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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Aug 12. 2021

오늘부터 구직할래요

지치지 않고 구직하는 마음

뜻하지 않게 또는 어떤 사정 때문에 일을 쉬었다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더라도 그 마음을 지켜 내기가 쉽지 않죠. 내 마음을 약하게 힘들게 만드는 요소들이 곳곳에 많지만 제가 생각하는 큰 이유는 내가 원하는 일을 탐색하고 준비하고 기회를 찾아 지원하고 (다시 탐색하고 준비하기도 하고) 일을 시작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오늘은 구직 활동을 시작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기다리지 않기, 내 탓하지 않기  

구직 활동은 운이 따라주어 몇 달 만에 끝날 수도 있고 길어지면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는, 시간 계획을 내가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1년 안에 다시 일을 시작하겠다’와 같은 목표 설정은 좋은 자극이 될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옥 죄는 압박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6개월, 9개월이 흐르고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초조함을 느끼게 될 것이고, 평온을 잃고 무작위로 최대한 많이 지원하거나 반대로  ‘난 왜 안될까’, ‘역시 나는 부족하구나’ 하는 좌절이나 무기력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기도 하죠. 특히 회사의 특정 포지션에 지원하는 job application process에서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최근에 회사를 옮긴 한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A 씨는 1년쯤 전에 이번에 이직한 포지션에 지원을 했었고 지원한 이후로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해요. 지원한 곳으로부터 결과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하거나 불합격 통보를 받더라도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A 씨는 그러려니 하고 잊고 지냈습니다. A 씨가 그 포지션에만 목숨 걸지 않고 다른 기회를 찾아 틈틈이 지원한 것도 있지만 연락이 오지 않는 수십 가지 이유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기로 노력했어요. 그 후 한두 군데 서류 통과를 했지만 인터뷰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을 무렵에 A 씨는 처음 지원했던 곳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그 당시 오픈했던 자리가 회사의 채용 계획 변경으로 취소되었는데 재 승인이 나서 다시 채용하기로 했다는 설명과 함께요.


여기에 소개한 하나의 사례 외에도 내 능력이나 노력과 상관없는 다양한 이유 때문에 회사와 나의 인연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다른 지원자보다 상대적으로 그 자리에 덜 맞아서 불합격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에도 ‘내 탓’ 프레임을 씌우지 않는 노력은 중요합니다. 불발된 소개팅 같은 거라고 여기면 좀 지나칠까요? ㅎㅎ 지난한 구직 과정에서 마음의 롤러코스트를 타는 내 멘털을 부여잡기 위해서라도 필요하고요. 지원서를 낸 다음에 기다리는 시간은 내가 주체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초조하고 긴장되는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고, 내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서 더 잘 쓸 수 있게 됩니다.  


구직 활동,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하지?

우리는 구직 활동을 탐색-준비-지원 이렇게 순차적인 단계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탐색, 준비, 지원 활동을 동시다발적으로 같이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회사에 지원을 하고 기다리고 인터뷰를 보는 채용 과정을 내가 관리할 수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세 가지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도 구직에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특히 경력 공백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연락이 끊어졌던 직장 네트워크를 다시 연결하고 새로 쌓는 것, 관심 있는 직군과 최근 산업/기술 트렌드에 대한 조사, 내가 원하는 일터의 모습과 일하는 방식 이해, 과거 경력과 앞으로의 목표가 현재 존재하는 기회들과 연결되는 지점 (어떤 직군, 업무에 지원할 수 있는지) 파악, 내가 빠르게 학습해야 하는 스킬 학습/훈련 등 여러 구직 활동들이 서로 얽히고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변하고 진화해나갑니다. 지난주 혹은 지난달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 후보자인 셈이죠.


자료를 찾아 읽고 배우고 사람들에게 묻고 연락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지원할 기회가 생기면 일단 지원하고, 피드백받아서 부족한 점을 느끼면 필요한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지인들에게 내 상황도 알리면서 좋은 기회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열심히 어필하는 것도 병행해야 합니다. 난 백번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듣는 분들은 한두 번 듣는 것일 뿐이니 민폐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입니다. 그들이 우연히 듣게 되는 기회에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해요. 남들한테 아쉬운 소리 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으신다고요? 네, 고백하자면 저도 그랬고 매번 쉽지만은 않아요. 영 내키지 않는 날은 빼고 할 수 있는 마음이 들 때에는 꼭 해보면 어때요? 먼저 편한 사람들에게 ‘난 이런 일을 하고 싶고 찾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파워 서클의 파워

