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모양

커플요가

by 슬로우무빙



내가 아는 그 애가 맞아? 집중모드다.

낯설고 예쁘다.


3학년 우주는 청개구리다. 개굴개굴하고 알려주면 굴개굴개한다. 그러니까 앉으라고 하면 일어나고 일어나자고 하면 눕는다. 여럿이 함께 하는 요가시간에 우주처럼 실실 웃으며 반대로 따라 하는 아이가 있으면 눈을 꾹 감고 크게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내쉰다.


우주는 커다란 가방을 메고 활동실에 들어왔다. 바람도 없는 교실에 찰랑찰랑 생머리를 흩날리며 들어오는 그녀는 생기발랄 그 자체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한주 지낸 이야기를 나누는데 우주의 이야기는 술술술술 계속되었다.

-월요일에는요 학교에 왔다가 학원에 갔어요. 뭐 특별한 건 없었고요.

-화요일에는 엄마가 피자를 시켜줬는데요 아빠가 네 조각 엄마가 한 조각 제가 세 조각 먹었어요.

-수요일에는요. 뭐였더라? 감기가 걸려가지고 병원에 갔었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그래도 학원은 갔어요.

-목요일에는 아! 쟤 미쳤나 봐요. 국건이요. 우리 반인데 애들을 막 때려요.

-금요일에는 학원 진짜 가기 싫었는데 갔어요. 저 맨날 집에 7시 40분에 와요.

-토요일에는 학원 안 가서 진짜 좋았어요. 레고랜드에 다녀왔어요. 두 번째 간 건데 진짜 재미있어요.

-일요일에는 뭐. 집에서 그냥 있었어요.


대단하다. 블라블라 끝이 있는 듯 없는 듯 끝나지 않는. 우주의 이야기를 끊고 싶지 않아서 가능하면 다 들어주려고 하지만 이러다간 수업을 못하겠는걸. 얘기를 적절히 친절하게 끊을 줄 아는 것도 선생님의 섬세하고 특별한 기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저녁 7시 40분! 우주가 매일 집으로 돌아가는 시각이라는 것도 알았다. 별일 없는 듯한 말투로 툭툭 내던지며 얘기했지만 사실 그 시간은 우주에게 너무 늦은 시각. 너무 멀기만 한 시각이었다.








우주는 매트 끝을 잡고 돌돌 말거나, 느닷없이 똑바로 하라면서 다른 사람을 지적하기도 하고, 갑자기 물먹은 솜 마냥 매트 위에 축 쳐져 앉아있기도 했다.

요가시간에 너무 자주 이름을 부르게 되는 그녀. 하지만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니다. 배웠던 나비자세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자기보다 어린 동생을 때때로 챙기기도 한다. 또 선생님한테 칭찬받을 때까지 요가 자세를 풀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있다.


우주는 늘 1번으로 활동실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뛰어왔는지 숨이 코끝까지 차 올랐다.

오자마자 보드게임을 펼치고 10분 정도 알차게 놀고 수업이 시작되면 매트에 누웠다. 그다음은 뭐. 나도 숨차 오르게 하는 우주.








그러던 어느 날 장난스럽게 요가를 하는 우주의 눈빛에 생기가 돌고 절제된 발랄함이 느껴 쪘다.

커플요가.

커플요가를 할 때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이 나 있었다.

(커플요가 : 둘이서 손, 발 등 신체의 일부분을 맞대어 커넥션을 이루며 하는 요가)


커플요가를 할 때 깔깔깔 웃으며 그 시간에 빠져들었다.

커플 열차, 왕나비, 사랑 나무 등 둘이서 커넥션을 이루어 특별한 자세를 만든다.

손과 발을 맞대고, 어깨동무를 하고, 눈을 마주하며 서로 협력하고 배려한다.

즐거움과 함께 하는 기쁨이 오고 가는 시간이다. 우주에게 이 시간이 특별했다.


<커플낙타자세>

•양 무릎을 구부리고 마주 보고 앉는다.

• 발뒤꿈치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난다.

• 서로의 손목보다 조금 위쪽을 안전하게 잡는다.

• 둔부에 힘을 주고 서서히 몸통을 뒤로 젖힌다.

• 양 허벅지가 서로 맞닿아지며 잡고 있는 팔로 지지해 주며 팽팽하게 척추의 후굴 자세를 유지한다.

• 천천히 다섯 호흡한다.(한 호흡 = 들숨 + 날숨)

• 서서히 몸을 세우며 제자리로 돌아온다.



낙타 & 나무, 오른쪽 우주



<사랑 나무 자세>

• 두 발을 모으고 나란히 선다.

• 한 손은 서로 잡는다.

• 바깥쪽에 있는 다리를 들어 발바닥을 반대쪽 허벅지 안쪽에 붙인다.

• 나머지 손을 가슴 앞에서 만나 하트를 만든다.

(팔을 높이 올려 머리 위에서 하트를 만들 수도 있다.)

• 천천히 다섯 호흡을 유지한다.

• 다리를 내려놓는다.


숨 쉬며 요가 안에 빠져든 아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 자체다. 비단 요가뿐이랴.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외동딸인 우주는 학원을 많이 다녔다. 피아노, 수학, 바이올린, 태권도, 영어 등 짜인 일정으로 매일 저녁 7시 40분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만나는 우주.

우주는 자유롭게 놀고 싶었으리라. 그렇다. 친구랑 놀고 싶었다.

커플요가를 할 때 햇살처럼 해맑은 미소를 잊을 수 없다. 3학년 1, 2학기 동안 스물네 번을 만난 우주. 그 사이 정이 많이 들었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수업 마지막날 우주는 얘기했다.


“선생님 저, 내년에 키즈요가 또 신청할 거예요. 신청서 받자마자 바로 낼게요.”


오! 마이 갓! 땡큐다. 와서 얼마든지 수다 떨어라. 그 사이 좀 더 섬세하고 친절한 기술을 장착하고 너의 얘기에 귀 기울일게. 난리법석이어도 요가 수업이 너에게 놀이가 되고, 쉼이 된다면 언제나 두 팔 활짝 열고 환영이다.


요가로 놀자. 같이 놀자.

우주야, 이번엔 내 얘기도 들어볼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