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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Reader Aug 29. 2022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진행하는 작가 김영하입니다

내가 사랑한 팟캐스트 2

작가 김영하가 인스타에서 운영하는 강철 북클럽을 아시는지. ‘내가 이 북클럽 회원이다’ 하면 회원이 되는 신비로운 북클럽. 매달 작가님이 추천한 책 한 권을 읽고 감상을 인스타에 올리고 라방에 참여하면 된다. 주로 매달 마지막 날에 하는 라방은 참여하는 인원이 이천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2020년 12월에 시작하여 이 년째가 되는 시즌 2도 절반이 지났다. 책을 좀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혹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작가님은 일반인도 다 알고 있는 웬만한 연예인 수준이라 궁금해서라도 한 번쯤 라방에 참여해 보았을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김영하 북클럽의 고인물 회원임을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생각하는 일인이다. 시즌 1 첫째 달부터 꼬박꼬박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검사를 받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바빠도 다 읽고 감상을 적어 인스타에 올린다. 작가님이 내 인스타도 팔로우하시고 (그날은 아마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 해도 좋을 만큼 펄쩍펄쩍 뛰었다) ‘좋아요’도 요즘은 꼭 눌러주신다. 이 북클럽 회원들 중 작가님의 찐 팬들 진짜 많다. 내가 작가님에게 이렇게 열광하고 찐 팬이 된 건 순전히 작가님의 팟캐스트 때문이다. 그렇다. 서두가 길어졌지만 오늘은 북클럽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팟캐스트 얘길 하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한 8년 전 ‘내가 사랑한 팟캐스트 1편’에 소개한 바 있는 ‘빨간 책방’을 통해 소설가 김영하가 팟캐스트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즈음 출간하신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프로모션 하기도 할 겸 해서 빨간책방 22회 차에 특별 게스트로 출현하셨다. 빨간책방을 진행하는 이동진, 김중혁 작가와 셋이서 책 얘기, 작가들 얘기, 소설가와 시인들의 다른 술자리 풍경 등등의 수다가 얼마나 재미있던지… 한국 작가로는 가장 처음 팟캐스트를 시작하셨다는 얘길 듣고 바로 찾아들어 보았다. 그때만 해도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님의 단편소설 몇 편을 읽어 이름을 아는 작가일 뿐 그닥 열렬한 팬은 아니었는데 첫 방송부터 완전히 낚였다. 목소리에 그만 홀딱 반했다. 작가님은  책을 낭독하기에 너무나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계신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중간 톤의 맑고 낭랑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다. 그리고 낭독을 할 때 흉내 내기 어려운 작가님 만의 독특한 억양이 있다. 특정지역 액센트도 아니고 꼬집어 어떻다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쉽게 빠져들고 한번 들으면 잘 잊히지 않는다. 나는 특히 이 독특한 억양을 좋아하는데 팟캐스트에서 들은 책을 구입하여 읽게 되면 눈으로 읽는데도 작가님의 읽는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경쾌한 드럼 소리가 나는 음악과 함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진행하는 작가 김영하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라고 인사하며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작가님의 근황이나 날씨, 계절 등의 얘기를 조금 나눈 뒤 그날의 책을 작가님의 탁월한 입담으로 흥미진진하게 소개한 뒤 발췌하여 읽어 주신다. 어떤 에피소드는 아무 설명 없이 그냥 바로 스토리만 읽고 방송을 끝내시기도 하고 아주 가끔 짧은 단편 소설은 전문을 다 읽으시기도 한다. 그야말로 팟캐스트의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유용히 활용하신다. 방송 시간 제약도 없고 업로드 기간도 맘대로. 아주 띄엄띄엄 아무 때나 업로드하신다. ‘이제 고만하시려나’ 불안해하며 처음부터 다시 정주행도 (워낙 불규칙적으로 올리셔서 해오신 연도 수에 비해 에피소드가 그리 많진 않다.)  여러 번 하고 한동안 잊고 지내면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로드되곤 한다. 그날은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날이다. 이제는 안타깝게도 저작권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하셔서 들을 수조차 없게 되었지만 마지막 방송 이후에도 한참 동안은 어느 날 문득 늘 해오던 것처럼 새 방송하나를 올릴 것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었다. (역시나! 북클럽으로 다시 나타 나신 거)