무엇보다 비슷한 상황에서 나와 구직 활동을 같이 해나가면서 마음 약해질 때 서로 끌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을 찾아서 나의 파워 서클을 꼭 만드세요. 누가 뭐래도 동병상련의 끈끈함을 대신하기란 어렵고,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서로 배우고 공유하는 지식과 경험이야말로 가장 큰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심플스텝스에는 Interest Groups, 줄여서 인그룹이라고 부르는 소모임들이 무척 많아요. 영어, 코딩, 데이터 분석 등 원하는 공부를 같이 하거나, 인터뷰 준비를 하거나,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거나, 포트폴리오 업데이트 챌린지를 하는 등 혼자 하면 지속하기 힘든 구직과 배움의 활동을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아주고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게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든든하고 고마운 동료들의 존재는 구직 과정을 버티는데 8할의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장선상에서 위커넥트 안수연 매니저님이 얘기하셨던 ‘에너지 뱀파이어들을 멀리하라’는 명언을 여러분에게도 공유하고 싶네요.


Great minds discuss ideas; average minds
discuss events; small minds discuss people. 
- Eleanor Roosevelt


준비도 실전도 롸잇 나우 

그런데 막상 지원할 기회를 소개받거나 알게 되더라도 지원을 망설이거나 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물으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서’,  ‘JD(job description)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비해 내 경력이 부족해서’라고 답변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준비는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고 완벽하게 준비된 그날은 아마 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읽으시는 JD에 적혀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춘 이상적인 지원자는 지구를 다 뒤져도 없을 거예요. 제가 hiring manager로부터 들었던 JD 작성하기의 웃픈 단면을 살짝 공유하면, JD을 백지에서부터 쓰는 경우는 많지 않고 보통 누가 예전에 써 놓은 문서를 가져와서 조금 고치고 내 것을 추가하는 식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요구사항은 더 길어지고 지원자에 대한 기대치는 더 높아지는 JD가 탄생하는 아이러니가 생기기도 하는 거죠. 이런 사정을 모르는 지원자들은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껴 주눅이 들게 되고요. 그러니 우리가 접하는 모든 정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좌절감을 느끼실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JD를 읽고서 남성은 자격의 60%만 충족해도 지원하지만 여성은 100%를 충족할 때만 지원한다는 통계 들어보신 분들 계시죠? 이 결과는 Hewlett Packard 내부 보고서에서 가져온 데이터인데 Lean In, The Confidence Code 등 여러 커뮤니티에 또는 기사로 자주 소개되어 왔습니다. 여성들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믿어야 하고 자기 검열을 너무 가혹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어요. (HBR article: https://hbr.org/2014/08/why-women-dont-apply-for-jobs-unless-theyre-100-qualified)


3C 원칙

커리어 고민을 환갑까지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들 하죠. 당장 또는 미래의 구직과 이직의 과정에서 오늘의 내용 중 한 구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뽑은 키워드 세 개를 공유하며 마무리할까 합니다.

<3C 원칙>이라고 Connected, Current, Consistent 세 단어의 앞글자 ‘C’를 가져와서 이름 붙여봤어요. 구직을 계획 중이든, 막 시작했든, 한참 되었든 중간중간 한 번씩 점검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Connected: 타고난 성격 때문에 혹은 내 상황이 뭔가 썩 마음에 들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많을 때에는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매주 한 명에게라도 연락해서 이야기 나누는 루틴을 시작해보세요. 나 스스로 에너지 부스터가 되면 나의 네트워크도 에너지 부스터들로 채워집니다.

Current: 구직을 시작하셨다면 구직 사이트만 찾아보지 마시고 내가 관심 있는 직군, 주제, 업계에 대한 외신 기사, 회사 소식을 매일 찾아서 읽고 듣고 공부하세요. 하루 10분이라도요. 인터뷰 준비, 네트워킹용 화젯거리 습득, (영문 기사라면) 영어 공부까지 일석삼조입니다.

Consistent: 결국에 중요한 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죠. 매일 못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는 마세요. 대신 며칠에 한 번씩은 내가 계획한 것을 잘하고 있는지 점검해보세요.


이 모든 3C를 꾸준하게 할 자신이 없다면? Accountability partner를 찾아서 같이 하세요. 혼자 보다 같이 하면 훨씬 더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답니다.   


We are what we repeatedly do. Excellence,
then, is not an act, but a habit.
– Aristotle




이런 고민도 얘기해도 되나 망설이고 계신가요? 이제 고민 그만하시고 <고민 들어주는 언니들>에게 보내주세요. 저희들은 언제나 여러분의 고민을 잘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고민 투하는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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