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 세권에 살기

by 경쾌늘보



코세권, 처음 들어보셨죠?


특정단어에 세권이라는 단어를 합쳐 만든 신조어들이 많죠. 지하철이 가까운 역세권, 좋은 학교를 가진 학세권에 이어 편의시설들을 갖춘 편세권, 공원이 가까운 팍세권, 할머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할세권, 딸세권, 요즘은 달리기 좋은 장소가 있는 런세권,심지어 글로벌 카페를 가진 스벅세권이란 단어까지 본 것 같아요.


호주 애들레이드는 지하철도, 스타벅스도 없는 도시입니다. 역세권, 편세권 같은 것은 없지만 이곳에서 저의 자랑거리는 '코세권'에 산다는 것입니다. 코세권, 처음 들어보셨죠? 제가 만든 단어입니다. 도로 표지판에 코알라 그림이 있고, 골목길 산책로에서는나무 위 털뭉치를 만납니다. 심지어 가끔은 집밖에 나가지 않아도 마당에서 코알라를 마주치기도 하죠.자칭 코알라 세권에 살고 있습니다.



낯선 존재, 동물


처음 호주에 왔을 때, 저는 도시의 인이 잔뜩 묻은 사람이었습니다. 자연을 좋아해서 이곳까지 왔다지만,제가 좋아한 것은 꾸밈없는 자연이 아닌 잘 가꿔진, 꾸며진 자연이었음을 야생 자연을 접하며 깨달았습니다. 숲이나 잔디 위에 널브러져 있는 동물의 배설물들을 보면 기겁을 했습니다. 절대 밟을 수 없는, 피해 다녀야 하는 장애물이었어요. 대부분은 캥거루나토끼의 것들이었죠.


동물이란 제게 그토록 낯설고 가까이 하고 싶지않은존재였어요. 개나 고양이조차 만질 시도한 적 없었고, 기어 다니든, 날든, 어떤 형태의 동물이라도 그냥먼발치에 있기를 바랐습니다. 무서웠고 징그러웠습니다. 저는 동물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코세권으로 이사


애들레이드에서 처음 살았던 곳은 이른바 도심의 주택가였어요. 학교나 마트가 가깝고 주택들이 이어진골목이었지요. 그때는 아이들이 어렸고, 캥거루나 코알라를 보려면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일부러 동물원이나 야생 동물원을 찾아다녀야 했어요. 호주 도시들의 동물원은 동물의 종류가 많고 개수는 적은 동물 컬렉션이고, 야생 동물원은 그나마 외곽의 넓은 자연에서 호주 야생 동물들을 풀어놓은 곳이에요. 야생 동물원에는 캥거루를 담장없이 만날 수 있고, 코알라는 정해진 시간에 가까이서 볼 수 있었죠.


그러다 10년 전쯤 작은 리저브(자연보호지역)가 있는 동네로 이사했습니다. 그때부터 예상치 못한 삶의 변화가 시작되었어요. 동물에 대한 경계심 많던 제 삶의 반경 속으로 동물들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동물의 존재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연, 생태계 그리고 그것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의 행위까지. 전에는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던영역이 제 삶에도 조금씩 노크를 하는 듯합니다.


제가 이사한 당시, 저희 집은 울도 담도 없는 집이었어요. 노래처럼 그림 같은 집이냐고요? 노래는 노래일뿐, 아닙니다. 옆집과의 담은 있지만 반 정도만 있다 할 수 있고 뒤로는 자연보호 산이 이어져 있는 위치입니다. 울도 담도 없다는 것은 그림 같은 집이라기보다 동물들이 편히 다닐 수 있다는 것을 몰랐지요. 다녀간 동물 손님들로는 다른 집 강아지들, 야생 토끼, 여우, 포썸 (호주 현지 야생동물), 고양이, 캥거루, 코알라 등등 다양합니다. 곰이나 늑대, 악어가 없어서 천만다행이죠.



코세권 10년


지금은, 10년 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제 모습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집안에는 털 달린 네발 동물과 함께 살고, 문밖의 야생동물들을 만나러 일부러 나가곤 합니다. 이제는 웬만한 똥도 어떤 동물의 것인지 구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중에 가장 반가운 똥은, 바로 코알라 똥입니다. 야생동물의 똥을 보며 반가워하는 지경이 된 저는, 동물 애호가는 아니지만 이제 동물 관심가 정도라고 할까요. 앞으로 그런 저의 눈과 발로 겪은 코알라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려 합니다. 반려동물, 유기동물 아닌 야생동물 세상으로.

다음은 특별한 임무가 기다립니다. 바로 코알라 똥 찾기입니다.

그럼, 남호주 어느 작은 산책길로 함께 떠나요.






#코알라 #야생동물 키워드가 브런치에 없어서, #동물 로 대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