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ract, Communication, Contents
우연히 책장을 살펴보다가 케케묵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김우중 전 대우회장이 썼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34929611
먼지를 털어내고 속표지를 보니 1989년도 판이다.
75~76페이지 걸쳐서 국제사회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이 갖춰야 할 세 가지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
외국어 능력, 자동차 운전, 컴퓨터 조작이 필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는 그 당시 우리나라 청년이 꼭 갖춰야 할 3C(Conversation, Car, Computer)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내가 살아보니,
김우중 회장의 3C는 이제 수정해야 할 때가 한참 지난 것 같다.
우선, 가장 중요한 'C'가 빠져 있다.
Contract 즉, '계약'이다.
김 회장이 권고한 3C는 전혀 몰라도 살아가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
운전도 못하고 컴퓨터도 다루지 못한다면 분명히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뭔가 큰일이 터지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사는데 영어 잘 못해도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계약'을 똑바로 하지 못하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한방에 날려버릴 만큼 치명적이다.
임대차 계약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서 전세금도 다 못 받고 쫓겨나고, 곗돈 실컷 부었더니 계주가 들고 튀어 버리고, 함부로 보증 섰다가 남의 부채 떠안고, 아는 사람끼리라고 구두계약으로 사채 쓰다가 사망하여 자식이 부채 잔액도 모른 채 떠맡고, 선산을 친척 한 사람이 대표로 등기해서 관리하는 척하다가 그대로 대물림해서 사유화시키고…
이와 같이 정확히 문서화시키지 않은 일 때문에 자신의 재산을 빼앗기거나 남의 빚을 떠안으며 고초를 겪는 사례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위 사례는 실제로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다.
범위를 나라 전체로 확대하면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따라서 중학교나 고등학교부터는 돈에 관계되는 중요한 것들을 필히 교육시켜야 한다.
'문맹'보다 무서운 게 '돈맹'이다.
돈이 오가는 모든 일에 대해서는 핵심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계약서나 증명서, 확인서 등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 문서를 작성하고 효력을 유지시키는 법을 꼭 알아야 한다.
돈을 올바르게 다루는 법도 반드시 배워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탕주의에 빠져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퍼담는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다.
가까운 사람이 주식과 선물옵션에 빠져 죽는 날까지 붙들고 있다가 자식들에게 빚만 남기고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희망은 이것뿐이라며 노령연금 중 일부를 매주 로또에 갖다 바치는 노인도 있었다.
이 모든 게 금융교육의 부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학교에서 국영수만 중요시할 게 아니라 장차 성인이 되었을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생존기술 교육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부모들이 먼저 올바르게 배워 익혀서 자식들에게 철저하게 전수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나머지 2개의 C는 Communication과 Contents다.
Communication은 의사소통능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면 자기 말만 하기 바쁘다.
마음이 오가는 대화,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려면 반드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경청'이 꼭 필요하다.
귀가 2개요, 입이 1개인 이유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많이 하라는 의미라고 하지 않던가.
더 나아가면 사람들은 말 자체보다는 바디랭귀지(body language)라 부르는 몸짓, 표정과 목소리 등 비언어적인 요소를 무의식 중에 더 많이 받아들인다고 한다.*
*메라비언의 법칙 (The Law of Mehrabian) :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Albert Mehrabian이 1971년에 출간한 저서 <Silent Message>에 발표한 것으로, 대화의 내용보다는 말하는 사람에 대한 시각과 청각 이미지가 더 중요시된다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말하는 사람에 대해 호감 또는 비호감을 느끼게 되는 요인으로 용모, 표정, 제스처 등 시각적 요소가 55%나 되며 발음, 억양, 목소리톤 등 청각적 요소가 38%를 차지하고 정작 말의 내용은 7% 밖에 안된다고 한다.
물론 일상의 대화가 아닌 협상이나 상담, 계약 등의 중요한 상황에서는 말의 내용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자신의 말부터 앞세우는 사람이 성공적인 협상을 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경청을 잘 하는 사람은 어딜 가도 환영받으며 상대방의 호감을 이끌어낸다.
따라서 의사소통능력을 제대로 키우려면 이러한 총체적인 것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Contents는 요즘 시대에 특히 부각되는 단어다.
블로그에 꾸준히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엮어 내거나 그림 솜씨 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웹툰 플랫폼을 이용해 스타작가가 되기도 한다.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 들고 여행 다니며 찍은 사진을 상업용 사진(스톡사진) 사이트에 올려 팔거나 재미있는 UCC를 만들어 유튜브에서 쏠쏠한 광고수입을 얻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먹방이나 뷰티, 게임방송 등 BJ라 불리는 1인 방송으로 대성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지금은 누구나 자신만의 컨텐츠가 있다면 이를 유통할 플랫폼들이 즐비하다.
앞선 글 '딴짓은 반드시 필요하다'에서 처럼 직장생활 이외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개발한다면 인생을 훨씬 풍요롭고 보람 있게 살 수 있는 시대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3C(Contract, Communication, Contents)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생존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