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쩌라고?

by 서하

누군가의 하소연을 소화하지 못해 체하는 날이 늘어났다.

부모의 감정을 민감하게 살피는 딸로 살았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에 쉽게 공명되는 편인데, 하소연을 듣다보면 안그래도 부족한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 마음이 텅 비게 되었다.

늘 반복되는 비슷한 종류의 하소연을 들으며 깨달은건, 하소연은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열쇠는 본인한테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온갖 남탓이 섞인 하소연만 한다고 해서(물론 잠깐은 시원할 수는 있지만) 문제 자체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인생살이, 잠깐 쉬며 마음을 나누는 자리에서는 좋은 기운을 나누고 긍정의 에너지를 심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공감하며 듣는거 자체가 엄청난 감정 노동이라는 걸 야금야금 가져가기만 하는 사람들은 절대 모를테지.

누군가의 힘든 감정을 고스란히 떠안는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기에 나는 마음이 슬퍼도, 아무리 무거워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할때는 어찌 됐든 밝게 많이 웃으려고 한다.

근데 마음에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때는 이게 가능한데, 나도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차 있을때는 억지 밝음을 짜내는게 참 버겁다. 어두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내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건가 싶다가도,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정확하게 알지만 그 감정과 상관없는 타인에게 드러내는 걸 조절하는 거니까 건강한건가 싶기도 하고, 사실 뭐가 정상이고 좋은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본인의 감정은 스스로 이해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믿음은 여전하다. 어리광 피울수 없던 어린시절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래서 가끔 울고있는 어린 나를 발견하지만 지금의 내가 꽉 안아주면서 같이 울어주면 점점 치유될거라 믿는다.

투잡러인 나는 주로 오전에는 커피를 내리고 오후가 되면 아이들을 가르친다.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 있는데, 나에게는 우리 카페가 그런 장소다. 정말 사랑하는 나의 공간 다시봄 !

열심히 통밀 빵을 굽고 손님이 없을때는 온전히 마당을 즐긴다. 다시 봄이 오면 어느새 풍성한 초록 잎과 만개한 꽃을 자랑하는 나의 봄.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드는 날에는 일부러 마당에 앉아 오래도록 해를 쬔다. 내 안에 응어리진 각종 나쁜 것들을 다 녹여달라는 마음으로.


카페에서 기운을 얻고 따뜻한 미소를 장착하고 학원으로 달려간다. 대학때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나와 잘 맞는다고 느꼈는데, 그때보다 나이 차이가 더 많이 나는 지금도 아이들이랑 잘 통하는 거 보면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나보다. 아직 세상 물정 잘 모르는 그 순수함이 귀엽다.

다만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서 올때부터 화가난 채로 들어오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을 공부하게 시키는건 정말 쉽지 않다. 그런 반은 수업하고 나면 밥도 먹기 싫을 정도로 기운이 쳐지는데, 그런거 보면 나도 오만 용을 다 쓰며 살고 있구나 싶다. 특히 힘들었던 날은 아이들한테 기운없는 걸 보여주지 않기 위해 거울 셀카를 찍으며 웃는 연습을 한다. 거울을 보며 나에게 말한다. ‘So what? 그래서, 어쩌라고?‘

‘그래, 너 힘든거 알아. 근데 그래서 어쩔래? 안살거야? 그건 아니자나. 그러니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오늘 하루 버티자, 웃자!‘

그렇게 하루하루 떼워나간다. 너무 마음이 힘들고, 용써도 해결되는게 없어 보일때는 바닥에 딱 붙어서 버티기를 해야한다. 매일을 하루살이 처럼 오늘만 보고 사는 기분이지만 그렇게 버티다보면 한달이 가고 일년이 가고,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듯 해가 뜨는 날이 올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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