방송에 나온 책들 하나같이 다 읽고 싶은데 (언젠가는 읽겠지?) 이제까지 전에 읽었던 책까지 포함해서 절반이 좀 넘게 읽었다. 유명한 고전 몇 편을 제외하고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나 책이 대부분이었다. 첫 에피소드의 책이 < 금각사>이다. 발췌하여 읽어주신 부분에 매료되어 당장 주문하여 바로 읽었다. 미국에 온 이래 일본 책을 읽은 적이 거의 없다. 쉽게 접할 수도 없거니와 굳이 찾아가며 읽을 만큼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어서 한 30년 잊고 살았는데 여러 팟캐스트를 들으며 한국에서 일본 작가의  책들이 아주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조금 놀라웠다. 한국에서 보면 가깝고도 먼 나라라 할 수 있으나 나에겐 그냥 머언 나라로 두었음 싶은 나라가 일본이다. 90년대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도 모르고 살았으니까. 앤드루 포터의 단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에 나온 단편 소설 하나씩은 전문을 다 읽어 주셨다.  둘 다 단편집을 사서 읽은 뒤 두 작가의 팬이 되어 그들이 출간한 책은 거의 다 읽고 있다. 나는 분명 영어로 된 원서로 읽고 작가님은 한국어 번역본을 읽으셨는데도 읽는 내내 작가님의 낭독 소리가 겹쳐 들리는 건 어찌 된 일인가. 이런 신기한 체험도 했다. 번역이 아주 훌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미국에 살면서도 미국 작가의 책을 한국의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더 빨리 알게 된다. 한국 작가나 다른 나라 작가들 책은 말할 것도 없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오디오 북이 CD나 Cassette Tape에 담겨 있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 들었다. (출퇴근 시간에 듣기 위해 오디오 북을 애용한다) 내가 아는 작가의 작품을 다 듣고 나면 도대체 뭐가 재미있을지 고르는 일이 난감했다. 책을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베스트셀러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어떤 작가의 작품이 좋은지 내 취향에 맞는지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 나의 작은 세계는 작았고 그 작고 좁은 바운더리 안에 갇혀 살았다. 몇 년씩 다닌 직장의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만남도 기회도 없는,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하며 내가 무엇을 놓치고 사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스스로 아날로그인이라 자청하지만 디지털의 수혜를 톡톡히 받은 나는 스티브 잡스가 나의 구세주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팟캐스트라는 게 없었다면 아직도 깜깜한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을 텐데 요런 재미있는 팟캐스트를 통해 인생이 반전되었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으랴. 지금은 무슨 책이 재밌을까 하는 고민은 싹 없어지고 읽고 싶은 책이 한도 끝도 없다. 책장엔 책이 넘치고 집안 곳곳에 책을 쌓여 있는데도 또 자꾸 산다. 거기에 밀리의 서재, 오더블, 도서관의 전자책 리비, 구글 북 플레이… 전자책 앱과 구독도 엄청나다. 독서가 취미인 게 좋은 것 중 하나가 아무도 나의 책 소비에 뭐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굴러다니는 책 때문에 좀 불편해도 모르는 척 눈감아 준다. 일 년 내내 실컷 사봐야 명품 가방 하나 값도 안 되는 나의 유일한 사치가 책 사는 일이다. 


작가님께서 이번에 9년 만에 출간하신 소설 ‘작별 인사’ 초판 구매자들을 위한 특별판 에피소드로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 캐스트’를 깜짝 선물로 주셨다. 다는 아니고 저작권 때문에 작가님의 책을 읽은 회차만 있지만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들어본 작가님의 책 읽는 음성은 실로 감개무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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