 뒷모습에 울컥했다. 세 아이를 기르고 보니 거의 60.

자유를 찾은 듯한 엄마는 사실 아직 자유를 누리진 못하고 산다. 여전히 열심히 치열하게 사느라 바쁜 엄마에게, 이 유럽 여행은 어쩌면 나보다 몇 배는 더 충격적이고 감사한 순간일거다.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며 뭐든 담기 바쁜 엄마. 동시에 '여기서 사진 찍어줘. 저기서 사진 찍어줘'를 연신 외치는 엄마를 보며 어떨 땐 측은함이. 어떨 땐 감사함이. 여러 감정을 동시에 느끼다 현실로 다시 돌아와 티격태격했던 여행의 순간이었다.







옥스포드의 전경. 그동안 나는 옥스포드, 캠브리지 등. 유명 대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잘 모르고 있었다. 그냥 들어가기 어렵고 졸업하긴 더 어려운 명문대 정도로 알고 있었다.알고보니 옥스포드는 38개의 대학 연합체를 말하고, 동네 주민이 교수님/학생이 많은 대학도시였다. 캠브리지는 31개, 런던대는 18개의 연합체라고. wow.우리나라의 대학교와는 또 다른 대학가 문화가 있는게 신기했다.


그 외 재밌는 이야기를 진짜 진짜 많이 들었는데, 영국 교육은 작은 강의실 중심라고 한다.

특정 주제를 갖고 열심히 공부하고, 1:1 면담하는 식으로 강의가 진행된다. 꼭 대학교가 아니더라도, 가이드님 자녀들이 역사를 배울 때 우리나라처럼 암기식으로 태종태세문단세-를 외우는게 중점이 아니라(물론 이 방식도 내가 어렸을 적이겠지만^-^), 이번 학기에는 헨리8세에 대해 공부해볼까? 하고 디깅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역알못인 나에게도 매우 유익했을 공부방법 같다. 얼마 전 스탠포드 대학교 유튜브 강의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1대다 강의여도 '대화'와 '질문'을 주고 받는게 너무 인상적인 수업 방식이었는데..



웅-장한 건축물이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중.

잘 정돈된 느낌의 영국이 너무너무 내 스타일이라서, 언젠가 꼭 다시 와서 디테일하게 둘러보고 싶다. 이왕이면 축구까지 보러와야지. 헷.



해리포터 영화에 나온 장면에 모티브가 된, 학생식당도 갔다.

여긴 실제로 학생들이 쓰는 곳이라고..!! *_*해리포터 덕후인 친구 생각도 나고. 어릴 적 액자에 초상화가 3D로 움직이던 장면도 생각나고 그랬다.



거리에 나와보니, 진짜 해리포터가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귀여워..ㅠㅠ



귀여운 도비도 있고. 부엉이도 있다. 맘같아서는 소품샵 하나하나 찬찬히 둘러보며 놀고 싶었지만,.....

아니? 우린 패키지야. 시간에 딱딱 맞춰 움직여야만 한다구....그리고 이건 프리뷰일 뿐. 괜찮아. 가자!

정신승리하고 쿨하게 딱 시간 주는 만큼 그 안에서 빠르게 보고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크라이스트처치를 쭉 돌아본 뒤 패키지 사람들과 거의 단체로 화장실을 들렀다.

기념품샵 내부에 마련된 약 8개의 화장실이었는데, 무슨 번호판이 각 화장실 문에 붙어있는게 아닌가.

알고보니 정해진 비번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나하나 누르면 되는거였다.


딱 여기서 느꼈다. 화장실 하나 쓰는 방식도 나라,지역, 장소마다 다르겠다.

워홀 때도 정말 디테일하고 작은 차이 하나하나를 느끼며 그 나라만의 문화를 습득해갔었다.

이번 여행은 4개 국가를 빠르게 돌며 그런 차이점을 짧게 더 느낄 거 같았다.


자, 그럼 코츠월드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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