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요가 좋아하는구나.

네가 빠져드는 순간

by 슬로우무빙

쓰레기네.


왼쪽 귀를 통과한 그 말 덕분에 내 머리가 쨍해진다. 순간 화가 올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지만.. 금세 사그라든다.

가슴 한편이 아리고 운다.


그 아이가 측은하다.




선생님 이번 학기 수업은 6명 친구들이랑 같이 하실 거고요. 3학년이에요. 한 친구가 조금 힘드실 수도 있어요.


그래요?


어느 학기든지 그룹 수업을 할 때 유난히 눈에 띄게 장난을 많이 치고 떠드는 아이들은 있다. 첫 수업날 저기 문 밖 복도 끝일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소리를 지르며 그녀가 오고 있었다.


고주파도 이런 고주파가 없다. 몇 데시벨일까? 돌고래 소리를 낸다. 그런데 말이다. 수업 중간중간 아주 자주 '에', '카'하며 크게 소리 지른다. 이뿐이랴.

얘들아 우리 오늘 균형감각을 키우는 요가를 배워볼 거야.

네.

네.

네.

메아리치는 것도 아니고 정말 긴 호흡으로 아주 커다란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아... 귀가 아프다.


요가 수업을 할 때 주로 매트를 동그랗게 까는 것을 좋아한다. 서로 얼굴을 볼 수 있고, 나 홀로 그리고 다 같이 요가 자세를 해나가기에 아주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유미다. 유미는 소리만 지르는 게 아니었다. 어느 날 내 옆에 앉았다.


자. 다 같이 어깨 동무해 보자.


간지럼을 많이들 타고 깔깔깔 웃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수업 때 어깨동무를 할 때는 다섯 손가락을 모두 모아서 올려두라고 한다. 그런데 유미는 손가락을 활짝 폈을 뿐만 아니라(그야 그럴 수 있다.) 갈고리처럼 손가락을 변신시켜 내 어깨를 꽉 쥐었다.

느닷없이 내 다리를 철썩 때리기도 했다. 정말 아프게.


다른 친구들한테도 장난이 심했다. 말장난을 하며 약 올리고 은근히 손가락 욕을 하고 다른 친구 속옷보인 다며 큰 소리로 말하니 다른 친구들이 짜증 난다며 인상을 쓰기도 하고 툴툴댔다.


종종 이렇게 수업 분위기를 망쳐버리는 아이가 있는 경우 그 친구에게 이야기한다.


이 수업에 참여하고 싶은 친구들이 많았어. 경쟁을 뚫고 이 수업에 함께 하게 된 거야.(일부러 그렇게 이야기한다.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열심히 하자. 그리고 다른 애들 수업을 방해하지 마. 하지 않을 거면 앉아 있어라.


대개 이렇게 얘기하면 잘 참여하려고 하는데


"와 잘됐다. 나 안 해도 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휴..
키즈요가 수업은 어른들의 수업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이고 수업 구성도 다르다. 요가 동작을 배울 때도 상상하며 그 동작을 찾아가고, 놀이 요가를 통해 동작을 배우기도 하고 경험했던 것을 복습하기도 한다.

공, 풍선 등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유미는 슬슬 딴청 피우다가 이렇게 놀이 요가를 할 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다른 동작을 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구부정하게 앉아서 나름 매의 눈으로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주파로 소리를 지르고.
참 어려웠다.


알고 보니 담임 선생님과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아버지에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했었다고 한다. 유미는 5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빠랑 둘이 살고 있는데 아빠는 착한 사람이지만 술을 많이 드셨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했다. 직장을 다니고는 있지만 술을 마시고 뻗은 그 어느 날은 직장에 나가지 않고 이런 날은 유미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

평소 수업 진도를 잘 따라가고 학습 수행 능력은 좋은 편이지만 일상생활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약속은 안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고 있었다. 예를 들어 평일 아침에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 아빠가 챙겨주지 않으면 가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집으로 방문해서 복지사 선생님이 함께 등교했다고 했다. 선생님들이 병원 가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면 아빠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유미가 병원에 가서 뭐라도 진단받고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자신이 아이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것 같아서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어쨌든 그런 사연이 있는 유미는 오늘은 등교를 했고, 요가 수업에도 왔다.
벌써부터 귀가 쩌렁쩌렁.


오늘의 주제는 커플요가이다. 그동안 배웠던 여러 자세들을 나 혼자 그리고 짝을 이루어서 해보는 시간이다.


손과 발을 맞댄다. 눈을 마주한다. 어깨동무를 한다. 등을 대기도 한다. 누군가는 힘을 더 주고 누군가는 힘을 덜 줘야 한다. 자세를 함께 완성한다.
커플요가에서는 서로, 우리가 있다. 조율하는 힘과 밸런스, 배려와 함께 하려는 마음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


유미는 이날 신이 났다. 짝꿍과 함께 하는 키즈요가가 꽤나 신이 나고 재미있었나 보다. 소리를 지르기는 해도 그건 사실 유미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웃는다. 호탕하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됐다. 오늘 수업 성공이다.



즐거움이 있는 요가 수업을 원한다. 아이들도 나도. 먼저 시키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친구랑 같이 요가를 하는 유미를 보며 뿌듯했다.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그것에 빠져있었다.


요가 즐기는 유미



맞다. 나더러 쓰레기라고 했지? 칫.

열받고 화났지만 참았다. 마치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닌 것처럼 했지만 나한테 하는 말이었다. 세상에 미운 아이들이 있을까? 별 같고, 보석 같다. 관심을 갖고 닦아주고 살펴주면 더욱 빛나는 보석처럼 칭찬하고 안아주고 보듬어 주면 진짜 보석이 된다.
보기에는 센 스타일 유미!

그녀의 마음은 유리!


유미가 '아~~~~~'하고 소리를 낸 어느 날은 옆에 있는 친구가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귀가 아파.

미안해.. 내가 그게 조절이 안돼서 그래.


앗. 유미야~그래 유미는 다른 사람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아이다.


8번의 만남으로 우린 안녕한다. 우연히 또 만날 수도 있겠지. 기도할게. 건강하게 잘 지내.



*대문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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