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여행 1일차. 런던 -> 옥스퍼드 -> 코츠월드 구간 별로 1시간씩만 이동하면 되는 널널한 코스였다. 패키지로 갔는데 '널널하다'는 느낌이 느껴진다? 그건 정말 널널한 코스라는 건데... 이 날이 유일하게 널널한 루트로 느껴졌다.
코츠월드 버튼온더워터라는 곳에 갔는데, 동네 중앙에 아름다운 강이 흐르는 동네였다. 영국인들이 은퇴하고 살고 싶어하는 동네라는데, 내가 영국인이어도 여유로운 이 동네에 자리잡고 싶을 것 같아.. 영국 가이드님이 3일 내내 우리 팀에게 날씨 얘기를 했었다. "이걸 좋다고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데. 여러분은 영국에 오셔서 정말 단 하루도 영국 날씨를 느끼지 못하고 가신다" 가이드님 말이 맞았다.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여유로운 동네가 더 여유롭게 느껴지는 마법. 인간이 제 아무리 재주를 부리고 용을 써도, 자연이 자연스럽게 주는 복만큼 귀한게 없다.
대략적인 동네 느낌은 딱 이렇다. 걷는 내내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동네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얼마나 순간이동하고 싶은지.. 영국이 이렇게 아름답다면, 워홀 1년이라도 가볼걸 그랬어.. 이런 잡생각을 하며 추억을 곱씹어본다.
4-50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져, 동네 중간중간 예쁜 샵을 둘러보았다. 솔직히 카페에 앉아 사람구경하기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떠나온 여행은 뭐다? 패키지다! 4-50분이 주어졌다면, 군소리 없이 최대로 할 수 있는 만큼 둘러봐야 한다.
1) 사진 찍기(엄마, 나, 둘이 같이)
2) 마트 들러서 과자, 음료수 구매
3) 골목골목 예쁜 샵 구경
4)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카페 가기 (가이드님 추천)
이 4가지를 4-50분안에 클리어 해야한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여유로웠지만, 우리의 발걸음은 자연을 거스르는 속도였다. 그와중에 한국에 있는 동생과 전화통화까지 완료.(바쁘다 바빠 ㅋㅋ)
여기는 베이커리온더워터 카페. 인별그램에서 유명한 카페라고 추천해주셨다. 분위기는 말모.. 보드에 화이트펜도. 핸드레터링도 다 내스타일
미리 서치를 좀 했으면, 다른 카페도 기꺼이 도전해볼텐데 앞서 말했지만 그럴 시간 없다. 최대한 바운더리 내 괜찮은 선택을 빠르게 내려야, 그만큼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성격 느긋한 나도.. 별수 없는 한국인이라고 느꼈다.ㅋ_ㅋ
사실 이 카페에서 가장 반한 건, 빅토리아케이크였다. 영국 여왕인 빅토리아가 스펀지케이크에 잼과 크림을 샌드해서 먹어 빅토리아케이크라고 하던데. 밴쿠버 워홀 당시 온갖 재료를 사서 처음 만들어본 케잌이라 나름의 추억을 갖고 있던 애정하는 케잌이었다. (TMI)인기가요 샌드위치처럼 원래도 딸기잼+크림의 조합을 매우 선호하는데, 폭신한 스펀지케잌에 잼+크림 조합 이라니. 참을 수가 없다. "영국에서 먹었던 빅토리아케이크가 가장 맛있었어"라고 말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카페 앞으로 말이 지나가는 이 풍경. 어제까지만 해도 야근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테이블에 앉아있던 순간이 너무 비현실적이다.
그러고보니 캐나다에 빅토리아란 도시가 있었다. 거기도 말이 다그닥다그닥 거리며, 관광용으로 다니고 있었는데..(마음이 좀 아프다) 신기한게 빅토리아 역시 은퇴자들이 모여사는 도시로, 매우매우 아름다웠다.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영국 크라이스트처치 성당도 그렇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도 그렇고. 여기저기 지명이 겹치는 지역과 장소를 갈 때마다 알 수 없는 점(dot)이 이어지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서양권 문화라 한 뿌리에서 시작된 거겠지. 더 스터디 해보고 싶다.
"유럽 어디가 좋았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얼레벌레 정신없이 10박 12일을 보냈지만, 생각보다 가장 좋았던 건 영국이었어라고 대답한다. 일관성 있는 영국 고딕 건축 양식 때문이었는지. 상대적으로 정리가 잘 된 도시를 봐서 좋았던 건지. 그들의 역사와 전통이 담긴 건축물들이 좋았던 건지. 정확히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꼭 다시 가서 여유있게 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자, 다시 런던으로 돌아갈 시간!
다음 날은 진짜 런던을 돌아보는 날이어서 더 기대된다.
번외) 여행하며 즐기는 것들
1. 다양한 감자칩 맛 : 다 먹어보진 못하지만, 꼭 하나씩 먹게되는 감자칩. 영국에서는 처음보는 브랜드 감자칩을 하나 구매했었다. 재구매 왕왕 하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컨셉의 감자칩 맛이 존재해서, 동남아를 가든 유럽,미주를 가든 새로운 맛은 항상 도전해보고 싶다.
2. 국민 음료수 : 소위 국민 음료수같은 음료, 유제품 등은 꼭 도전해보는 편. 사진에 있는 마운틴듀도 신기해보이는데, 못 먹어봤다(아쉽)
3. 독특한 화장실 사용법 : 변기, 세면대, 핸드드라이기. 정말 각 국가마다 비교하면 재밌는 문화차이가 화장실에 다 있다. 제일 당황했던 건 이탈리아였었는데, 추후 다루기로 하겠다. 무튼 코츠월드에서 만난 신기한 세면대 사진. 기기 하나에 비누(맨 왼쪽), 물(가운데), 드라이어(맨 오른쪽)가 다 갖춰져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마지막 런던 이야기로 만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