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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경 Aug 20. 2021

육아 휴직 후 복직을 앞둔 그대에게 (3)

복직 후의 육아 준비하기

세 번째 <육아 휴직 후 복직을 앞둔 그대에게> 이야기, 시리즈의 마지막 글이네요.

오늘은 '엄마'라는 역할이 삶에 추가된 분들이 일터로 돌아가면서 육아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같이 생각해 보려고 해요. 일만 해도 바쁘던 시절을 생각하면, 육아와 일을 동시에 어찌 꾸려야 할까 고민하게 되죠. 아이를 키우며 일자리를 떠난 선배들을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하고, 두 가지 다 척척 해내는 선배들은 다들 슈퍼우먼 같이 보이기도 하고요. 복직을 앞두고 '엄마'로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복직을 앞두고 있다면 육아에 필요한 것들을 차분히 정리해 보세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단단하게 준비하기


심플스텝스에서 진행한 <Simple Steps to Cope with Stress,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간단한 방법> 워크숍에서 만난 J님의 이야기로 시작해볼게요. J님은 대기업 8년 차에 첫 아이를 낳으며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을 갖게 되었어요. 약 1년의 육아 휴직 후 복직을 앞두고 차곡차곡 복직 후의 생활을 준비 했어요. J님의 복직 준비 이야기를 들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아이의 발달 과정을 공부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한 다음, 양육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과 육아에 대한 대화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었어요. 평일 낮에 육아를 담당하는 육아 도우미, 육아 도우미가 없는 날의 육아를 담당하는 시부모님, 밤과 주말을 담당할 부모가 육아의 방향에 대해 합의점을 이룰 수 있도록이요. 시터 이모님께 부탁드릴 아이의 식단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시부모님이 육아를 담당하는 날에는 조금 쉬실 수 있도록 방문 수업을 미리 알아보고 스케줄 해두었죠.


양육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는 서로 생각이 맞지 않아 갈등이 생길 수 있어요. 혹은 엄마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엄마가 다 해주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죠. 서로 담당하는 영역을 잘 구분하고, 각자 해야 할 일들을 명확하게 소통하면 양육자가 여럿이어도 보다 일관성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어요.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이 있나요? 일주일에 두 권씩 바구니에 넣어 소파 옆에 놔두세요. 누군가 기회가 있는 사람이 읽어줄 수 있을 거예요. 아이가 산책을 좋아하나요? 조부모님과 함께 하는 하원길에 아이와 놀이터에 잠시 들러달라고 부탁드려보세요.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힘들어하신다면, 아침에 아이가 좋아할 간식을 식탁에 마련해두고 나오세요. "이제 집에 들어가서 엄마가 준비한 간식이 뭔지 열어보자!"라고 말해달라고 해보면 어떨까요? 모든 상황을 다 대비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집에 없는 시간 동안에도 우리 가족이 잘 지내기 위한 환경을 준비해두면 걱정과 불안은 줄어들고, 훨씬 자신 있게 출근길에 나설 수 있을 거예요.


일 때문에 바빠서 육아에 쓸 시간이 없을까봐 걱정인가요?


할 수 있다는 믿음


로라 밴더캠은 저서 <성공하는 여자는 시계를 보지 않는다>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일주일, 168시간의 시간 일지를 수집하는 "모자이크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들은 30분 단위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기록합니다. 이후 로라 밴더캠은 다른 연구자들과 이 시간을 분석했지요. 그리고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우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근무 시간이 길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걸려온 전화를 받는 일, 직장 동료들과 식사 후에 나누는 잡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회의에 억지로 앉아 있는 시간 등이 끼어들어 있지요. 두 번째는 사람들이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하며 일과 삶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흔히 직장과 가정은 양립이 어렵고,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두 가지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잘 사용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었어요. 주말에 몇 시간 더 일해 평일의 생산성을 보충해준다거나, 월~목요일에는 늦게까지 근무해도 금요일엔 일찍 퇴근해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는 것처럼요.


워킹맘으로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수집하세요. 물론 그 이야기들이 모두 장밋빛은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트레스가 없는 삶, 어려움이 없는 삶을 보여주는 롤모델이 아니랍니다. 어쨌거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내가 한 발짝 떼는 데에 큰 힘이 될 거예요. 지금 다니는 회사 내에 워킹맘 선배들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회사 밖에서 선후배와 동지를 찾아보세요. 어디에서 찾아야 하냐고요? 한국에는 위커넥트, 미국에는 심플스텝스가 있잖아요 :)


나에게 필요한 것은 든든하게 받쳐주는 힘!


내 역할을 해낼 힘 만들기


복직 후 많은 분들이 성과를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요. 회사에서 나의 가치를 증명하고, 육아 휴직으로 인한 공백을 채워 어서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어 지죠. 하지만 주의할 점은 열심히는 하되, 욕심은 부리지 않는 거예요. 내가 가진 에너지를 모두 끌어내 일을 했던 C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C님은 복직 후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큰 부담감을 느꼈다고 해요. 복직 후 바로 승진을 하면서 "일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고자 했죠. 휴직 전과 똑같이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이를 낳았어도 업무에 차질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기도 했고요. 동시에 가정생활과 육아도 잘 해내고 싶었어요. 결국 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잠을 줄여가며 일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활 패턴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거든요. 자고 일어나도 풀리지 않는 피로와 몸의 균형이 무너진 탓에 병치레가 생겨난 뒤에야 "건강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요.


C님은 그때부터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을 시도하기 시작했어요. 간단하게라도 운동을 하고, 꼬박꼬박 8시간의 수면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했고요. 영양학, 심리학 등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공부도 많이 하셨다고 해요. 그리고 더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다 주어진 시간 안에 "똑똑하게" 일하는 법을 구축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기운을 북돋아줄 모임을 찾아 북클럽이나 여성 커뮤니티인 창고살롱에서 활동을 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차곡차곡 모은 에너지로 C님은 일도, 삶도 보다 자신 있는 태도로 맞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난 글  모드 다시 켜기에서 복직은 하루에 성패가 결정되는 콘테스트가 아니라 "적응의 과정"인 연속적 시간이라는 말씀을 드렸어요. 고민 들어주는 언니들 수집가님의 고민 상담 역시 커리어는 한번 실패하면 끝나는 토너먼트가 아니다라고 시작했고요(아직 안 읽어보셨다고요? 흥미진진 재미난 글입니다. 어서 읽어보세요!).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내가 해야 할 것은 오랫동안 나의 자리를 든든하게 지키는 것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잘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제 엄마라는 역할이 주어졌다면 더더욱이요. 부모는 아이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환경 중에 하나이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엄마는 아이가 깊은 뿌리를 내릴  있는 단단한 기반이 되어준답니다. 내 건강을 지키는 것도 커리어와 육아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육아 휴직 후 복직을 앞둔 그대에게>는 총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리즈의 다른 글과 함께 읽어주세요!

1. 불안한 마음을 외면하지 말아요

2. 일 모드 다시 켜기

3. 복직 후의 육아 준비하기




고민 들어주는 언니들은 언제나 여러분의 고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성의 일과 삶에 고민이 있으시다면 구체적으로 사연과 질문을 보내주세요. 남은 이야기에서 머리 맞대고 함께 생각해봐요!

상담 신청은 여기에서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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