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코알라 찾기

흔적

by 경쾌늘보


제가 코알라를 찾는 3가지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하나는, 국립공원이나 보호지역 등 인적이 많은 산책길에서 사람들이 나무 아래 멈춰 있다면, 그리고 위를 쳐다보고 있다면 코알라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못 볼까 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알려주기까지 하죠.

Koala, over there!


그들은 대부분 높은 유칼립투스 가지 사이에 몸을 (나름) 숨기고 있습니다. 유칼립투스 나뭇가지 색깔과 코알라 털색이 비슷하여 보호색이 됩니다. 그리고 하루 대부분을 잠을 잡니다. 다른 동물들은 먹을 수 없는 독성이 있는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기 때문에 소화를 위해서요.


그렇다 해도 뾰족 나무 위 털뭉치들은 산책길에 만나는 작은 즐거움이죠. 그러다가 코알라들이 잠시 깨거나 움직이기라도 하면 사람들 손에 들린 폰은 비디오 모드로 바뀝니다. 코알라는 여전히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기스타입니다.



사람들이 많은 곳도 좋지만, 저는 주로 동네에 있는 나만의 산책길로 향합니다. 차로가 연결되지 않은 골목 끝 (no through road)에 있는 작은 오솔길로 갑니다. 딱히 입구로 보이지 않기에 웬만해선 사람들이 들어가고 싶지 않은 길이죠. 입구에 작은 사인이 하나 있어요 ‘Walkway’. 그리고 계절에 따라 진분홍 꽃이 입구를 덮고 있어서 시크릿 가든으로 가는 기분을 느낍니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나 나니아 연대기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나 된 것처럼 말이죠.


나만의 시크릿 게이트

한 사람 정도 갈 수 있는 폭의 길로 들어 서면 다른 세상이 나타나긴 합니다. 방금 전까지는 차가 다니는 마을이었지만, 이제 사람만 다닐 수 있는 공간입니다. 게다가 운 좋으면 나무 위 귀염둥이들도 만나는 일이 벌어집니다.


처음에는 코알라가 있을 거라 생각 못했기에 땅이나 앞만 보고 다녔어요. 그러다 나무 아래 땅에 이상한 응가들이 흩어져 있는 것들을 보았어요. 이것이 코알라를 찾는 확실하고도 다른 방법 하나입니다. 타원형 진녹색 조각들 (코알라 똥 모양의 초콜릿도 팔아요). 무지했을 땐 나무 열매인가 싶었죠. 위를 한번 쳐다보니 코알라가 있는 거예요! 그렇게 저는 코알라 똥 탐정이 되어버렸습니다. 배설물의 상태를 보며 방금 싸셨나 보다, 좀 오래됐나 보다 짐작하고요.

어느 땐 분명 흔적이 있는데 위를 보면 코알라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간밤에 편히 먹고 싸고 다른 나무로 옮긴 거죠. 수컷 코알라는 밤에 평균 143미터를 이동한다고 해요.

코알라의 흔적들



마지막으로, 그렇게 해가 거듭하며 저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장착되었답니다. 어느 날 산책하며 엄마의 재능을 발견한 딸은 말합니다.

“엄마, 사람들 모아서 코알라 찾기 투어 해봐. 돈 많이 벌거 같아.”

그렇습니다. 눈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닌데 이제 땅을 보며 흔적으로 찾지 않아도 멀리 높은 곳에 있는 코알라들을 누구보다도 빨리 탐지하는-안타깝게도 정작 삶에서는 1도 도움이 안 되는- 재능이 개발된 것입니다. 그러면 어때요? 매일 봐도 신기한 코알라들을 찾는, 나만의·나에 의한·나를 위한 능력이 생겨버렸으니 즐길 일입니다.



이것도 재능이라고 저는 나름 ‘재능기부’ 하기도 합니다. 친구나 지인들, 그리고 한국에서 온 손님들에게요.

“어! 저기 코알라다!” 제가 손으로 나무의 특정 부분을 가리킵니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근처에 사는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어떻게 그게 보이냐, 어떻게 그리 잘 찾냐. 왜 본인들은 못 찾냐.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웃음도 이어집니다.


흔적을 묻다


코알라들은 야행성 동물이라 밤에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동합니다. 그렇지만 명당을 찾은 녀석들은, 즉 높이 뻗고 잎이 많은 유칼립투스를 만난 행운아들은 굳이 이동하지 않고 당분간 먹거리가 해결되는 나무에 머무르기도 해요. 그래서 오래 보는 코알라들은 이름을 붙여주기도 한답니다. 물론 저만 부르는 이름이지만요.


산책길에서 크게 “안녕!”하고 이름을 부릅니다. 들었는지 바쁜 아침 식사시간에 잠시 멈춰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한 인간이 매일 그렇게 헬로 하며 낯선 말을 하고 지나가나 보다 하겠지요.


그 길을 지나며 코알라들의 먹는 모습, 자는 모습 그리고 흔적을 지켜봅니다. 코알라 똥은 토양으로 돌아가 영양을 공급하며 작은 생태계를 움직입니다. 문득 나의 흔적도 떠올려 봅니다. 앗, 그거 말고요.


발자국 하나, 사진 몇 장, 산책하며 흘린 작은 흔적들. 코알라 똥만큼 숲에 큰 변화를 주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곳을 지나간 작은 증거가 되겠죠. 사람의 흔적은 과연 자연에서 어떤 일을 할까?

답을 알 수 없지만, 이렇게 궁금해하고 상상하는 순간만으로도, 나무 숲길 걷기와 코알라 찾기는 충분히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