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행복해지는 너를 상상해

두 친구의 미술책상

by 손현선

많은 학부모님들은 미술학원을 단순히 고학년이 되면 그만두거나, 잠시 수행평가나 대회를 위해 기술을 습득하는 곳으로 많이 인식한다. 그리고 간혹 미술을 전공하려는 아이들에게 일반 미술학원은 입시 미술로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웜업" 단계로 생각되기도 한다.


반면에 나이가 어린 아이들에게 미술학원은 ‘즐거운 미술’, ‘재미있는 미술’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사교육 기관에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미술이 더 이상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어서는 안 되는 분위기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아이가 편안해하거나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불안해한다. 하지만 결국 저학년과 고학년을 나눠 봐도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최대 차이는 고작 5살에 불과하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일 뿐이다.


나도 어릴 적 동네 미술학원을 다니다가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입시 미술로 전향하면서 수채화와 소묘를 기술적으로 배웠다. 그런 배경 때문인지 처음 미술학원을 시작했을 때 고학년의 아이들 커리큘럼을 따로 만들고 자연스럽게 미술을 기술적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180도 달라졌다. 수행평가나 대회를 위한 준비를 멈추고, ‘고학년 미술’ 혹은 ‘저학년 미술’처럼 나이에 따라 수업을 구분하는 것 또한 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오랜 시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편안한 마음으로 미술을 즐기고 몰입하는 아이들이 창의적이고 주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의력과 아이 성장에 관련한 수많은 연구 결과가 그렇게 말해준다. 우리는 종종 즐거움을 단순한 쾌락으로 여기지만, 사실 창의력은 편안하고 즐겁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더욱 잘 발휘되며, 즐거운 마음과 동기 부여가 있어야 비로소 몰입할 수 있다.


나는 미술을 통해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행복한 마음을 추구하다 보면 실력과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건강한 주체로서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이 무관하게 나의 교육 철칙은 단 하나이다. "미술로 행복해지는 너를 상상해”.


최근 만나고 있는 고학년 두 명의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생각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되었다. 미술학원에서 처음 만난 이 두 친구는 함께 대화하며 정형회된 풍경화니 정물화가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창작하며 즐겁게 그림을 그려나갔다. 서로를 "미술친구"라고 부르며 마치 작은 미술동아리를 만든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끔은 선생님인 내 역할이 그저 그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한 날도 있었다.


이 아이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눈 후,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종이를 채워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 완전히 몰입하여 뿌뜻함과 기쁨을 느끼는 모습은 어른이 된 나로서는 흉내 낼 수 없는 풍경이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무엇을 그릴지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정말로 큰 보람을 느낀다. 물론 기술적으로 완벽한 결과물이 아닐 때도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작품들이 아이들의 행복과, 풍부한 열정과 생각이 담긴 유일무이한 창작물이라는 점이다.


성장하면서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사회적 제약이 생기다 보면, 이러한 자유로운 창작의 순간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미술 시간의 가치는 완벽한 결과물보다는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 시간에 온전히 몰입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경험, 자유롭게 표현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더욱 소중해진다. 이런 창작의 즐거움은 특히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잔향처럼 남아 진정한 성장의 토대가 된다. 나아가, 실력의 성장은 이러한 즐거운 경험이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선순환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그림이 서툴게 보일지라도, 그 속에 담긴 행복을 어른들이 함께 바라보고 나눌 수 있다면,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믿어줄 수 있다면, “미술로 행복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