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588점

발단

by slow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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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한도 감액 문자를 받은 덴 이유가 있다. 며칠 전인 4월 3일, 신용점수 앞자릿수가 바뀌었다. 588점. 조금 긴 이야기지만 최대한 줄여서 차근차근 짚어보려 한다.


2022년, 노트를 제작했다. 그 당시 나는 수익창출에 목말라 있었다. 어떻게 하면 수입을 더 늘릴 수 있을까? 에 대한 물음에 오랫동안 고민을 해왔고, 그 답이 노트를 제작해서 판매를 해보자는 거였다. (디지털 상품을 먼저 만들어 볼 생각을 그 당시에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냥 예쁜 줄노트였다면 조금 더 팔기 쉬웠을까? 자기 계발에 늘 관심이 많았고 그 해에는 유독 시간관리에 꽂혀있었던 나는 '5분 단위 플래너'를 만들었다. 분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는 자수성가들의 이야기를 읽고서 '나도 분단위로 내 인생을 관리하겠어!'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 결심이 노트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렇게 해서 만든 노트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망했다. 망했다기보다는 제작에 대한 무지함과 판매에 필요한 실력과 끈기가 부족했다. 어떤 날엔 부지런하고 어떤 날엔 게으른,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특성에 맞춰 1주일만 쓰면 되는 5분 단위 플래너와 함께 인생의 목표와 핵심가치를 찾아보는 가이드북에 대한 평가는 사실 나쁘지 않았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그때, 소셜링 플랫폼이 조금씩 생겨나던 시기였다. 한 플랫폼에 가입해서 계획을 세우고 시간관리를 해보자는 모임을 열었고, 그 모임을 진행하면서 작지만 기분 좋은 평가들을 받았었다. 그 자신감으로 매일같이 글을 쓰던 블로그에서도 모집을 시작했고, 관심을 가져주신 몇몇 분들 덕분에 줌으로 모임을 진행 해보는 경험도 가졌었다.




하지만 처음 노트를 제작하면서 생긴 재정적 리스크가 예상보다 컸다. (사실 돌이켜보니 컸었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예산도 세우지 않았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했으니까.) '샘플인쇄'의 개념이 없었던 나는 처음부터 몇십 권씩 찍어냈다. 뭔가에 빠져들면 진심이었던 나의 소비력이 여기서 터졌다. 선의 굵기와 색에 따라 인쇄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데 초판부터 잔뜩 찍어냈고, 당연하게도 엉망으로 나왔다. 쓸데없는 완벽주의까지 있었던 나는 그걸 고스란히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또 찍어내고 다시 버리길 반복했다. 상품 포장을 위해서도 이런저런 도전을 했고, 그때마다 지출은 늘어갔다.


그걸 내 능력로 하질 못했던 게 문제였다. 모아둔 돈이 없어서 그때그때 버는 돈으로 감당을 하다가 아빠가 들어준 주택청약부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후회하는 일 중에 하나다.) 처음에는 참으려고 했지만, 한 번 알게 된 이후로는 자꾸만 생각이 났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계획 없이 그때그때 모자란 돈을 대출을 받아 보태서 썼다. (한 번에 큰돈을 대출받기에는 간이 콩알만 해서였는데, 대출은 금액이 아니라 개수로 신용점수에 영향이 간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렇게 돈 버려가며 만든 노트를 끝까지 다 팔았으면 좋았을 텐데. 온라인으로 모임을 진행해보려고 했던 시도들이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됐다. 설명 영상과 모집 영상도 찍어가며 나름대로 열심이었지만, 노트와 챌린지를 너무 헐값에 내놓아서였을까? 챌린지를 신청하고도 소식이 없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삽질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 노트에 대한 모든 것들을 접게 됐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24년, 나는 다른 일을 벌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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