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지 않은 고립
서호주에는 코알라가 없다고?
집 앞 골목을 우연히 지나가다 동물들을 발견한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게 되고, 그들을 본 사람들은 또 왜 그런가 싶어 다가옵니다.
코알라가 집 앞을 방문한 어느 날, 유심히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할머니가 한 분 계셨어요. 야생 코알라를 실제로 처음 본다고 하시면서 팔에 안은 아기와 함께 코알라에서 눈에 떼지 못하였죠.
그분은 서호주에 사시는데 손주들 보러 애들레이드에 오셨다고 합니다.
"아, 서호주는 코알라가 없지~."라고 저는 너스레를 떨었죠. 코알라들에게 관심이 생기며 알게 된 정보 중 하나였으니까요. 할머니는 "서호주에서는 코알라가 이렇게 동네를 다니는 것은 상상도 못 하는 일이야." 라시며 팔에 안은 손주보다 더 호기심 어린 표정이었습니다. 저도 코알라는 호주의 상징적 동물이니만큼 전 지역에 분포하여 살거라 생각했었습니다.
고립
거대한 대륙 호주는 가운데 광야 같은 아웃백 지역은 인구가 살기엔 물부족으로 거의 비어있고, 동쪽으로 해안을 따라 케언즈,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시드니, 멜번 등이 줄 지어 있어요. 북쪽으로는 다윈이,남쪽으로는 제가 있는 남호주, 그리고 서쪽으로 서호주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종은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호주 전역에 퍼져있는 캥거루와 달리, 같은 나라이지만 코알라들은 주로 호주 동쪽과 남쪽에 분포하여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동쪽과 남쪽 코알라들의 생김새도 약간 차이가 있다고 해요. 그런데 신기하게, 서호주에는 코알라가 살지 않습니다. 대신 서호주에는 다른 주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또 다른 귀여운 동물, 쿼카가 살고 있지요.
어떤 풀이든 풀만 있으면 되는 초식동물인 쿼카가 서호주에, 그것도 지금은 로트니스 아일랜드 같은 일부 지역에만 살고 있는 이유는 코알라가 서호주에없는 이유와도 이어집니다. 전에 본토 쪽에도 살았다는 쿼카들은 딩고(호주 천연 들개), 여우 등 포식동물이 퍼지면서 느린 쿼카에게는 생존이 어려운 땅이 되어버렸고, 그나마 중앙 대륙으로부터 고립된 지역인 서호주로는 포식동물들이 늦게 오면서 생존 안전지대를 찾아 그곳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Go West?
서쪽으로 진행하라! 역사에서는 유난히 서쪽으로 진군하는 일들이 많았죠. 그러나 코알라가 서쪽으로 갈 수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먹는 특정 유칼립투스가 서호주에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장애물은 텅 빈 중앙 대륙이기도 합니다. 먹이를 이어 줄 공간의 단절이 있었습니다. 이어짐이 없는 건널 수 없는 단절을 마주하고, 느리지만 천적이 닿지 않는 나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능력이 동남부 지역에서만 서식하게 된 이유가 되었네요.
동쪽 일부 지역의 코알라 과잉으로 서쪽에 서식지를만들어 보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해요. 결과적으로 번식은 실패했고 생존을 위해 서호주의 국립공원에 있는 야생 동물원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먹이가 가장 민감한 원인입니다. 같은 나라에서도 서식지 이동이 어려우니 이러한 이유로 해외에 서식지를 만들거나 수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죠.
한 마리 한 마리 조심스럽게 다른 주에서 모셔와 "서호주에서도 코알라를 볼 수 있어!" 하며 흥분하는 서호주 정부 담당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단절과 고립이 주는 선물
단절은 고립을 만들지만, 모든 고립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단절 또는 다른 이유로 찾아온 고립이,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독창성을 선물하기도 하죠.
호주는 한국에서 머나먼 땅이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고요. 처음 왔을 당시에 카톡은 없었던 시절이고, 들고 온 인터넷 전화는 느린 인터넷 앞에서 거의 무용지물 같았어요. 두고 온 가족들, 친구들과 뭔가 단절감을 느낄만했습니다. 게다가 호주 사람들을 포함하여 온 세계에서 온 다양한 인종들, 문화와 언어 사이에서 고립감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고립이 늪이 되지 않도록, 혼자의 시간을 보내며 여러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은 이렇게 글도 쓰고 있지 않나 돌아보니, 고립이 고독이 되는 시간들도 어쩌면 재생산의 시간인가 봅니다. 마치 코알라와 쿼카처럼, 단절과 고립은 때로 그들만의 유일무이한 독창성을 키우는 시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