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완주 아니고 완재
11주간의 글쓰기를 지나
<달리기 관찰: 남반구 느리게 달리기>
11주간의 여정,
나름의 즐거운 몰입 시간이었습니다.
따스한 차 한잔을 옆에 놓고
리뷰 시간을 갖습니다.
매주 2화씩 연재하여 22화를 끝으로
일주일 전 완재를 했습니다.
'예약글이 발행되었습니다.'
마지막글의 예약글이 발행되었다는
알람이 떴을 때 마음이 묘했습니다.
무언가 다시 잡히지 않을 것을 놓은 듯한
아주 잠시의 공허함과 허전함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첫 마라톤 & 첫 책
저의 작가명에서도 눈치채셨듯,
저는 참 느린 러너입니다.
달리기를 싫어하고, 느렸음에도 불구하고
첫 마라톤 도전과 과정을 통해
마주했던 경험들, 알게 된 것들 그리고 감정들을
첫 브런치북에 얹혀보았습니다.
마라톤, 브런치북
둘 다 저의 인생에서의 '첫' 시도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풋'사과 같은 맛일 수 있습니다.
느린 달리기로 결승선을 향해 완주하듯,
서툰 글쓰기로 에필로그까지 완재하였습니다.
완주 vs 완재
달리기는 두 발로 몸으로 완주를 향해 가고,
글쓰기는 엉덩이와 손으로 완재를 향해 갑니다.
둘 다 목표를 가지고 피니쉬 라인을 향해 갑니다.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둘은 같습니다.
그러나
마라톤에는 환호와 격한 응원이 들린다면,
글쓰기에는 조용한 시선들과 가끔의 댓글들을 보며 갑니다.
그러기에 글쓰기는 오히려 더 고독한 작업입니다.
달리기는 '나'만 좋으면 되지만,
글쓰기는 '남'도 좋아야 합니다.
첫 마라톤 완주를 마쳤을 땐
자신에게 그저 감격스러웠다면,
첫 브런치북 연재를 마쳤을 땐
자신의 글이 그저 부끄러워 보입니다.
(작가님들도 그러셨는지요?)
경쾌늘보, 조금 더 가볼 예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와 글쓰기를 통해
인생의 또 다른 문을 연 것 같아
조금 더 가볼 예정입니다.
(궁금한 건 못 참아서요^^)
여전히 느리게, 제 속도로.
저의 첫 번째 브런치북을 읽어주신
독자님들 덕분에
연재를 완료하였습니다.
매주 연재된 에피소드들을 통해
달리기에 관심이 생겼다거나,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달고나 당첨 된 듯 소소한 기쁨이 생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에 대해 피드백' 주신 구독자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음 브런치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곧 뵙겠습니다.
추워지는 호주 남쪽에서,
경쾌늘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