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의 신용카드 한도가 조정될 예정입니다

시작

by slow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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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날의 오전, 습관처럼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침대에 누워 휴대폰 화면을 켰다.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뭐지?'


[**카드, 이용한도 조정예정 및 재심사 절차 안내]
**카드를 이용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객님의 신용카드 이용한도가 다음과 같이 조정될 예정입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이 싹 달아났다. 나도 모르게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남자친구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다시 문자를 확인했다.



고객님의 신용카드 이용한도가 다음과 같이 조정될 예정입니다.

카드 이용 시 유의해주시기 바라며 고객님의 넓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소득증빙을 통해 이용한도 재심사 신청이 가능합니다. (단, 연체 및 거래정지 등재 시 재심사가 불가할 수 있습니다.)


조정 전 이용한도

-총 한도: 1,300만 원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한도: 100만 원

조정 후 이용한도

-총 한도: 650만 원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한도: 100만 원


이용한도는 2025년 04월 09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이용한도 조정 이전 특정사유(연체 등) 발생 시 별도 기준에 의해 재조정될 수 있습니다.

이용한도 조정 예정일: 2025년 04월 23일




묵직한 무언가가 툭, 하고 처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한도 감액 예정 통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지 오늘 닥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뿐. 당황스러웠다.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럼 쌓여있는 카드대금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두려움이 엄습했다. 카드 한도에 맞춰 리볼빙 내역과 함께 잔뜩 쌓여있던 나의 소비내역들, 당연히 한꺼번에 감당할 능력은 없었다. 문자를 받은 날은 4월 9일, 조정 예정일은 23일, 2주 안에 한도 차액 700만 원을 마련할 가능성은 제로였다.


어떡하지?


겨우 이불에서 빠져나와 발을 디뎠다. 핏기가 빠진 듯 온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어떡하지?' 이런 상태를 패닉이라고 하나보다. 눈앞이 깜깜해졌고 두려움 외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티를 낼 순 없었다. 나의 엉망인 재정상태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조심조심 방을 빠져나와 소파에 앉았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몸에 힘을 주고 똑바로 앉아있으려 애를 썼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았으니까. 어금니를 꽉 깨물고 심호흡을 했다.


그렇게 살얼음 위를 걷듯, 위태로웠던 나의 일상이 완전히 무너졌다. 2025년 4월 9일, 나는 살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